사회

'주 4.5일제' 시대 열리나…정부, 시범사업 본격화

김지수 기자2026.08.28
'주 4.5일제' 시대 열리나…정부, 시범사업 본격화
삼성전자 시범 운영이 도화선…정치권도 일제히 가세 '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계기로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 4.5일제 시범 운영 발표 이후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이 이를 '삶의 질 향상'과 '노동 혁신'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관련 담론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근로기준법·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장기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목표로 공론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지난해 6월 고용노동부가 주 4.5일제 도입 계획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하며 공식적인 제도 검토를 시작한 바 있다. 시범사업 예산 324억 원…"노사합의 기업엔 1인당 최대 80만 원" 정부는 이런 흐름에 발맞춰 구체적인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도 예산안에 주4.5일제 도입 시범사업 예산으로 324억 원을 편성했다. 세부적으로는 '워라밸+4.5 프로젝트' 시범사업에 276억 원, 주4.5 특화컨설팅에 17억 원, 육아기 10시 출근제에 31억 원이 배정됐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고용창출장려금·고용안정장려금의 신청 및 지급에 관한 규정' 개정을 완료하고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노사합의로 임금 삭감 없이 실노동시간을 줄인 기업이 지원 대상이며, 부분도입(주 2시간 미만 단축)과 전면도입(2시간 이상 단축)으로 유형이 나뉜다. 50명 이상 우선지원 대상기업이 부분도입하면 근로자 1인당 월 20만 원, 전면도입하면 월 40만 원이 지급되며, 20명 이상~50명 미만 기업은 부분도입 월 30만 원, 전면도입 월 5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인프라 구축 비용도 최대 80%까지 지원된다. 경기도서만 100여 개 기업 참여…법정 근로시간은 아직 '주 40시간' 유지 현재는 시범사업 단계로, 전국 모든 직장에 의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정 근로시간은 여전히 주 40시간이며, 주 4.5일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이미 100여 개 기업, 약 3000명의 노동자가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2026~2027년 시범사업을 운영하며 성과를 지켜본 뒤, 법정 근로시간을 줄이는 법 개정까지 단계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입법보다 사회적 대화가 먼저"…신중론도 팽팽 다만 제도화를 서두르기보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적용 기준과 쟁점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산업별 수용 가능성, 노동시장 구조, 생산성 변화, 임금체계에 대한 실질적이고 정밀한 분석 없이 제도 도입이 추진될 경우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이 2011~2023년 사이 245시간 감축되며 이미 상당한 진전이 이뤄진 상황에서, 취업구조 차이를 보정하면 OECD 평균과의 격차도 181시간까지 좁혀졌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는 시각도 있다. 2000년대 초반 주 5일제가 수년에 걸친 사회적 합의와 제도 설계를 통해 점진적으로 안착됐던 전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는 '엇갈린 성적표'…영국 성공 사례, 호주·폴란드도 실험 중 해외 사례는 근무시간 단축의 효과를 가늠할 참고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2022년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61개 기업이 6개월간 주 4일제를 시행한 결과 매출이 전년 대비 평균 35% 늘고 직원 이직률은 57% 줄어드는 성과를 냈다.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피로가 감소하고 업무 집중도와 협업 효율이 오히려 높아진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호주는 돌봄·교육 분야에서 주 4일제 도입을 권고했고, 폴란드 역시 올해부터 시범사업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해외의 주 4일제 실험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효과는 근로자의 스트레스와 피로 감소, 워라밸 개선, 여가활동 증가, 조직 몰입도 상승 등으로 나타났다. 여론은 우호적…서울서베이 찬성 54.5% 시민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2025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주 4.5일제 도입에 대한 찬성 응답은 54.5%로 절반을 넘었다. 다만 노사 현장에서는 여전히 찬반이 엇갈리는 우려 섞인 반응도 함께 나타나고 있어, 향후 시범사업 결과가 여론과 정책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관건은 "왔을 때 감당할 수 있느냐"…데이터 기반 준비가 핵심 과제로 전문가들은 주 4.5일제의 도입 방향 자체는 이미 정해졌으며, 남은 것은 속도와 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근무시간이 줄어도 조직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일하는 방식과 성과 중심의 관리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예고한 2026~2027년 시범사업 성과와 이를 둘러싼 사회적 대화의 진전 여부가, 향후 법정 근로시간 단축 논의의 본격화 시점을 가늠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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