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바람… 국내 러닝 시장, 일상 산업으로 커졌다
박정아 기자2026.10.18약 5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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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부터 백화점까지 '달리기' 바람
해 질 무렵 한강공원과 동네 산책로에서 달리는 사람을 보는 일이 흔해졌다.
한때 유행처럼 번진 러닝이 이제는 한국인의 대표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러닝화와 의류는 물론 유통, 도시 인프라까지 판도를 바꾸고 있다.
달리기 인구 1년 새 60% 늘어… 마라톤 참가자 100만 명 넘겨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 가운데 달리기를 주 종목으로 꼽은 비율은 2024년 4.8%였다.
지난해에는 7.7%로 1년 만에 약 60% 늘었다. 걷기, 등산, 자전거 같은 전통적인 인기 운동이 주춤한 사이 달리기만 꾸준히 성장한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만 13세 이상 가운데 최근 1년 동안 달리기를 해봤다는 응답이 2021년 23%에서 2025년 31%로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1000만 러너 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마라톤 대회 열기는 더 뜨겁다.
경찰청 집계를 보면 국내 마라톤 대회는 2022년 142회에서 2024년 254회로 늘었다.
같은 기간 참가자는 32만9000여 명에서 100만8000여 명으로 3배 넘게 불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224개 대회가 열렸고, 참가 연인원은 약 80만 명에 이른다.
인기 대회는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마감되는 일이 잦아, 러너들 사이에서는 '마라톤 티켓팅'이라는 말이 생겼다.
러닝이 이렇게 빠르게 퍼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을 피하면서 혼자, 시간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 시작했다.
운동화 한 켤레면 시작할 수 있을 만큼 진입 장벽도 낮다.
여기에 스마트워치와 러닝 앱이 보급되면서 달리기는 기록하고 공유하는 놀이가 됐다.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 문화와 SNS 인증, 함께 달리는 '러닝크루' 문화도 젊은 층의 참여를 이끌었다.
나이키 독주 흔들… 호카 3년 새 매출 4배
러닝 인구가 늘면서 운동화 시장 판도도 달라졌다.
호카를 국내에 유통하는 조이웍스의 매출은 2022년 249억원에서 지난해 1065억원으로 3년 만에 4배 넘게 뛰었다.
아식스코리아도 같은 기간 899억원에서 1866억원으로 2배를 넘겼다.
반면 전통 강자인 나이키코리아 매출은 2조109억원에서 1조7936억원으로 약 10.8% 줄었다.
올해 상반기 네이버 러닝화 검색 점유율에서도 호카(24%)가 아식스(19%), 나이키(16%), 온러닝(10%)을 앞섰다.
소비자들이 러닝화를 고르는 기준이 브랜드 인지도나 디자인에서 쿠셔닝, 착화감, 안정성, 반발력 같은 기능으로 옮겨간 결과라는 분석이다.
나이키는 "러닝 시장이 넓고 깊게 확장되며 세분화되는 과정"이라며 데일리 러닝용 신제품을 내놓고 트레일 러닝 제품군도 강화하고 있다.
러닝은 패션으로도 번졌다.
러닝화, 러닝 베스트, 모자, 스포츠 선글라스를 일상복과 함께 입는 '러닝코어'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전문 브랜드가 일상 패션 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한 패션 거래 플랫폼에서는 러닝 관련 상품 구매자의 72%가 2030세대였다.
무신사의 러닝화 판매량은 지난해 82.9% 늘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29CM의 올해 상반기 러닝 의류·용품 거래액은 130% 넘게 증가했다.
백화점·편의점도 '러너 잡기' 경쟁
유통업계도 러너를 잡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27.5%), 신세계(26.8%), 롯데(25%) 등 백화점 3사의 스포츠 부문 매출이 일제히 20% 넘게 늘었다.
한섬은 프랑스 러닝 브랜드 '새티스파이'와 국내 독점 계약을 맺었다.
내년에 팝업스토어와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러닝화 브랜드 '써코니'의 국내 1호 매장을 열었다.
신어보고 직접 달려보는 체험형 매장도 늘고 있다.
'무신사 런 서울숲'은 러닝화를 빌려 서울숲 일대를 달려볼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지난 9월 이용 건수는 1350건으로 한 달 새 2.3배 늘었다.
푸마는 발 모양을 측정하는 풋스캐너와 트레드밀을 갖춘 '러닝랩'을 열었다.
뉴발란스와 아디다스도 북촌과 서촌의 러닝 코스와 연계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편의점 CU는 한강변에 러너용 특화 점포인 '러닝 스테이션'을 19곳까지 늘리며 거점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런티켓'과 부상 관리는 과제
열기가 뜨거운 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대규모 러닝크루가 산책로를 차지하거나 소음을 내 민원이 이어졌다.
그러자 서울 서초구는 반포종합운동장 트랙에서 5명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하는 규칙을 도입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한 조치에 나섰다.
달리는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뜻하는 '런티켓(러닝+에티켓)'이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부상도 늘고 있다.
의욕만 앞선 초보 러너들이 무릎과 발목, 발바닥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자신의 체력에 맞게 거리와 속도를 천천히 늘리고, 달리기 전후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함께 하라고 조언한다.
업계에서는 러닝이 반짝 유행을 넘어 생활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본다.
최근에는 산길과 흙길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까지 떠오르고 있다.
운동화 한 켤레로 시작된 달리기 열풍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