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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빨라졌지만"… AI 결과물 고치느라 두 번 일하는 직장인들

최윤서 기자2026.10.20약 4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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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졌지만"… AI 결과물 고치느라 두 번 일하는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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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슬롭' 확산에 협업 피로 커져… 동료 신뢰와 조직 생산성 갉아먹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사무실 곳곳에 자리 잡으면서 직장인들의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동료가 AI로 순식간에 만든 보고서나 프로그램이 겉보기에는 번듯하지만, 막상 열어 보면 쓸 만한 내용이 없어 다른 사람이 다시 검토하고 고쳐야 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처럼 겉으로는 완성된 듯 보이지만 실속 없는 AI 결과물을 '워크슬롭(workslop)'이라 부른다. 일(work)과 질 낮은 콘텐츠를 뜻하는 '슬롭(slop)'을 합친 말이다. 한 직장인은 "예전에는 일이 늦거나 서툰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다들 빨리 해 온다"며 "그런데 정작 내용이 없어 그걸 전부 검토하느라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고 털어놨다. 최근 같은 부서 직원이 '바이브 코딩'으로 임원 보고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바이브 코딩은 AI에 자연어로 지시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이다. 몇 마디 지시로 이른바 '딸깍' 만들어 낸 결과물은 그럴듯해 보였지만 실제로 쓰기는 어려웠고, 후속 작업은 고스란히 실무자에게 넘어왔다. 보고서와 발표 자료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식은 화려한데 내용이 부실하거나, AI에 준 지시가 구체적이지 않아 업무 맥락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결국 해당 직원에게 일을 맡기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한 건 수습에 두 시간… "보낸 사람 다시 보게 돼" 이 현상에 이름을 붙인 것은 미국 코칭 기업 베터업 연구소와 스탠퍼드대 소셜미디어연구소다. 지난해 미국 직장인 115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40%가 최근 한 달 사이 동료에게서 워크슬롭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결과물 하나를 처리하는 데는 평균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연구진은 이를 직원 한 명당 매달 약 186달러의 숨은 비용으로 추산했고, 직원 1만 명 규모 조직이라면 연간 900만 달러가 넘는 생산성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크슬롭을 받은 사람들은 짜증(53%), 혼란(38%), 모욕감(22%)을 느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이런 결과물을 보낸 동료를 이전보다 덜 창의적이고 덜 유능하며 덜 믿을 만하다고 평가하게 됐다고 했다. 시간을 아끼려던 AI 사용이 결과적으로 동료 관계와 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셈이다. 해외에서는 직장인 셋 중 한 명꼴로 워크슬롭을 '어쩔 수 없는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고치는 데 드는 시간은 그대로인데, 문제를 문제로 여기는 감각만 무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과물만 봐선 실력 몰라"… 기업들, AI 활용 능력 검증 나서 AI가 만든 결과물의 완성도가 일하는 사람의 실제 역량을 가려 버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회계·컨설팅 기업 KPMG와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이 저연차 직원 523명을 대상으로 AI 에이전트 활용 실험을 한 결과, 업무를 AI에 많이 맡기는 'AI 위임자' 유형은 기초 역량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들은 AI로 결과물을 뽑아내는 데는 익숙했지만 스스로 문제를 푸는 능력은 부족했다. 그런데도 AI가 일정 수준의 산출물을 대신 만들어 준 덕분에 최종 성과는 최하위에 머물지 않았다. 결과물만으로는 누가 진짜 일을 잘하는지 가려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AI 활용 능력을 꼼꼼히 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AI를 도구로 제대로 다루는 사람과 AI가 내놓은 결과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사람의 차이가 회사 생산성은 물론 동료의 업무 부담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AI 사용 자체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이다. AI를 팀원처럼 활용하려면 먼저 자신이 풀어야 할 문제를 분명히 정의하고 구체적으로 지시할 수 있어야 하며, AI 시대일수록 새로운 지식을 빨리 익히는 학습력과 문제 해결력이 더 중요해진다. 조직 차원에서도 AI 사용을 무작정 독려하기보다 결과물 검증 책임을 분명히 하고 활용 기준을 마련해야 '딸깍' 한 번의 편리함이 다른 사람의 야근으로 돌아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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