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술

"지우고 싶은 기억만"…유전자 가위로 특정 기억 자른다

정하윤 기자2026.10.23약 2분 소요
공유하기
"지우고 싶은 기억만"…유전자 가위로 특정 기억 자른다
글자 크기
특정 기억만 골라 약화시키는 유전자 가위 기반 기술이 연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억을 저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 신경세포 집단을 표적으로 삼아 관련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공포증 같은 질환의 새로운 치료 접근법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윤리적 논란도 뒤따르고 있다. 기억을 만든 세포만 표적으로 기억은 뇌 속 특정 신경세포 집단, 이른바 '기억 흔적 세포'에 저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어떤 경험을 할 때 활성화된 세포에 표지를 붙이고, 그 세포에서만 유전자 가위가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기억 형성과 유지에 필요한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해 해당 기억의 영향력만 낮추는 원리다. 동물 실험에서는 공포 기억을 학습한 쥐에서 해당 기억과 관련된 세포를 표적으로 삼았을 때 공포 반응이 줄어드는 결과가 관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른 장소나 상황에 대한 기억은 대체로 유지돼, 기억 전체를 흐리게 하는 기존 방식과 차별화된다는 평가다. PTSD·중독 치료 기대…”아직은 기초 단계" 연구계는 이 기술이 외상 기억으로 고통받는 환자나 약물 중독 환자의 치료에 활용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기존 치료는 약물이나 노출 요법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원인이 되는 기억 회로 자체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접근이 다르다. 다만 현실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사람의 뇌에 유전자 가위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방법, 의도하지 않은 유전자 변형(오프 타깃) 위험, 표적이 되는 세포를 정확히 구분하는 문제 등이 해결 과제로 꼽힌다. 한 뇌과학자는 "동물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안전성 검증에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억 조작 논란…윤리적 기준 논의 시급 기억은 개인의 정체성과 직결된 만큼, 지우거나 바꾸는 행위가 인격과 책임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핵심이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없애는 것이 치료인지, 아니면 삶의 맥락을 훼손하는 일인지에 대한 논쟁도 예상된다. 범죄 피해자나 목격자의 기억이 변형될 경우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생명윤리 전문가들은 "치료 목적과 적용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본인의 충분한 동의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가이드라인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정 기억만 겨냥하는 기술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도구가 될지, 새로운 윤리적 딜레마를 낳을지 과학계와 사회의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공유하기

기술 분야 기사

아신위크 뉴스레터 구독하기

주요 소식을 이메일로 가장 먼저 받아보세요.

무료로 구독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