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계산대에서 비닐봉투가 사라진 지 7년… 이제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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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계산대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를 볼 수 없게 된 지 7년이 됐다.
장바구니와 종이상자, 재사용 종량제봉투를 쓰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장보기 풍경이다.
하지만 신선식품 매대에 걸린 '속비닐'과 온라인 장보기 포장재처럼 규제 밖에 남은 비닐은 여전히 많다.
여기에 올해 중동전쟁으로 비닐 원료인 나프타 수급까지 흔들리면서 비닐봉투 문제는 환경을 넘어 자원 안보의 문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현행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2019년 1월부터 전국 대형마트 약 2000곳과 매장 면적 165㎡ 이상 슈퍼마켓 약 1만1000곳에서는 돈을 받고 팔더라도 일회용 비닐봉투를 쓸 수 없다.
석 달의 계도기간이 끝난 그해 4월부터는 백화점과 복합쇼핑몰도 대상에 들어갔다.
어기면 매장 운영 주체에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대형마트들은 이보다 앞선 2010년 정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비닐봉투 판매를 먼저 중단했다.
예외도 있다.
생선·정육처럼 물기가 있거나 흙 묻은 채소처럼 포장하지 않으면 다른 물건을 오염시킬 수 있는 제품을 담는 속비닐은 계속 쓸 수 있다.
B5 규격이나 0.5ℓ 이하의 작은 봉투도 허용된다.
법 시행 초기에는 생분해성 수지로 만든 봉투도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가 2018년 4월 주요 대형마트 5곳과 속비닐 감축 협약을 맺고 매대의 롤비닐 비치 장소와 크기를 줄이자, 대형마트 속비닐 사용량은 2017년 1596t에서 2021년 466t으로 약 70% 줄었다.
손이 닿는 곳에서 비닐을 치우는 것만으로 사용량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다만 마트 밖으로 시야를 넓히면 상황이 다르다.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 소비가 굳어지면서 국민 1인당 연간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은 2017년 460개에서 2020년 533개로 15.9% 늘었다. 같은 기간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56.9% 증가했다.
배달과 택배가 늘면서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 배출량은 2019년보다 2021년에 80% 넘게 급증했다.
마트 계산대에서 줄어든 비닐이 새벽배송 상자와 배달 봉투로 옮겨 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022년 11월 편의점 등 종합소매점으로 비닐봉투 금지를 확대했지만 1년의 계도기간을 뒀고, 이후 소상공인 부담을 이유로 계도기간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하면서 자율 감량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통시장과 소규모 점포는 처음부터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소비자 사이에서는 "어디는 주고 어디는 안 준다"는 혼란도 여전하다.
올해는 중동전쟁으로 비닐과 플라스틱의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불안해졌다.
지난 3월에는 종량제봉투 품절 우려로 사재기가 벌어졌다.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의 종량제봉투 판매량은 1년 전보다 287%, 롯데마트는 140% 늘었다. 비닐백 판매도 93% 증가했다.
이마트 80여 개, 롯데마트 10여 개 점포가 구매 수량을 제한했고, 홈플러스도 1인당 1묶음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지침을 점포에 내려보냈다.
포장용기 업체들은 제품값을 8~15% 올렸고 일부 품목은 30%까지 인상했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비닐 사용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월 국무회의에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 전망치 대비 신재(新材) 플라스틱을 30% 이상 줄이는 것이 목표다.
생활·사업장 폐플라스틱은 2024년 약 780만t에서 2030년 약 1000만t으로 늘 것으로 전망되는데, 원천감량과 재생원료 사용으로 실제 발생량을 700만t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계획에는 비닐봉지를 직접 겨냥한 내용도 들어 있다.
비닐봉지·화장품 용기 등은 재사용이 가능한지, 재활용이 쉬운지 평가해 플라스틱이 꼭 필요하지 않으면 종이 등 대체재로 바꾸도록 유도한다.
지금은 페트병에만 적용되는 재생원료 의무 사용 목표를 비닐류로 넓히고, 품귀 사태를 겪은 종량제봉투부터 재생원료 설비 교체를 지원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번 중동전쟁은 위기이지만, 수입자원에 의존하며 대량생산·폐기하는 선형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할 기회"라고 말했다.
업계와 환경단체 모두 다음 과제로 계산대 이후의 비닐을 꼽는다.
신선식품 매대에 남은 속비닐, 온라인 장보기와 배달 포장재, 규제가 미치지 못하는 소규모 점포까지 어떻게 줄일지가 관건이다.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비닐봉투를 없앤 경험이 '불편하지만 결국 익숙해진다'는 교훈을 남긴 만큼, 대체재 비용과 소비자 편의를 함께 고려한 단계적 확대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