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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더 나아지도록"… 덜 해치는 여행에서 되살리는 여행으로

박지은 기자2026.10.29약 6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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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지도록"… 덜 해치는 여행에서 되살리는 여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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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쓰레기를 덜 만들고 탄소를 덜 내는 '덜 해치는 여행'이 목표였다. 이제는 내가 다녀간 곳이 그전보다 나아지도록 돕는 여행이 주목받는다. 여행객이 해변 정화에 참여하고, 주민이 운영하는 숙소에 묵고, 사라져 가는 지역 문화를 배우며 돈을 쓰는 방식이다. 이른바 '재생형 관광(Regenerative Tourism)'이다. 한국관광공사는 2026년 관광 트렌드 키워드 'D.U.A.L.I.S.M.' 가운데 '적응형 회복탄력성'의 대표 흐름으로 재생형 관광을 꼽았다. 기후 위기와 지역 소멸 문제가 커지면서 여행이 일종의 가치 소비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행객이 환경 보전과 지역 상생에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고르는 경향도 뚜렷해질 것으로 봤다. ◆ 한국 여행객 76% "지속가능성 따진다"… 핵심은 '현지와의 교감' 수치로도 변화가 드러난다. 아고다의 '2026 지속가능한 여행 설문조사'에서 한국 여행객의 76%는 여행 상품을 고를 때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 1년 전 73%보다 높아졌다. 눈에 띄는 것은 '지속가능한 여행'의 의미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한국 응답자의 48%는 지속가능한 여행의 핵심으로 '여행지와의 깊고 진정성 있는 교감'을 꼽았다. 지역 주민과 사업체에 대한 경제적 기여(22%)와 자연환경 보존(15%)이 뒤를 이었다. 일회용품을 줄이는 소극적 실천에서, 지역 문화와 함께하며 실제로 도움을 주는 여행으로 인식이 옮겨 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선호하는 경험으로는 지속가능성 인증 숙소(36%)와 현지 생태계 보전이나 지역사회 지원이 결합된 투어(31%)가 상위에 올랐다. 부킹닷컴이 35개국 3만2500명을 조사한 '2026 지속가능한 여행 보고서'에서도 한국 여행객의 84%가 지속가능한 여행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세대별 차이도 있었다. 앞으로 1년 안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여행할 의향은 Z세대(75%)와 밀레니얼 세대(71%)에서 높았다. 반면 여행 중 쓰레기 줄이기 같은 생활 속 실천은 베이비붐 세대(67%)가 Z세대(48%)보다 적극적이었다. 젊은 층은 현지 문화 체험이나 야생동물 보호 활동처럼 '경험형' 실천을 선호했다. 부킹홀딩스 집계로는 지난해 제3자 지속가능성 인증을 받은 숙소의 예약이 1억 건을 넘었다. 기후 변화를 체감하는 정도도 크다. 악천후가 예상되는 여행지를 일부러 피한다는 한국 응답자는 76%로 글로벌 평균(68%)보다 높았다. 지난 1년간 날씨나 자연재해 때문에 여행 계획을 바꾸거나 취소한 경험도 36%로 글로벌 평균(31%)을 웃돌았다. ◆ 쓰레기 주우면 박물관 공짜… 코펜하겐의 실험 해외에서는 재생형 관광을 제도로 만든 사례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덴마크 코펜하겐의 '코펜페이(CopenPay)'다. 기차나 전기차로 도착하거나, 자전거로 이동하거나, 공원 쓰레기 줍기와 카약을 타며 운하 쓰레기 건지기 같은 활동에 참여한 관광객에게 박물관 입장권, 가이드 투어, 무료 자전거 대여 같은 혜택을 준다. 관광세를 걷는 대신 행동 변화를 보상으로 끌어내는 방식이다. 2024년 여름 25개 기관이 참여한 작은 실험으로 시작했다. 2025년에는 참여 기관을 100곳 안팎으로 늘리고 운영 기간도 한 달에서 약 석 달로 연장했다. 서류 작성이나 앱 설치 없이 영수증 같은 간단한 증빙만으로 참여할 수 있어 호응을 얻었다. 베를린과 브레멘, 헬싱키 등 다른 유럽 도시들도 비슷한 시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 해녀와 함께 바다를 닦는 여행… 제주 '해녀스테이' 국내에서는 제주 해녀마을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제주관광공사가 2023년 구좌읍 세화리에서 시범 운영한 '해녀스테이'는 해녀와 함께 마을을 걷고 물질 문화를 체험하며 마을 안 숙소에 머무는 체류형 프로그램이다. 2024년 김녕리, 2025년 한림읍 금능리로 넓혀 지금까지 이용객이 2800명을 넘었다. 해녀들은 협동조합을 꾸려 주민 주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어업 외 소득도 약 1억7000만 원을 올렸다. 금능마을의 '갯닦이' 체험은 해녀가 바다와 공존해 온 방식을 여행객이 몸으로 겪어 보게 한다. 제주의 등록 해녀는 지난해 기준 2371명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당시인 2016년 4005명보다 41% 줄었다. 70세 이상 고령 해녀가 전체의 63%를 넘는다. 관광이 문화가 이어질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제주관광공사는 등재 10주년을 맞아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2026 제주해녀문화주간-바닷말싸미'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세 마을에 서귀포시 법환마을이 새로 합류했다. 정부 차원의 주민 주도형 관광 육성도 이어지고 있다. 2013년 시작된 '관광두레' 사업은 지금까지 152개 지역에서 1400여 개 주민사업체를 키웠다. 올해 신규 공모에는 116개 사업체가 신청해 48곳이 선정됐다. 경쟁률은 약 2.4대 1이었다. ◆ "구호 아닌 측정 가능한 성과 필요"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름만 '친환경'을 내건 그린워싱 상품이 섞일 수 있고, 여행객의 참여가 실제로 지역에 얼마나 보탬이 됐는지 측정하기 어렵다. 비용 부담도 걸림돌이다. 인증 숙소나 체류형 프로그램은 일반 상품보다 비싼 경우가 많아, 인식이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의향과 실천의 간극'이 여전하다. 관광업계는 재생형 관광이 오버투어리즘과 지역 소멸이라는 두 문제를 함께 풀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사람을 많이 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래 머물며 지역 안에서 돈과 관계가 돌게 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여행객이 '스쳐 가는 손님'에서 '잠시 머무는 주민'이 될 때, 관광은 지역을 소모하는 산업이 아니라 되살리는 산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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