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대신 러닝화"…퇴근 후 술잔 대신 운동화 끈 조인다
김지수 기자2026.08.31

S-OIL도 사내 러닝크루…"엘리베이터 화면 보고 자연스레 관심"
퇴근 후 삼겹살에 소주잔을 기울이던 회식 문화가, 이제는 함께 땀을 흘리며 달리는 '러닝크루' 문화로 옮겨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S-OIL의 사내 러닝크루다.
담당 매니저는 "크루가 생기고 난 다음에는 회사 내에서도 러닝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개인적으로 5㎞, 7㎞를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물어보는 분들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엘리베이터 화면 등 회사 내부 채널을 통해 러닝크루 소식을 접한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S-OIL 러닝크루는 매년 회원들과 함께 마라톤 대회에 단체로 참가하는데, 오는 10월 열리는 한경서울마라톤도 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대회 중 하나다.
신 책임매니저는 "마라톤은 혼자 신청해 뛰는 것도 좋지만, 동료들과 함께 준비하고 완주하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팔 걷었다…강동구 '야간 러닝크루'에 청년 몰려
이런 흐름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정책 프로그램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는 만 19~39세 강동구민 또는 구 소재 직장인을 대상으로 '청년 액티브 챌린지 러닝크루'를 운영하고 있다.
1기는 6월 29일부터 7월 23일까지 매주 월·목요일, 2기는 8월 24일부터 10월 19일까지 매주 월요일에 각각 오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광나루 한강공원과 고덕천 산책로 일대에서 진행된다.
참여자는 전문 강사의 지도에 따라 올바른 달리기 자세와 호흡법,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 단계별 훈련법을 배우며, 개인 체력 수준에 맞춰 무리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매회 3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하는데, 신청이 몰릴 정도로 청년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청년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라며 "앞으로도 청년층의 생활 패턴과 수요를 반영한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월회비 없이 느슨하게"…소모임 앱 통해 자발적으로 뭉치는 2030
기업이나 지자체가 조직한 프로그램 외에도, 직장인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러닝크루도 활발하다.
소모임 플랫폼에는 "혼자 달리기 지루할 때 함께 뛰고 싶을 때"를 슬로건으로 내건 크루부터, "느려도 됩니다, 매번 나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를 원칙으로 삼는 저부담형 크루까지 다양한 형태의 모임이 활동 중이다.
부산 시민공원·광안리 일대에서 활동하는 한 러닝크루는 월회비 없이 주 2~3회, 저녁 7시 이후 5㎞ 내외를 함께 달리며 20~30대 직장인들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
이처럼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당근마켓 모임, 네이버 밴드 등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퇴근 후 술자리보다 운동이나 자기계발, 취미모임을 선택하는 2030세대의 흐름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혼자는 작심삼일, 함께라면 완주"…느슨한 연대가 매력
러닝크루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명확하다.
혼자 하는 운동은 작심삼일로 끝나기 쉽지만,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있으면 꾸준함을 유지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다.
특히 회식과 달리 늦은 밤까지 이어지지 않고, 억지로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되며, 운동을 마친 뒤 홀가분하게 각자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 직장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강제성이 덜하고 참가 여부도 자유로운 '느슨한 연대' 방식이라는 점 역시, 위계와 부담이 뒤따르던 기존 회식 문화와 대비되는 지점으로 꼽힌다.
마라톤 대회 참가 열기와 맞물려 시너지
이런 러닝크루 열풍은 최근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마라톤 대회 참가 붐과도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
회사나 크루 단위로 마라톤 대회에 단체 참가하는 사례가 늘면서, 러닝이 동료·친구들과 함께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사회적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회를 앞두고 함께 훈련하며 유대감을 쌓고, 완주라는 공동의 성취를 나누는 과정 자체가 기존 회식이 채워주던 조직 내 결속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러닝크루 문화가 술 중심의 회식 문화에 대한 반작용이자, MZ세대의 건강·자기관리 중시 가치관이 결합한 변화일 수 있다. 다만 이런 문화가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업과 지자체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프로그램 다양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회식이 술이 아니어도 성립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조직이 러닝을 비롯한 건강한 형태의 회식 대안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