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응답률 13년 만에 최고치…18명 중 1명꼴
한지훈 기자2026.09.08

319만 명 참여 전수조사…6년 연속 상승세
초·중·고 학생 100명 중 약 3명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교육부가 9일 발표한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9%로 지난해(2.5%)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전수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번 조사는 16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13일까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재학생 약 390만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319만 명(81.9%)이 참여했다.
피해 응답률은 2019년 1.6%에서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확대된 2020년 0.9%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2021년 1.1%, 2022년 1.7%, 2023년 1.9%, 2024년 2.1%, 2025년 2.5%로 6년 연속 꾸준히 상승해왔다.
초등생 5.7%로 18명 중 1명꼴…6년 만에 3배 이상 급증
학교급별로 보면 저연령일수록 피해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초등학교가 5.7%로 전년보다 0.7%포인트 상승했고, 중학교는 2.3%(0.2%포인트↑), 고등학교는 0.8%(0.1%포인트↑)로 모든 학교급에서 피해 응답률이 늘었다.
초등학생 5.7%는 18명 중 1명꼴로 피해를 경험했다는 뜻이다.
특히 초등학생 피해 응답률은 2020년 1.8%에서 6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뛰어올라, 저학년층의 학교폭력 노출이 유독 빠르게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언어폭력 37.8% 최다…신체폭력·집단따돌림 비중은 확대
피해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37.8%로 가장 많았고, 집단따돌림 17.1%, 신체폭력 15.7%, 사이버폭력 7.0% 순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언어폭력과 사이버폭력의 비중은 각각 1.2%포인트, 0.8%포인트 감소한 반면, 신체폭력은 1.1%포인트, 집단따돌림은 0.7%포인트 증가했다.
피해 발생 장소는 학교 안이 69.6%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학교 밖은 28.0%로 나타나 학교폭력의 상당 부분이 교내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가해 응답은 0.8% 감소…목격 응답은 6.7%로 상승
흥미로운 대목은 피해 응답률이 오른 것과 달리 가해 응답률은 지난해 1.1%에서 0.8%로 0.3%포인트 떨어졌다는 점이다.
반면 학교폭력을 목격했다고 답한 비율은 6.1%에서 6.7%로 상승했으며, 초등학생의 목격 응답률은 11.0%에 달했다.
피해와 목격 응답은 늘어난 반면 가해 응답만 줄어든 이번 결과는, 학생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도 자체가 높아지면서 예전 같으면 넘어갔을 상황도 피해로 인식하는 경향이 커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사법화 심화" 우려…심의 회부율도 47.6%→51.7%로 증가
이런 흐름 속에 학교폭력 처리 절차의 '사법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접수된 사안 가운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로 이어진 비율은 전년 47.6%에서 51.7%로 4.1%포인트 높아졌는데, 동시에 심의 결과 '학교폭력 아님'으로 판단된 비율도 18.8%에서 22.1%로 3.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실제로는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까지 공식 심의 절차로 넘겨지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에 대해 "일상적인 관계 갈등까지 신고와 조사, 심의와 처분으로 이어지는 공식 절차에 의존하면서 학교의 사법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교원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 학교폭력 제로센터 담당자들도 초기 갈등 단계에서는 심의나 사법적 절차로 넘기기보다 학교에서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디지털기기 사용 증가가 원인"…'야차룰'·'스파링' 등 신종 학폭도 부상
조사 분석진은 이번 피해 응답률 상승의 배경으로 디지털기기 사용 증가에 따른 청소년들의 대면관계 경험 부족과 공감 역량 저하, 교우 갈등이 학교폭력으로 전이될 가능성, 학생·학부모의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도 상승 등을 복합적으로 꼽았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이른바 '야차룰'이나 '스파링' 등 새로운 형태의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경찰청과 학교전담경찰관(SPO)을 통한 예방교육을 확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협력해 사이버공간에서의 학교폭력 영상 유포 등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체험·교육 중심 대응이 실제 재발 방지로 이어질지
교육부는 체험·실천 중심의 예방 교육을 확대하고 관계회복 중심의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초등학생 피해 응답률이 6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데다, 심의 절차로 넘어가는 사안이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처벌 강화나 절차적 대응을 넘어 초기 갈등 단계에서부터 실질적인 교육적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기기 사용 증가와 신종 학교폭력 유형 확산이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겹친 만큼, 교육당국의 대응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