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작년 폐업 97만6000개, 그중 절반이 '3년 이상 된 가게'

박지은 기자2026.09.18
작년 폐업 97만6000개, 그중 절반이 '3년 이상 된 가게'
폐업률 8.64%로 소폭 하락했지만…"100만 개에 육박, 여전히 심각" 지난해 국내에서 문을 닫은 사업체가 97만6000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6월 30일 국세청의 폐업자 현황 통계와 폐업 소상공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종합해 발표한 '폐업자 현황·실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사업체는 1년 전(100만8000개)보다 3만2000개 줄었지만 여전히 100만 개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폐업률은 8.64%로 전년(9.04%) 대비 0.40%포인트 하락했지만, 제조업·도매업·소매업·음식업·숙박업·서비스업 등 이른바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의 폐업률(11.08%)은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3년 이상 버틴 가게마저 무너진다"…일정 기반 갖춘 사업체도 폐업 증가 이번 통계에서 특히 우려스러운 건 폐업한 사업체의 상당수가 이미 일정 기반을 갖춘 곳이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폐업 사업체 가운데 절반가량이 창업 3년 이상 된 가게였는데, 이는 단순히 초기 창업 실패가 아니라 어느 정도 시장에 자리를 잡았던 사업체들마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폐업자의 64.4%는 정상 매출보다 40% 이상 매출이 감소한 뒤 결국 폐업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나, 이번 폐업 증가의 근본 원인이 내수 부진에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업종별 최고는 소매업 15.40%, 최저는 전기·가스·수도업 3.29%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소매업으로 15.40%에 달했고, 전기·가스·수도업이 3.29%로 가장 낮았다. 폐업 사유로는 '사업부진'이 49만2000개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조사에서도 식음료업(카페·음식점) 연간 폐업률이 12~15%대, 신규 개업 후 3년 이내 폐업 비율이 전체의 4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4~2026년 사이 식음료 원재료비가 15~20% 오르고 임대료도 평균 10~15% 인상된 반면, 판매가 인상은 5~8% 수준에 그치며 마진율이 급격히 악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건설업·제조업·전문서비스업은 폐업률이 2~4%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창업기업 10곳 중 6곳은 5년 내 문 닫아…예술·스포츠업 생존율 22.3% 단기 폐업뿐 아니라 장기 생존율로 봐도 국내 창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의 5년 후 폐업률은 66.2%로, 이는 창업기업 3곳 중 2곳이 5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업종별 5년 후 생존율을 보면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이 22.3%로 가장 낮았고, 숙박·음식점업도 22.8%에 그쳤다. 사업지원서비스업(26.8%)과 도·소매업(29.7%)도 20%대에 머물렀으며, 제조업(42.8%)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55.4%) 정도만 절반을 넘겼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생존 지표보다도 열악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60대 이상 폐업 '나 홀로 증가'…"디지털 전환 격차가 주요 원인"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어려움이 두드러졌다. 다른 연령대의 폐업은 정체되거나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 폐업 비중은 2023년 22.3%에서 지난해 24.4%(23만7000개)로 나 홀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최원영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일수록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적응이 어렵다"며 "최근 온라인 영업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내수 충격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서비스업 분야에 대형 사업자와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디지털 전환 대응이 미흡한 영세 자영업자가 부실화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폐업할 때 68.5%가 빚더미…고령일수록 부채 규모 더 무거워 폐업 자체도 힘들지만, 폐업 이후 남는 부채 부담은 더 큰 문제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사업을 접을 당시 부채를 보유하고 있던 경우가 68.5%에 달했는데, 나이가 많을수록 폐업 시점의 부채 규모도 컸다. 60대 이상은 평균 9897만 원, 50대 8424만 원, 40대 7673만 원, 30대 7295만 원, 20대 이하 3567만 원 순으로 나타나, 은퇴 후 생계형 창업에 나선 고령층일수록 폐업의 경제적 후유증이 더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상권 공실은 오히려 낮다"…생계형 몰락, 자본력 있는 곳이 채워 이런 대규모 폐업에도 불구하고 핵심 상권의 공실률은 생각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금의 폐업이 자본력이 부족한 개인 영세 사업자에 집중돼 있으며,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대형 프랜차이즈나 자본력이 탄탄한 브랜드가 빠르게 채우고 있다고 짚었다. 이는 자영업 생태계가 '생계형의 몰락'과 '기업형의 확장'이라는 이중적 구조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내수 회복 없이는 구조적 폐업 흐름을 꺾기 어렵다" 이번 폐업률 소폭 하락에도 불구하고, 3년 이상 된 사업체까지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난 만큼 이는 일시적 내수 부진의 결과다. 앞서 확인된 자영업자 대출 잔액 1100조 원 돌파와 취약차주 연체율 급등 현상과 맞물려, 폐업 증가와 부채 확대가 서로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추진 중인 폐업 소상공인 정책자금 상환 유예 같은 사후 지원책과 함께, 내수 회복이라는 근본적인 처방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런 폐업 증가 흐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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