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 미친듯 일"…주4일제 '업무 과부하' 딜레마
최윤서 기자2026.09.17

미국 세이프가드 글로벌, 직원 반발로 결국 제도 전환
주 4일제를 향한 기대와 달리, 실제 도입 현장에서는 예상 밖의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포춘에 따르면 전 세계 78개국에 약 1000명의 원격근무 직원을 둔 글로벌 인력관리업체 세이프가드 글로벌은 2023년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해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업무를 집중적으로 처리하고 금요일은 쉬도록 하는 방식이었는데, 시행 이후 직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결국 "월화수목 미친듯 일해야 한다"는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회사는 이 제도를 폐기하고 근무시간 자체보다 업무 성과와 직원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전환했다.
"업무량은 그대로인데 근무일만 줄었다"…압축노동의 함정
근무일수만 하루 줄이고 처리해야 할 업무량 자체는 그대로 유지될 경우, 남은 4일 동안 업무가 압축되며 강도가 세지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실제 전문가들은 명확한 목표 설정과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구성원 공감대 형성 없이 성급하게 제도를 도입할 경우 업무 혼란과 생산성 저하, 고객 불만 증가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져 결국 제도 자체를 철회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많은 주4일제 실패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국내서도 카카오·에듀윌 도입 후 폐지…"줬다 뺏는 갈등" 우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카카오와 에듀윌은 각각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했지만 2023년 3월을 전후해 결국 폐지했다.
문제는 시범 도입 이후 이를 다시 없앨 경우, 직원들 입장에서는 '줬다가 빼앗는' 느낌이 강해지며 오히려 사내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런 기업들에서는 노조 가입률이 눈에 띄게 오르거나 퇴사율이 높아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주 4일제가 국가시책이 아니라 개별 기업의 판단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 국내 제도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하다.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면 언제든 제도를 철회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병원은 다르다"…세브란스는 사직률 19.5%→7%로 성공 사례
다만 모든 사례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MBC 'PD수첩'이 최근 취재한 바에 따르면, 24시간 운영이 필수인 병원에서도 주 4일제를 안착시킨 사례가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2023년부터 간호사를 대상으로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시작했는데, 그 결과 3년 미만 간호사의 사직률이 19.5%에서 7%로 크게 떨어졌고 병가 일수도 줄었다.
업무에 지친 간호사들이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확보하면서 직장 만족도뿐 아니라 환자 돌봄의 질까지 함께 높아졌다는 평가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임금이 다소 낮아지는 트레이드오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업무 강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업무 방식 자체를 효율적으로 재설계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MZ세대도 우려 목소리…"업무 분장 불균등해질까 걱정"
정작 주 4일제를 가장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MZ세대 사이에서도 업무 과부하에 대한 우려는 상당하다.
한 설문조사에서 MZ세대의 83.8%가 주 4일제 도입을 원한다고 답했지만, 큰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13.3%에 그쳤다.
의료 계통에서 일한다는 한 응답자는 "병원은 사실상 주 5.5일제나 다름없어서 주 4일제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다른 응답자는 "정규직 담당자가 빠르게 대응해줘야 업무가 진행되는데, 업무 분장이 불균등해질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52.8%는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을 가장 기대되는 효과로 꼽아, 제도 자체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온도차 뚜렷…제조·건설·유통업 "비용 부담 크다"
노동시간과 생산량이 비례하는 업종에서는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납기 지연이나 매출 손실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
실제로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제조업을 비롯해 건설업, 유통업 등은 주 4.5일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들 업종은 근무시간 단축이 곧바로 비용 부담 증가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사무직 중심의 서비스업이나 지식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도입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해법은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유연근무 인프라가 관건
전문가들은 주 4일제가 안착하려면 근무일을 하루 줄이는 것 이상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기업일수록 오프라인 중심의 근무 체계만으로는 업무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유연근무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4일제는 제도적 변화에 그칠 뿐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도 시행 이후에도 정기적인 직원 설문을 통해 만족도와 업무 강도, 생산성에 대한 인식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개선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량 조정 없는 '근무일수 단축'만으로는 지속되기 어렵다
결국 주 4일제의 성패는 '업무량과 프로세스를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세브란스병원처럼 업무 강도를 실질적으로 조정하며 안착한 사례가 있는 반면, 세이프가드 글로벌이나 카카오·에듀윌처럼 준비 없이 도입했다가 오히려 업무 과부하와 조직 갈등을 겪고 철회한 사례도 공존하는 만큼, 국내에서 논의 중인 주 4.5일제 역시 이런 시행착오를 얼마나 미리 반영해 설계하느냐가 향후 성공 여부를 가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