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이란 갈등에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너지 위기'

정하윤 기자2026.08.25
미·이란 갈등에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너지 위기'
TTF 가격, 5개월 만에 70유로 돌파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중동發 지정학적 리스크로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근월물 계약은 최근 메가와트시(MWh)당 70유로 선을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돌파했다. 미국과 이란 군대 간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 중동에서 발생하면서 다가오는 가을 난방 시즌을 앞두고 유럽의 공급 안보에 대한 새로운 불안이 확산된 여파다. 영국 도매 가스 시장인 NBP 계약도 6% 이상 급등해 섬당 175펜스를 넘어섰다. 유가도 동반 급등…브렌트유 배럴당 90달러 돌파 가스 가격 급등은 국제유가 상승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며 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도매 가스 선물 가격의 급등과 유가 상승이 겹치면서 유럽 산업 부문 전반에 걸쳐 비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향후 통화정책 결정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에너지 투입 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이 물가 전망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저장시설 충전율 62%…5년 평균보다 17%포인트 낮아 문제는 이번 지정학적 충격이 이미 취약해진 공급 기반 위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공급 충격은 유럽이 2026~2027년 겨울 난방 시즌을 준비하는 가운데 지하 가스 저장시설 전반에 걸친 구조적 부족과 맞물리고 있다. 유럽 가스 인프라(Gas Infrastructure Europe)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유럽 지역 저장시설의 충전율은 전체 용량의 약 62%로, 5년 계절 평균 대비 약 17%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남유럽 전역을 강타한 폭염으로 여름철 전력 수요가 평년보다 많았던 데다, 노르웨이 해상 파이프라인의 정기 유지보수가 겹치면서 8월 내내 저장시설 재충전 속도가 크게 제한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3월에도 한 차례 폭등…"미·이란 전쟁이 최대 변수" 사실 유럽 가스 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흔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미국·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분쟁 당시에도 네덜란드와 영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하루 만에 40% 이상 급등하며 2023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아시아와 유럽의 난방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음에도 재고 수준이 낮아, 향후 재고를 다시 채우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에도 이란과의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가스 가격은 등락을 반복해왔으며, 이번 재충돌로 다시 상승 압력을 받는 모양새다. 국제기구·연구기관도 '공급 취약성' 잇따라 경고 국내외 연구기관들도 유럽의 에너지 공급 취약성을 거듭 지적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의 조기 중단 우려, 노르웨이 가스전의 정기 유지보수, 우크라이나 가스 저장시설 관련 리스크 등을 유럽 가스 가격 상승의 복합적 배경으로 짚으며, 성수기인 겨울철 날씨와 공급 리스크가 결부될 경우 가격 급등세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시장 분석기관 에너데이터(Enerdata) 역시 지난 5년이 석유·가스 가격 역사상 가장 변동성이 극심했던 시기 중 하나였다며, 지난 3월 발발한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화석연료 가격 폭등을 초래하며 국제 시장의 불확실성을 다시금 키웠다고 분석했다. 전망 전문가들은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지 않는 한, 유럽 가스 가격의 변동성이 겨울철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저장시설 충전율이 예년보다 크게 낮은 상태에서 한파 등 돌발 변수가 겹칠 경우, 2022년 에너지 위기에 준하는 가격 급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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