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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있는데"…美, AI 전력망에 6500억 달러 쏟아붓는다

한지훈 기자2026.09.24
"전기 있는데"…美, AI 전력망에 6500억 달러 쏟아붓는다
2050년까지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최대 50조 달러…미국이 절반 차지 전 세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의 판이 바뀌고 있다. 삼일PwC가 최근 발간한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망 2026~2050'에 따르면 2026년부터 2050년까지 글로벌 데이터센터 누적 자본투자는 기준 시나리오로 31조6000억 달러, AI 도입이 가속화될 경우 최대 50조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연간 투자액도 올해 약 800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1000억 달러, 2050년 1조8000억 달러로 계속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미주가 2050년까지 16조5000억 달러로 전 세계 투자의 약 48%를 차지하는데, 이 가운데 미국에만 15조1000억 달러가 집중될 전망이다. 올해 한 해만 놓고 봐도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메타·오라클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미국 데이터센터 확장에 650억~750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어놓고도 못 쓴다"…1990년대 전력망 위에 AI 수요 폭탄 이런 천문학적 투자가 향하는 곳은 건물이 아니라 '전력'이다. 미국의 전력망은 대부분 1990년대에 구축된 것으로,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반도체 공장이라는 전례 없는 새로운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건설 붐 속에서도 정작 전력을 공급받지 못해 수년째 비어 있는 시설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기는 있지만 연결할 수 없는' 기형적인 상황이 미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전력은확보 여부에 따라 산업 입지와 기술 패권, 도시의 성장 속도까지 좌우하는 전략 자원으로 취급되고 있다. 서용태 삼일PwC 파트너 "건설보다 '전력 확보 속도'가 승부처" 이번 AI 인프라 투자 경쟁의 진짜 승부처는 건설 속도가 아니라 전력 확보 속도다. 서용태 삼일PwC AIDC 전담팀 리더(파트너)는 "AI 인프라 투자 경쟁의 핵심은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많이 건설하느냐보다, 안정적인 전력을 얼마나 신속하게 확보해 실제 가동 가능한 연산 인프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인프라와 달리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서버 등 핵심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를 4~6년마다 교체해야 하는 특성상 지속적인 재투자가 필요한데, 이에 따라 전체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ICT 장비 비중은 올해 70%에서 2050년 93%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빅테크, 발전소 직접 짓거나 장기 전력구매계약…"전기가 곧 경쟁력"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이런 전력 병목을 뚫기 위해 직접 발전 프로젝트에 뛰어들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가동하기 위해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직접 체결하거나, 아예 발전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가스터빈과 초고압 변압기 같은 핵심 장비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납기 기간이 과거 대비 2~3배 이상 길어진 상태다. 전력망 연결 지연이 장기화되자, 데이터센터 부지 안에서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온사이트 발전'도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뉴욕주는 1년간 신규 건설 중단…텍사스도 전력망 접속 승인 정지 전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부 주 정부는 강경한 규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뉴욕주는 50메가와트(MW) 이상 대형 데이터센터의 신규 건설을 1년간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발동했고, 텍사스주도 지난 8월 초 전력망 접속 승인을 일시 중단했다. 이는 무분별한 데이터센터 유치가 지역 전력망에 과부하를 일으키고, 그 비용 부담이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골드만삭스가 지난 2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이 2026~2027년 미국 소비자 전기요금을 6% 끌어올리고, 이 충격이 근원 소비자물가(PCE)를 0.3%포인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포인트씩 끌어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최대 전력 도매시장 PJM에서는 데이터센터 수요로 인한 누적 비용 전가 규모가 최근 4차례 용량경매에서만 300억 달러(약 4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 반발도 거세…7월 한 달만 42개 주서 142건 시위 전력망 부담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지역사회의 반대로 지연되거나 취소된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규모는 총 1560억 달러에 달했으며, 지난 7월에는 미국 42개 주에서 142건의 반대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지난 6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단 14%만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 AI 프로젝트를 위한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애리조나주 굿이어와 버키에서는 개발업체 트랙트가 추진하던 14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주민 조직의 압박에 따른 지방정부의 용도변경 불허로 결국 철회되기도 했다. 한국도 반사이익…HBM·전력기기·냉각기술 '전방위 수출' 기회 이런 미국의 전력 확충 붐은 한국 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와 함께 변압기·전선·발전설비 등 전력 밸류체인 전반에서 수주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변압기·차단기 섹터는 글로벌 공급 부족의 대표적 수혜 분야로, 전선·케이블 섹터는 미국 송전망과 유럽 해상풍력 확대의 수혜 분야로 각각 꼽힌다. 서 파트너는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전력기기, 냉각 및 에너지 관리 등 AI 인프라 공급망 전반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韓은 아직 'AI 전용 전기요금' 부재…"가격 경쟁력의 함정" 지적도 다만 한국의 제도적 대응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AIDC(AI데이터센터) 특별법은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와 인허가 일괄처리 등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었지만, 정작 전력 비용을 '누가, 어떤 조건으로,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직접 전력구매계약 특례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반대로 최종 제외되면서, 재생에너지 PPA만 허용되는 구조로 확정된 상태다. 미국이 '전용 요금 등급'과 '원인자 부담' 원칙을 통해 전력 비용의 사회적 전가를 차단하면서도 투자를 유인하는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이런 세부 제도적 틀을 갖추지 못했다. "전력 확보 속도가 AI 패권 경쟁의 승부처가 될 수 있을까"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반도체를 실제로 가동시킬 전력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이 65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데이터센터에 쏟아붓고도 전력망 병목과 주민 반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만큼, 이런 갈등을 얼마나 신속하게 조율하느냐가 미국의 AI 패권 유지 여부를 가를 수 있다.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전력기기·냉각기술 공급국들에는 이런 미국발 전력난이 새로운 수출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이 흐름을 얼마나 빠르게 포착해 공급망 지위를 굳히느냐도 주목할 점이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이나 투자에 대한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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