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서 광화문까지…현대차 자체 자율주행 AI '아트리아'
한지훈 기자2026.09.14

[이미지 출처: 유튜브 채널 '현대자동차그룹(HYUNDAI)']
엔비디아 협업 '선(先)양산' + 자체 기술 내재화 '투트랙' 전략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아트리아 AI(Atria AI)'의 실주행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포티투닷 본사에서 '자율주행 미디어 데이'를 열고 기술 개발 전략과 로드맵을 발표했다.
올해 3월부터 엔비디아 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차 양산 속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자체 AI 기술을 내재화하는 방식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이에 따라 2028년 상반기에는 엔비디아 솔루션 기반의 '레벨2+' 자율주행 양산차가 먼저 출시되고, 이후 포티투닷이 개발 중인 아트리아 AI 탑재 차량이 그 뒤를 잇는 구조로 짜였다.
강남·잠실·판교에 이어 광화문까지…10가지 도심 상황 모두 통과
공개된 영상에는 아트리아 AI를 탑재한 아이오닉6 기반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테스트베드가 운전자 개입 없이 서울 도심을 주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판교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 동작대교를 거쳐 숭례문과 광화문까지 이동하는 장거리 구간은 물론, 출근 시간대 정체가 심한 강남과 대형 차량 통행이 잦은 잠실, 비가 내리는 판교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주행 장면이 함께 공개됐다.
특히 갓길 주정차 차량 회피, 갑작스러운 끼어들기, 비보호 좌회전, 보행자 인식, 이면도로 대향차 대응 등 도심 운전자라면 누구나 마주치는 까다로운 10가지 상황을 매끄럽게 처리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레벨2++' 고도화된 운전자보조…법적으론 아직 '레벨2'
다만 이번에 공개된 기술 수준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레벨2++' 수준이라고 소개했는데, 이는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가 규정한 공식 자율주행 단계는 아니다.
운전자가 계속 주행 상황을 감독하며 필요할 때 즉시 개입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레벨2'에 해당한다.
다만 데이터 플라이휠을 기반으로 시스템의 학습·개선 과정이 선순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도로 검증과 데이터 기반 고도화라는 완성도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카메라·레이더·내비 정보로 판단…'규칙 코딩' 대신 '데이터 학습'
아트리아 AI는 현대차·기아 첨단차플랫폼(AVP)본부와 포티투닷이 공동 개발하는 종단간(End-to-End)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카메라와 레이더, 내비게이션 정보를 입력받아 주변 상황을 판단하고, 조향·가속·제동 명령을 스스로 생성한다.
기존 방식처럼 사람이 도로 상황마다 대응 규칙을 하나하나 입력하는 대신, 방대한 실주행 데이터를 학습해 판단 능력을 스스로 키워가는 방식이다.
포티투닷은 올해 초부터 비전언어모델(VLA) 학습과 주행 판단·경로 학습, 모델 경량화, 폐루프 시뮬레이션 평가 등 기반 기술을 확보해왔으며, 연말까지 실차 테스트를 포함한 개발 체계를 갖춰 내년부터 실제 차량으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학습 속도의 경쟁"…연 700만 대 판매량을 데이터 경쟁력으로
박민우 현대차그룹 AVP본부장(사장)은 이번 기술의 경쟁력으로 '데이터 플라이휠'을 꼽았다.
그는 "자율주행 경쟁은 더 이상 특정 기능의 우열을 가리는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며 그 결과를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결정한다"며 "결국 자율주행 경쟁의 본질은 학습 속도의 경쟁"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는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에서 연간 700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데, 이는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잠재적 기반이 된다.
다만 판매량이 곧바로 데이터 경쟁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표준화된 센서와 차량용 컴퓨터를 여러 차종에 적용하고, 가치 있는 주행 상황을 골라 AI 학습과 검증으로 되돌려야 양산 규모가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여기에 고객 동의와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전송 비용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2027년 기능 완성, 2028년 엣지케이스 확보, 2029년 안전인증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인 연도별 로드맵도 함께 공개했다.
2027년까지 주행·주차·능동안전 기능을 제품 수준으로 완성하고, 2028년에는 다양한 엣지 케이스(예외 상황)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확보한 뒤, 2029년에는 한국과 북미·유럽에서 안전 인증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부사장급 관계자는 "엔비디아 솔루션으로 먼저 양산하며 발생하는 문제 대부분이 아트리아 양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그 노하우와 데이터를 아트리아 개발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산 차량의 센서 체계는 엔비디아 플랫폼 기반으로 우선 구축되며,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실주행 노하우가 자체 AI 개발에도 그대로 활용되는 구조다.
몇 분짜리 시연 영상을 넘어선 실증 데이터
이번 공개가 첫걸음이지만, 아트리아 AI의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몇 분짜리 도심 주행 영상만으로는 실제 양산 수준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 2027~2029년으로 예정된 로드맵대로 대규모 엣지 케이스 데이터를 확보하고 각국 안전 인증을 통과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엔비디아 기술을 활용한 '레벨2+' 양산차가 2028년 먼저 시장에 나오고, 그 노하우가 자체 기술인 아트리아 AI로 얼마나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을지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 전반의 성패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