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프로그램 배울 필요 없다"…유튜브, 진입장벽 허문다
박지은 기자2026.09.24

[이미지 출처: 구글 Gemini]
'메이드 온 유튜브 2026'서 AI 에이전트 대거 공개
유튜브가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선언했다.
유튜브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피어57에서 열린 연례 크리에이터 행사 '메이드 온 유튜브 2026'에서 영상 편집을 돕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비롯해 AI 검색과 쇼핑, 앱 속 그룹 채팅까지 시청자와 창작자를 겨냥한 신기능을 대거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유튜브는 영상을 보고(View), AI에 묻고(Ask), 상품을 사고(Buy), 친구와 대화(Talk)하는 일을 모두 하나의 앱 안에서 해결하겠다는 이른바 'AI 슈퍼앱' 구상을 선보였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편집' 기능이다.
지시만 내리면 완성도 있는 영상…"주머니 속에 지능형 스튜디오"
대화형 편집의 핵심은 편집자를 따로 고용하거나 복잡한 편집 프로그램을 배우지 않아도, 사람과 대화하듯 지시만 내리면 완성도 있는 영상이 나온다는 점이다.
이 기능은 편집자와 기획자, 디자이너가 하던 일을 AI 에이전트가 대신하는 구조로, 자연어로 지시하면 영상을 대신 편집해주고 '터질 만한 소재'를 찾아주며, 섬네일을 바꾸고 댓글창까지 대신 관리해주는 식이다.
닐 모한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창작자 주머니 속에 완전한 지능형 제작 스튜디오를 넣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혼자서도 팀을 거느린 스튜디오처럼 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유튜브의 구상이며, AI 유튜브 편집 기능은 내년 초 본격 도입될 예정이다.
구글 영상 생성 AI, 'Veo'에서 '제미나이 옴니'로 통합
구글은 영상 생성 분야에서 오래 이어온 Veo와, 올해 구글 I/O에서 공개한 '옴니(Omni)' 두 줄기로 기술을 운영해왔는데, 현재 제미나이 앱의 기본 영상 모델은 옴니로 바뀌었다.
옴니는 이미 만든 영상을 대화로 고치는 데 특화돼 있어, "배경을 밤으로", "제품만 바꿔서"처럼 말하면 앞선 결과를 이어받아 수정해준다.
덕분에 처음부터 다시 영상을 만들어야 하는 수고가 크게 줄었다.
한편 Veo는 영상 전용 모델로 구글의 AI 영화 제작 도구 '플로(Flow)'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다.
2024년 5월 처음 공개된 Veo는 3.1 버전을 끝으로 제미나이 옴니로 통합되며 개별 모델로서의 수명을 마쳤다는 평가다.
프롬프트 한 줄로 8초 영상 뚝딱…4K·음향까지 지원
제미나이 앱이나 구글 AI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만들 때는 복잡한 도구 대신 대화하듯 명령만 내리면 된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바로 영상을 만들기보다 제미나이와 대화하며 스토리보드를 먼저 구성하는 것이 결과물이 훨씬 좋다고 조언한다.
특히 2026년형 AI 모델은 단순히 "무엇을 그려줘"라고 하기보다, 카메라 워킹과 오디오 환경까지 구체적으로 적을수록 결과물의 완성도가 크게 높아진다.
예를 들어 "4K 해상도, 9:16 비율, 비 내리는 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서울 도심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의 측면 트래킹 샷"처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식이다.
현재 구글의 Veo 3.1 엔진은 영화 수준의 물리 엔진과 입체적인 음향까지 지원하며, 8초 안팎의 고품질 영상을 만들어낸다.
유튜브에는 이런 제작법을 소개하는 초보자용 강의 영상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오픈AI '소라'는 퇴장…"영상 생성 AI 경쟁 구도 재편"
이런 흐름 속에서 영상 생성 AI 시장의 경쟁 구도도 뚜렷하게 바뀌고 있다.
오픈AI의 영상 생성 모델 '소라(Sora)'는 웹·앱 서비스가 올해 4월 26일 종료된 데 이어,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도 지난 24일 종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챗GPT 안에서도 영상 생성 기능은 빠졌다.
이 자리를 두고 실사 영상이 필요하다면 구글 제미나이가, 광고용 영상이라면 바이트댄스의 '씨댄스'를 탑재한 서비스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씨댄스는 영상, 씨드림은 이미지 생성 모델로 나뉘며, 씨댄스는 캡컷 앱 안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 빠른 초안용 '클링(Kling) 터보'와 편집·멀티샷용 '옴니' 등 등급별 모델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국내서도 AI 숏폼 애니메이션 등장…진입장벽 낮아지며 '창작자 폭증'
AI 영상 도구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국내에서도 AI 기반 콘텐츠 제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는 지난 1월 국내 최초의 AI 숏폼 애니메이션 '남친 찾기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AI 기반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런 흐름은 앞서 확산된 'AI 슬롭(저품질 AI 콘텐츠)'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누구나 손쉽게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된 만큼 콘텐츠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그 품질과 독창성을 어떻게 담보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는 앞서 독창성 없는 대량 생산 AI 콘텐츠에 대한 수익 창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진입장벽 하락이 콘텐츠 품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편집과 기획, 디자인이라는 세 가지 핵심 장벽이 AI 에이전트로 사실상 허물어지면서, 초보 유튜버가 단기간에 대거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이런 급격한 양적 팽창이 콘텐츠의 질적 저하와 'AI 슬롭' 범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튜브가 AI 도구로 진입장벽을 낮추면서도, 독창성과 진정성을 갖춘 창작자를 어떻게 걸러내고 보상할 것인지가 앞으로 플랫폼의 성패를 가늠할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