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구, 전국 최초 응급의료진 법률비 지원 나선다

한지훈 기자2026.10.01
대구, 전국 최초 응급의료진 법률비 지원 나선다
사건당 최대 900만 원…경찰 조사 전 변호사 자문부터 동행까지 대구시가 중증 응급환자 수용을 주저하는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국 최초로 '책임형 응급의료 법률지원사업'을 추진한다. 대구시는 지난 29일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응급환자 직권이송·수용 과정에서 형사사건이 발생할 경우 기소 전 경찰 조사 단계부터 필요한 변호사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대구 지역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6개 병원에 근무하는 응급의료과와 배후 진료과 의료진이다.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경찰 조사 전 법률 자문이 회당 100만 원씩 최대 3회(300만 원), 경찰 조사 현장 동행이 회당 300만 원씩 최대 2회(600만 원)로, 한 사건당 최대 900만 원 상당의 법률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의료진의 중과실이 명백하거나 중앙정부·의료기관 자체 지원과 중복되는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신 진료 돕는 안전장치"…전문 변호사단 상시 운영 대구시는 이번 사업을 위해 의료 전문 변호사로 구성된 '대구 책임형 응급의료 법률지원단'을 꾸려 사건 상담과 고소장 분석, 대응 전략 자문, 경찰서 동행 등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재홍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은 "중증 응급환자 우선 수용 과정에서 의료진이 겪을 수 있는 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안전장치"라며 "응급의료 현장의 부담을 완화해 시민이 적시에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수용 거부 문제의 이면에는,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소송 부담을 혼자 짊어져야 했던 의료진의 현실적 우려가 크게 작용해왔다는 것이 대구시의 설명이다. 국회도 발맞춰 입법…형사처벌 면제 '임의'서 '필요적'으로 강화 이런 지자체 차원의 대응은 국회 차원의 법 개정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응급의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가결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응급의료 종사자가 제공한 응급의료로 환자가 사상에 이른 경우, 형사처벌 감면 규정을 기존 '면제할 수 있다'는 임의적 규정에서 '면제한다'는 필요적 규정으로 바꾼 것이다. 이송 병원이 정해지지 않은 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하도록 지정된 의료기관의 종사자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을 필요적으로 면제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이와 함께 응급의료기관이 환자 수용이 어려운 상황을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고지하도록 하고, 의료 거부·기피가 가능한 '정당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했으며,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도 이송 병원 지정 권한을 부여했다. 의료계 "수용 요구만 강화, 확인 절차는 빠졌다" 반발 다만 이 법안을 둘러싼 의료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쟁점은 119와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이송 병원을 직접 지정할 수 있게 됐지만, 정작 해당 병원이 실제로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하는 절차는 빠졌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판단은 구급대원이 하고 잘못된 결과에 대한 책임은 환자를 받은 응급실이 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실시간 응급의료 정보체계의 정확성이 충분히 확보된 뒤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는 법률에 '정당한 사유'를 규정하더라도, 실제 사고 발생 시 응급실의 인력 부족이나 수술 중복, 배후 진료과 상황 등이 어느 범위까지 인정될지 불명확하다며, 수용 가능 여부 사전 확인 절차와 면책 기준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환자단체 "면책 동의하지만 피해자 공적 보상도 함께"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중증 응급환자를 적극 수용한 의료진의 형사책임 면제에는 동의하면서도, 피해 환자와 유족을 위한 국가 차원의 공적 보상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응급의료기금 등을 활용한 국가 보상 재원 마련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한 신속한 보상 절차를 법률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박성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역시 토론회에서 "응급의료의 특수성을 반영한 과실 판단 기준을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사고 당시의 진료 환경과 조건, 응급의료의 긴급성·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법률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단계에 있으며, 의료진 형사책임 특례와 피해 환자 보상체계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자체 선도사업과 국회 입법이 실제 현장 변화로 이어지느냐" 대구시의 법률지원사업은 국회 차원의 법 개정과 함께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의 양 축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법적·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더라도, 실시간 응급의료 정보체계의 정확성과 수용 가능 여부 확인 절차 같은 현장의 실질적 보완이 뒤따르지 않으면 의료진의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의 이번 시범사업이 실제로 의료진의 소신 진료를 뒷받침하는 효과를 낸다면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며, 국회에서 심의 중인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의료진 보호와 환자 보상이라는 두 가지 요구를 얼마나 균형 있게 담아내느냐가 향후 제도 정착의 관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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