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5년 만…TOPIK, 2029년 'AI 출제·홈테스트' 시대 연다

김지수 기자2026.09.30
15년 만…TOPIK, 2029년 'AI 출제·홈테스트' 시대 연다
2014년 이후 그대로였던 평가 틀…"실제 의사소통 능력 측정에 한계" 한국어능력시험(TOPIK)의 평가체제가 15년 만에 전면 개편된다.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은 지난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토픽 개편 및 시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문항 출제·채점 시스템 도입과, 집에서 시험을 치르는 '홈테스트'의 단계적 시행이다. 현재 토픽의 평가 틀은 2014년 개발된 이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돼왔는데, 기출문제와 시험 준비 전략이 오랜 기간 축적되면서 정작 실제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을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현장의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내년 개편위 구성, 2027년 6월 새 틀 확정…2029년 본격 적용 정부는 2026년 10월 한국어교육·측정평가·AI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TOPIK 개편위원회'를 구성해 2027년 6월까지 신규 평가 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2028년 시범 시행을 거쳐 2029년부터 새 체제를 본격 적용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내년 2000개 이상의 문항을 공모해 AI·디지털 기반 출제에 활용할 문제은행을 구축할 예정이다. 2029년 적용을 목표로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의 AI 자동 문항 출제·자동 채점 시스템도 함께 구축된다. AI가 만들어도 사람이 검증…'휴먼인더루프' 원칙 적용 다만 AI에 전적으로 맡기는 방식은 아니다. 기술적 오류를 막고 시험의 공신력을 지키기 위해, 전문 채점위원과 출제 전문가가 AI가 만든 산출물을 최종 검증하는 이른바 '전문가 개입 절차(Human-in-the-Loop)'를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설계됐다. 이는 AI가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최종 판단을 내리는 구조로,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담보하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홈테스트'는 저단계 시험부터 순차 도입…유학·체류자격엔 아직 적용 안 해 공간 제약 없이 자택에서 개인 컴퓨터로 응시할 수 있는 '토픽 홈테스트'도 새롭게 도입된다. 다만 모든 등급에 한 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유학이나 체류자격 취득 등에 직접 활용되지 않는 비교적 낮은 등급의 시험부터 우선 시행한 뒤, 이후 상황을 봐가며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는 신분 확인이 어려운 원격 시험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행위 우려를 감안한 단계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부정행위 처벌 대폭 강화…응시 제한 4년→5년, AI 안경도 정조준 시험 응시자가 급증하면서 부정행위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자, 정부는 처벌 수위를 크게 끌어올렸다. 교육부와 경찰에 따르면 부정행위 적발 건수는 2021년 331건에서 지난해 606건까지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대리시험과 문제지 유출, 신분증 위조 등 3개 유형에는 최대 5년간 응시 자격을 정지하기로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AI 안경' 등 첨단기기를 겨냥한 세분화된 제재다. 시험장에 AI 기기를 단순히 소지만 했다가 적발되면 2년간 응시가 제한되지만, 시험 중 이런 기기로 타인과 소통하며 본인이나 타인의 시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방해에 해당하면 5년간 응시 자격이 정지된다. 허용 신분증도 실물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등으로 최소화해 대리 응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대륙별·시간대별 시차를 이용한 문제 유출을 막기 위해 지역마다 문제지 유사성이 없도록 출제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이번에 강화된 조치는 기존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위임돼 있던 부정행위 근거를 본법으로 상향 명시하고, 시행령의 세부 기준을 전면 개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K-컬처 열풍에 지원자 급증…3년 새 42만→56만 명 이런 대대적 개편의 배경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응시 수요가 있다. 토픽 지원자는 2023년 42만1812명에서 2024년 49만3287명, 지난해 56만6665명으로 꾸준히 늘었고, 올해도 9월까지 56만4606명이 지원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증가했다. K-컬처 열풍과 유학·취업 수요 증가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1997년 도입된 토픽은 올해 7월 기준 누적 128회 시행됐으며, 국내외 89개국 367개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시험장도 수도권 중심 확대…해외는 지원인력 고용기간 3배로 늘어난 수요에 맞춰 응시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담겼다. 국내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험장을 확대하고, 대학 위주였던 시험장을 고등학교로까지 넓힌다. 이주배경학생이 밀집한 학교나 외국인을 다수 고용한 사업장에서는 단체 응시 절차도 간소화한다. 해외 시험장에서는 단기 지원인력 고용 가능 기간을 기존 최대 20일에서 60일까지 3배 늘려 운영 부담을 줄이고, 교직원이나 경찰 등 퇴직 공직자를 감독관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AI 출제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실제로 검증해낼 수 있느냐" 이번 개편은 15년간 축적된 기출문제 중심의 '패턴 학습'에서 벗어나, 실제 의사소통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AI 기반 자동 출제·채점이 도입되면 문제 유형의 다양성과 신속한 대응력은 높아지겠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나 편향을 '전문가 개입 절차'가 얼마나 촘촘히 걸러낼 수 있는지가 시험의 공신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홈테스트 역시 저단계부터 시작해 신뢰성을 검증한 뒤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만큼, 2028년 예정된 시범 시행 결과가 향후 전면 도입 속도와 범위를 가늠할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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