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 2조 달러 육박한 미국 적자… 관세 환급에 이자 부담까지

한지훈 기자2026.10.13
연 2조 달러 육박한 미국 적자… 관세 환급에 이자 부담까지
2026회계연도 적자 1.99조 달러로 5년 만에 최대, 순이자만 1.1조 달러… "재정 경로 지속 불가능" 경고 재확인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살림이 지난 9월 말 마무리된 2026회계연도에 2조 달러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수입으로 적자를 줄이겠다던 기대는 대법원 판결로 흔들렸고, 국채 이자 부담은 빠르게 불어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적자 1조9930억 달러… 2021년 이후 최대 미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8일(현지시간) 2025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의 2026회계연도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잠정 1조9930억 달러(약 2680조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보다 12% 늘어난 규모로, 팬데믹 지원이 쏟아졌던 2021년 이후 가장 크다. 지출이 수입을 따라가지 못했다. 연방정부 지출은 약 7조4000억 달러로 6% 늘었지만 세입은 약 5조4000억 달러로 3% 증가에 그쳤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은 전년 5.8%에서 6%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이 보유한 연방정부 부채도 GDP의 100% 안팎에 이르러, 2차 세계대전 직후를 제외하면 역대 최고 수준이다. 국가부채 총액은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자 비용이 적자 확대의 절반 이상 적자 확대의 가장 큰 원인은 이자다. 올해 국채 순이자 지출은 약 1조1000억 달러로 전년보다 11%(1150억 달러) 늘었다. 이자 지출 증가분만으로 전체 적자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설명한다. 이자 비용은 GDP의 3%대 중반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며, 국방비나 메디케어보다도 큰 예산 항목이 됐다는 평가다. 문제는 앞으로다. 최근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그 영향이 아직 재정 통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금리가 높은 상태가 이어지면 새로 발행하거나 만기가 돌아와 차환하는 국채의 이자가 커져 적자를 더 키울 수 있다. 건강보험과 사회보장 지출도 고령화 속에 늘고 있다. 관세 '구원투수' 기대 무산 정부는 관세를 적자 감축의 주요 재원으로 기대했지만 지난 2월 연방 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광범위한 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미 걷은 관세에 대한 환급이 5월부터 시작됐고, 지난 7월에는 징수액보다 환급액이 많아 한 달 순관세 수입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7월 한 달 적자는 4320억 달러로 7월 기준 사상 최대였다. 그 결과 올해 관세 등 관세·관련 수입은 전년보다 220억 달러(11%) 줄었다. 초반에 많이 걷힌 관세가 상반기 적자를 줄여 주었지만, 환급이 시작된 이후 효과가 사라졌다. CBO는 연간 관세 수입이 2월 전망보다 크게 낮을 것으로 봤고, 올해 적자 전망치도 1조9000억 달러에서 2조1000억 달러로 한때 상향한 바 있다. 법인세 수입 감소도 부담이었다. 장기 전망은 더 어둡다 CBO는 올해 초 내놓은 장기 전망에서 미국 재정 경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당시 전망에 따르면 연간 적자는 2036년 3조1000억 달러, GDP의 6.7%까지 불어나고 공공부채 비율은 120% 수준으로 높아진다. 최근 50년 평균 적자율은 3.8%에 불과하다. 이 전망에는 관세 수입이 계속 들어온다는 가정이 일부 반영돼 있어, 관세 환급과 이자 부담을 감안하면 실제 경로는 더 나쁠 수 있다. 초당적 재정 감시 단체들은 올해 기록을 토대로 향후 이자 지출은 더 늘고 관세 수입은 더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시장·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 재정적자는 국채 공급 확대로 이어져 금리와 달러, 글로벌 자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채 수요가 약해지면 금리가 더 오르고, 이는 다시 이자 비용을 키우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는 달러 강세와 자본 유출 압력이 부담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경로와 함께 국채 발행·수요 동향이 시장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새 회계연도에 접어든 만큼 의회의 예산안 처리와 추가 감세·지출 법안, 관세 정책의 법적 대체 수단이 재정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세입 확대와 지출 구조 개혁, 금리 안정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적자 축소가 어렵다고 본다. 재정 건전성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도 내년 선거를 앞두고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 분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