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페스트 연구소 연구원 사망에 200명 격리
최윤서 기자2026.10.07

28세 여성 연구원 중증 폐렴으로 사망…"시험관 깨뜨렸다" 소문 확산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주에 있는 방역 연구소에서 페스트(흑사병) 병원체 유출이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 더 미러와 데일리메일 등 서방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달 25일 이르쿠츠크 셸레호프시의 페스트 방역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28세 여성 연구원 다리아 시필로바가 페스트 병원체가 든 시험관을 깨뜨렸다는 소문에서 시작됐다.
그는 4일 뒤인 29일 중증 폐렴 증상으로 입원했고, 이달 1~2일 밤사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런 '시험관 파손' 내용은 현지 소문과 유족·동료 주장에 기반한 것이며,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접촉자 200명 격리…병원 통제·공장 마스크 지침까지
사망 직후 러시아 당국은 시필로바가 머물렀던 병원들을 통제하고, 접촉자 약 200명을 의학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해 격리했다.
연구소 인근의 한 알루미늄 공장은 전 직원에게 마스크 착용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지역 매체에 따르면 이르쿠츠크 시립병원의 임신부들이 페스트 관련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야 했다는 블로거의 증언도 나왔으며, 이 블로거는 병원 측이 "코로나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미확인 정보가 있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격리됐던 인원 가운데 약 60%는 현재 격리가 해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당국 "페스트균 검출 안 돼…사인은 원인 불명 폐렴"
러시아 보건감독기구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는 사망자의 검체에서 페스트균 등 업무 관련 병원체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인은 '원인 불명의 폐렴'이라고 발표했다.
연방소비자권리보호·복지감독청 역시 해당 연구소에서 병원체 취급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고, 시험관을 깼다는 소문을 조사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망 원인과 업무의 연관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소문이나 추측 대신 보건당국의 공식 발표를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접촉자 2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페스트 감염 사례도 없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인접 부랴티야 수장 "페스트 가능성" 언급…의혹 키워
다만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고 있다.
인접한 부랴티야 공화국의 알렉세이 치데노프 수장이 "페스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점이 의혹을 부추겼다.
시필로바의 한 동료는 유족의 주장을 인용해 "의료진이 그녀의 증상을 사망 직전까지 코로나19로 간주해 치료했고 인공호흡기도 부착했으나 항생제 투여가 늦게 이뤄졌다"고 전했다.
여기에 유족의 병동 면회가 금지됐다는 점, 그리고 러시아 지역 언론에서 동일 질환 감염이 의심되는 두 번째 사망자가 나왔다는 보도가 흘러나온 점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러시아 보건당국은 시필로바와 접촉한 이들 중 페스트 감염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어, 이 두 번째 사망 보도 역시 공식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WHO "공중보건 위험 낮다" 초기 평가…트럼프 "푸틴과 통화할 것"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중에게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는 초기 평가를 내놨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이 사건을 거론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곧 통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이 폐쇄적인 정보 통제 기조를 보여온 만큼, 이번에도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폐렴형 페스트는 '기침 비말'로 전파…항생제로 치료 가능하지만 신속 투약이 관건
이번 소식에 많은 이들이 불안을 느끼는 것은 페스트의 특성 때문이다.
페스트는 한때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질병으로 여겨졌지만, 폐렴형 페스트에 걸린 환자는 기침으로 감염성 비말을 공기 중에 퍼뜨린다.
방치하면 1~6일 이내 사망할 수 있다.
다만 항생제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는 조기 진단과 신속한 항생제 투여가 사망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라는 뜻이기도 하다.
참고로 미국 남서부 등에서도 설치류 매개로 매년 소수의 페스트 감염 사례가 보고되며, 적절히 치료받으면 대부분 완치된다.
"정보 투명성…검체 분석 결과를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은 현재 단계에서 이번 사건을 '페스트 유출'로 단정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의혹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고 본다.
러시아 당국이 페스트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독립적인 외부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국제사회의 불신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향방은 사인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WHO 등 국제기구의 독립적 확인 여부, 그리고 추가 의심 사례가 실제로 발생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연구원 1명의 사망과 접촉자 격리, 그리고 당국의 '페스트 아님' 공식 입장이라는 점이며, 이외의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보도와 소문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