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도쿄 원룸 월세 11만4천엔…25개월 연속 '역대 최고' 경신

한지훈 기자2026.10.02
도쿄 원룸 월세 11만4천엔…25개월 연속 '역대 최고' 경신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전년比 12.4% 급등 일본 수도 도쿄의 주거비 부담이 계속 치솟고 있다. 일본 부동산 정보업체 앳홈(At Home)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도쿄 23구의 전용면적 30㎡ 이하 1인 가구용 임대아파트 평균 모집 월세는 11만4242엔(약 102만38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보다 0.9%, 전년 동월보다 12.4% 오른 수치로, 2015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25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월세에는 순수 임대료뿐 아니라 관리비와 공용관리비까지 포함돼 있어, 실제 세입자가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은 이 수치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월세가 11만177엔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1만 엔' 선을 넘어섰는데,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세금·인건비 오르니 집주인이 올린다"…임대인 주도 가격 결정 구조 이런 월세 급등의 배경에는 집주인들의 적극적인 가격 인상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집주인들이 세금 부담과 임금 상승을 이유로 잇달아 월세를 올리는 가운데, 여기에 높은 이사 비용까지 겹치면서 세입자들의 이동 자체가 줄어든 것이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앳홈랩의 이와마에 준코 집행임원은 "4~5월 고정자산세 고지서가 발송되면서 세금 부담이 늘어 건물주들이 수익 구조를 재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건물주들이 부동산 중개업체에 월세 인상 상담을 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젊은 층 지불 능력도 좋아졌다"…임금 인상이 역설적으로 월세 밀어올려 흥미로운 점은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는 또 다른 축이 다름 아닌 '임금 인상'이라는 것이다. 이와마에 집행임원은 "기업들의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 확대에 힘입어 특히 젊은 층의 월세 부담 능력이 개선되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보다 높은 임대료를 책정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일본의 임금 인상 흐름이 가계 소비 여력을 늘리는 긍정적 효과를 내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임대인들이 더 높은 월세를 매길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사 비용 부담에 세입자들 못 움직인다"…공실 줄자 인기 매물은 '부르는 게 값' 높아진 이사 비용도 월세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사비와 생활비 부담이 함께 커지면서 세입자들이 주거지를 쉽게 옮기지 않게 됐고, 이에 따라 시장에 나오는 공실 매물 자체가 줄어들면서 인기 지역의 임대료는 더욱 가파르게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앳홈은 "역세권이거나 구조가 좋은 매물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계약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공급 부족 속에 자금력을 갖춘 기업과 법인이 인기 매물을 선점하며 임대료 상승을 주도하는 '임대인 우위' 시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도쿄뿐 아니다…가나가와·사이타마도 '역대 최고' 동반 경신 도쿄도 23구를 제외한 지역의 평균 월세는 6만6808엔(약 59만 원)으로 전월보다 0.8% 올랐고, 인근 가나가와현은 8만1593엔(1.6%↑), 사이타마현은 7만1217엔(2.7%↑)으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바현도 7만5957엔으로 0.2% 상승했다. 수도권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역대급' 임대료 상승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오피스·상업시설도 '동반 폭등'…33년 반 만에 최고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도쿄 신축 오피스 빌딩의 임대료 지수는 1992년 버블경제 종료 직후 이후 33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준공 후 1년 미만 건물의 임대료 지수는 239.98로 전년 동기 대비 18.2% 뛰었는데, 부동산 기업 CBRE에 따르면 올해 도쿄에 공급될 빌딩의 약 80%는 이미 임차인이 확정된 상태이며, 내년부터는 공급량이 과거보다 40%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어서 "임대료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상업시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CBRE 코리아 분석에 따르면 도쿄 핵심 상권의 공실률은 0%대에 머물러 있으며, 긴자의 프라임 임대료는 츠보(약 3.3㎡)당 월 29만8000엔, 오모테산도·하라주쿠는 25만2000엔까지 올라 조사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학생·사회초년생 직격탄…"설렘도 잠시, 외곽 매물조차 123만 원" 이런 월세 폭등의 최대 피해자는 소득 기반이 약한 유학생과 사회초년생이다. 올해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대학에 합격한 한 19세 유학생은 설레는 마음으로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외곽 지역 위주로 발품을 팔았음에도 괜찮은 매물은 월세가 13만 엔(약 123만 원)을 훌쩍 넘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일본 취업을 꿈꾸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집세는 무조건 실수령액의 3분의 1 이하로 맞춰야 한다"는 생존 공식이 회자될 정도인데, 초년생의 현실적인 월 실수령액이 약 20만 엔이라면 감당 가능한 집세는 6만7000엔 안팎에 그친다. 하지만 시부야나 신주쿠 같은 중심부 원룸 월세는 이미 10만 엔을 가볍게 넘기는 만큼, 중심부에 거주하려면 수입의 절반 가까이가 집세로 증발하는 구조다. "공급 부족과 고물가 흐름이 언제 꺾일지" 주택 공급 부족과 건설비·인건비 상승, 전반적인 물가 인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임대료 상승세가 당분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축 공급이 내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오피스 시장처럼, 주거용 임대 시장에서도 공급 확대 없이는 25개월 연속 이어진 최고치 경신 행렬이 쉽게 멈추기 어렵다. 이런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방향과 건설업계의 공급 회복 속도, 임금 상승이 실제 가계의 주거비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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