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정형화된 럭셔리 허니문 대신 '취향 맞춤'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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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을 고르는 기준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유명 휴양지의 고급 리조트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것이 공식이었다.
요즘 예비부부들은 얼마나 화려한지보다 두 사람의 취향과 관심사를 얼마나 담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글로벌 숙박 플랫폼 부킹닷컴이 '10월의 신부' 웨딩 시즌을 맞아 한국에서 처음 실시한 신혼여행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3%가 유명하고 전형적인 럭셔리 허니문 코스보다 부부의 취향을 반영한 개성 있는 신혼여행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여성이 79%로 남성(67%)보다 높았다.
여행을 짜는 방식에서도 '우리 스타일'이 뚜렷했다.
계획한 여행 형태는 '100% 자유여행'이 49%로 가장 많았다.
맞춤형 프라이빗 패키지(18%), 현지 단품 투어(16%), 결합형 패키지(13%)가 뒤를 이었다.
한때 신혼여행의 기본처럼 여겨졌던 단체 가이드 동행 풀패키지는 4%에 그쳤다.
여행사가 짜 준 일정표를 따르기보다 두 사람이 직접 동선을 만드는 쪽을 택한 셈이다.
연애 땐 가까이, 신혼여행은 멀리 그리고 오래
목적지는 연애 시절보다 멀어졌다.
응답자의 80%는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장거리 여행지를 고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희망 신혼여행지는 유럽이 35%로 가장 많았고 동남아시아(19%), 하와이·괌·사이판·몰디브(13%)가 뒤를 이었다.
결혼 전 연애 기간에 자주 간 곳이 국내(93%)와 동북아시아(57%) 중심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일정도 길어졌다.
여행 기간은 2주 이내가 35%로 가장 많았고 10일 이내(30%), 7일 이내(22%) 순이었다.
장기 일정을 택한 이유로는 '신혼여행을 계기로 비교적 긴 휴가를 쓸 수 있어서'(66%)가 가장 많이 꼽혔다.
다만 멀리, 오래 간다고 해서 여러 도시를 바쁘게 도는 것은 아니었다.
응답자의 71%는 1~2개 지역에 충분히 머물며 현지를 깊이 경험하는 신혼여행을 선호했다.
몇 곳을 다녀왔느냐보다 한 곳에서 무엇을 경험했느냐에 무게를 두는 흐름이다.
인증샷보다 경험, 명품보다 '현지에서만 파는 것'
과시형 소비가 줄어든 것도 눈에 띈다.
응답자의 76%는 자연경관, 미식, 웰니스, 현지 문화 체험처럼 의미 있는 경험이 여행지를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답했다.
반면 'SNS에 공유할 특별한 사진이나 콘텐츠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45%로, 조사한 7개 인식 항목 가운데 가장 낮았다.
SNS 활동이 활발한 25~29세에서도 49%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현지에서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은 '미식 투어·식도락 탐방'(51%)이었다.
정해진 일정 없이 온전히 쉬기(30%), 프라이빗 비치·수영장에서 여유 즐기기(29%), 도심 워킹 투어(29%)가 뒤를 이었다.
여행지를 고를 때도 '휴양·힐링'(52%)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
응답자의 54%는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을, 22%는 '부부만의 의미와 취향을 담은 아이템'을 선호했다.
여행지 브랜드의 명품·럭셔리 제품을 원한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아낄 곳은 아끼고, 쓸 곳엔 확실히'
화려함을 덜어냈다고 해서 지갑을 닫은 것은 아니다.
응답자의 74%는 신혼여행을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할 만한 특별한 이벤트로 여겼다.
항공·숙소·식사를 포함한 부부 합산 예산이 800만 원 이상이라는 응답이 63%에 달했다.
구간별로는 800만~1200만 원 미만이 35%로 가장 많았고, 1200만~2000만 원 미만은 21%, 2000만 원 이상도 7%였다.
예산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숙소(79%)였고 식사·미식 경험(53%), 항공권(48%)이 뒤를 이었다.
숙소 선택지는 넓어졌다.
특급호텔(45%)과 럭셔리 리조트(34%)가 여전히 상위권이지만 독립형 프라이빗 숙소(30%), 부티크 호텔(28%), B&B·전통 가옥·로컬 아파트 같은 현지형 숙소(27%)도 고르게 선택됐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지출보다 둘이 직접 누리는 공간과 경험에 돈을 쓰는 '선택과 집중'형 소비로 볼 수 있다.
한 번으로 끝내지 않는 신혼여행도 등장
신혼여행을 꼭 한 번에 몰아서 갈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한 글로벌 항공권 검색 플랫폼이 발표한 내년 여행 트렌드에는 'N차 신혼여행'이 포함됐다.
결혼 직후 2~4일 정도의 짧은 '미니문'을 먼저 다녀오고, 본격적인 여행은 기념일 등에 나눠 여러 번 떠나는 방식이다.
이 조사에서 한국인 응답자의 31%가 미니문 형태의 신혼여행에 관심을 보였다.
걸림돌은 높아진 비용과 믿기 어려운 후기
준비 과정의 고민도 적지 않다.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예상보다 오른 항공권·숙박 비용에 따른 예산 부담'(42%)이 꼽혔다.
현지 날씨와 치안, 교통편 지연·취소 같은 돌발 상황에 대한 걱정(40%)이 뒤를 이었다.
광고성 후기가 많아 믿을 만한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응답도 31%였다. 주요 정보 채널이 네이버 블로그·카페(64%)와 SNS·영상 플랫폼(60%)인 만큼, 정보의 양보다 신뢰도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응답자의 절반(50%)이 출발 6개월~1년 전부터 계획을 세웠다고 답했다.
한국인에게 신혼여행은 '얼마나 화려한가'보다 '얼마나 우리다운가'가 중요한 여행임을 확인했다.
여행업계도 이런 변화에 맞춰 단독 픽업, 맞춤형 일정 설계, 자유여행과 핵심 투어를 섞은 결합형 상품 등을 늘리고 있다.
신혼여행 시장의 경쟁력은 이제 화려한 리조트 목록보다 부부마다 다른 취향을 얼마나 세밀하게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