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엔 "1.5도 저지선, 이제 막을 수 없다" 첫 공식 인정

김지수 기자2026.09.04
유엔 "1.5도 저지선, 이제 막을 수 없다" 첫 공식 인정
"가능성 희박"에서 "불가피"로…한 단계 더 나아간 표현 유엔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가 사실상 달성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한 기후변화 보고서에는 2015년 파리협약에서 설정한 지구 기온 상승 제한 목표치인 1.5도 초과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유엔이 공식 보고서를 통해 목표 초과를 직접 다룬 것은 파리협약 체결 11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엔은 1.5도 목표에 대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표현을 써왔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막을 수 없다'는 한층 강경한 표현으로 수위를 높였다. 낙관적 시나리오로도 1.8도…"과거로는 못 돌아간다" 이번 보고서가 제시한 전망치는 상당히 비관적이다. 각국이 공격적인 탄소중립 공약을 실제로 이행한다 하더라도 지구 기온은 1.9도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로도 기온 상승 정점은 1.8도에 이를 전망이다. 앞선 연구에서 UNEP 과학자들은 현재의 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금세기 말까지 지구 기온이 2.8도까지 상승하는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문제는 배출가스 감축을 미룰 때마다 기온 상승 정점이 최소 0.1도씩 계속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미 2026년 현재 세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4도 더워진 상태로, 이 기준선을 넘어서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산화탄소 제거량, 전체 배출량의 5%에 불과 기온 상승을 되돌릴 만한 대응 여력도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 세계는 매년 약 2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서 제거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배출량의 약 5% 수준에 그친다. 인류가 이산화탄소 제거 노력을 지금보다 5배 늘리더라도 최근 10년간 진행된 온난화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이는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이미 축적된 온난화 효과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목표는 그대로, 접근 방식을 바꿔야"…UNEP 사무총장 발언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이런 비관적 전망 속에서도 목표 자체의 의미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5도 목표가 여전히 지향점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도, 이제는 목표에 위에서부터 접근하는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1.5도 이내 억제라는 '방지' 목표에서, 일시적으로 이 선을 넘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다시 낮추는 이른바 '오버슈트(overshoot) 이후 대응' 전략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극한 기후 이미 현실화…"모든 재앙적 결과가 온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기온 상승은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실질적인 피해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은 역사적인 가뭄 속에 식량 부족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산불이 새로운 지역까지 번지고 있다. 빙하는 빠르게 녹고 있고 바다는 기록적으로 뜨거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대형 엘니뇨까지 겹치면서 큰 혼란이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1.5도를 넘어선다고 해서 곧바로 돌이킬 수 없는 인류 멸망 수준의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짚는다. 다만 과거 기준으로는 부작용 우려 때문에 지나치게 급진적이라고 여겨졌던 해결책들이, 이제는 합리적인 선택지로 재검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매 0.1도가 상황을 악화시킨다"…끝난 게임 아닌 새로운 국면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를 '게임 오버'가 아니라 '게임의 새로운 국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1.5도를 넘어선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상에서는 어떤 결과도 좋을 수 없으며 매 0.1도의 추가 상승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급한 배출량 감축과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여전히 인류에게 남은 최선의 선택지로 꼽힌다. 유럽의 주요 하천들이 올해 기록적인 저수위를 보이며 무역과 발전소, 농업에 위협이 되고 있는 것도, 이런 대응이 늦어질 경우 되돌릴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실례로 거론된다. 관건은 "1.5도 초과 이후, 얼마나 빨리 다시 낮추느냐" 이번 유엔의 공식 인정은 국제사회의 기후 대응 전략 자체가 바뀌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제 관건은 1.5도를 넘어서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선 이후 얼마나 빠르게 다시 그 수준으로 온도를 낮추고 피해를 최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각국이 오는 후속 기후회의에서 이런 '오버슈트 이후 대응' 전략을 어떻게 구체화할지, 그리고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에 대한 투자를 얼마나 빠르게 확대할지가 향후 국제 기후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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