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책 표지로 만들라며 피부까지"…하버드 의대, 시신 암거래

정하윤 기자2026.09.06
"책 표지로 만들라며 피부까지"…하버드 의대, 시신 암거래
5300만 달러 배상 합의…12월 최종 승인 앞둬 미국 하버드대 의학전문대학원이 연구·교육용으로 기증받은 시신 일부를 몰래 빼돌려 암시장에 판매한 사건과 관련해, 유족들에게 5300만 달러(약 737억 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AP통신과 ABC뉴스 등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 법원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이 합의안에 예비 승인을 내렸으며, 최종 승인 심리는 오는 12월 9일 열릴 예정이다. 하버드 의대 학과장인 조지 Q. 데일리와 버나드 S. 창은 지난달 18일 학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합의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2018년 1월부터 2023년 3월 사이 시신을 기증한 유족 등 47명이 참여한 집단소송에 따른 것이다. 30년 근속 영안실 관리인이 장기·뇌·피부·얼굴까지 빼돌려 사건의 전모는 충격적이다. 하버드 의대 영안실 관리인으로 30년 가까이 일해온 세드릭 로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구와 교육에 쓰인 시신을 화장하기 전, 장기와 뇌, 피부, 얼굴 등 신체 일부를 몰래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렇게 떼어낸 부위를 자택으로 옮긴 뒤 구매 희망자에게 직접 판매했으며, 구매자를 영안실에 들여보내 원하는 부위를 직접 고르게 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정 기록에 따르면 로지가 넘긴 피부가 무두질을 거쳐 책 표지로 제작된 사례까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담당 연방검사보가 이를 "소름 끼치는 현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로지 징역 8년, 아내 1년 1일…공범 6명도 모두 유죄 범행에 가담한 인물들에 대한 사법 처리도 이미 마무리됐다. 로지는 도난 유해를 운반한 혐의를 인정해 지난해 12월 징역 8년을 선고받았으며, 범행을 함께한 아내는 징역 1년 1일을 선고받았다. 유해를 사들인 공범 6명 역시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들은 하버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인물들로 파악됐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로지는 '해부학적 기증 프로그램' 관리자라는 지위를 악용해 시신을 훼손했으며, 이렇게 적출한 장기와 유해를 펜실베이니아와 매사추세츠 등지의 구매자들에게 온라인으로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열하고 혐오스러운 행위…의료계 가치에 대한 배신" 하버드 의대 학과장들은 서한을 통해 이번 사건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데일리 학과장 등은 "기증된 시신 일부를 빼돌린 것은 비열하고 혐오스러운 행위"라며 "의료계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한 노골적인 배신"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향을 받았을 기증자 유족들에게 깊은 슬픔과 공감을 다시 전한다고 덧붙였다. 본래 하버드 의대에 기증된 시신은 학생들의 의학 실습과 연구에 사용된 뒤 화장돼 유족에게 반환되거나 대학 내 의학 묘지에 매장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학 측이 수년간 관리 부실로 이런 절차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2023년 처음 드러나면서 유족들의 민사 소송이 잇따랐다. 배상금 외 재발방지책도…2027학년도부터 기증자 추모 장학금 신설 하버드 의대는 금전적 배상에 그치지 않고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도 함께 내놨다. 대학 측은 시신 기증자를 기리기 위해 2027~2028학년도부터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연간 장학금을 신설하고, 해부학 기증 프로그램의 관리·감독 체계를 개선한 내용을 유족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이는 향후 유사한 관리 부실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관건은 "12월 최종 승인과 재발방지 대책의 실효성" 이번 배상 합의는 예비 승인 단계로, 최종 확정까지는 오는 12월 9일 법원 심리를 거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의학 교육기관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이 시신 기증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크게 흔든 만큼, 하버드가 예고한 관리 체계 개선안이 실제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시행되느냐가 향후 다른 의과대학의 기증 프로그램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 승인 이후 배상금 지급과 장학금 신설 등 후속 조치가 계획대로 이행되는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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