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는 인프라"…2027년 스타트업, 무엇이 달라지나

박지은 기자2026.09.22
"AI는 인프라"…2027년 스타트업, 무엇이 달라지나
"에이전틱 AI가 기본값"…YC 겨울 배치 60%가 AI 중심 스타트업 업계의 화두는 더 이상 'AI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AI로 무엇을 자율적으로 처리하게 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2026년의 가장 뜨거운 트렌드로 꼽히는 '에이전틱 AI'는 실제로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세계적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의 2025년 봄 배치가 이런 흐름의 첫 신호탄이었다면, 2026년 겨울 배치에서는 전체 참가 기업의 약 60%가 AI 중심이었고 그중 약 41.5%가 에이전트 인프라 구축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AI를 생산성 보조 도구로 쓰는 시대에서, AI를 자율적인 '공동 창업자'처럼 쓰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리서치기관 가트너는 2025년까지 신규 소프트웨어의 상당수가 에이전틱 요소를 포함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2027년엔 "AI가 인프라 그 자체"…투자자, 대형 펀딩보다 인수합병 선호 스타트업 트렌드 분석 매체들은 2027년 핵심 전망으로 "AI는 더 이상 스타트업의 부가 기능이 아니라 인프라 그 자체가 됐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꼽는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이 수익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막대한 초대형 펀딩 라운드보다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스타트업 정책 분석에서도 2027년의 특징으로 'AI 인프라화'와 '자금 조달의 규율'을 꼽으며, 단위 경제성(unit economics)과 현금 흐름, 수익성이 투자 심사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는 '일단 크게 키우고 보자'던 과거 하이퍼그로스 전략에서, '작더라도 실제로 돈을 버는 구조'를 증명해야 살아남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를 위한 AI는 거부"…투자자들이 찾는 건 '근본 문제 해결형' 창업가 정작 투자자들의 안목은 까다로워지고 있다. 클라우드 데이터 기업 스노우플레이크가 발간한 '스타트업 2025: AI 시대의 창업' 보고서에서, 앤서스캐피털의 샘 테든과 EQT벤처스의 마츠 올로브 마그데스요 등 AI 전문 투자자들은 "'AI만을 위한 AI'를 추구하는 기업에는 거부감을 느낀다"며, 대신 AI를 비즈니스 과제에 가장 적합한 해법으로 활용해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술 산업이 그동안 여러 하이프 사이클을 겪었지만 이번 AI 하이프 사이클은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며, 기회는 계속 커지고 있고 승자는 전례 없이 엄청난 규모로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버티컬 AI·노코드가 다음 물결"…범용 대신 특화로 특정 산업이나 업무에 특화된 '버티컬 AI'와 풀스택 솔루션, 코딩 없이도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노코드 도구가 다음 성장 물결을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범용 AI 모델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오히려 특정 산업 문제를 파고드는 특화형 스타트업에 더 큰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제시한 '2026년 12대 AI·디지털 트렌드' 역시 '범용의 한계를 넘어 특화로, 버티컬 AI의 확산'을 핵심 항목으로 꼽으며, 자율적으로 일하는 AI 에이전트와 산업 현장의 '피지컬 AI', 온디바이스 AI를 통한 초맞춤형 시대 등을 함께 전망했다. 성장 기업, AI 투자 가능성 부진 기업의 '2배'…"팀 없이도 데이터 활용 가능" 세일즈포스가 발표한 '2026년 스타트업·중소기업을 위한 테크 트렌드' 보고서는 테크 업계 리더의 90%가 주요 우선순위 달성에 AI가 필수적이라는 데 동의했고, 54%는 AI가 모든 비즈니스 우선순위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라고 답했다. 특히 성장하는 기업은 부진한 동종 기업보다 AI에 투자할 가능성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 성공적인 스타트업 대다수가 이미 AI를 활용해 생산성과 수익 면에서 즉각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AI를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별도의 데이터 전문가 팀을 꾸릴 필요는 없다는 점도 강조했는데, 이는 자본과 인력이 제한된 초기 스타트업도 AI 활용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는 '초저비용 창업'도 동시에 확산…무점포·AI콘텐츠가 신흥 창업모델 거대 자본이 몰리는 AI·딥테크 스타트업과는 별개로, 국내에서는 정반대 방향의 창업 트렌드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창업자 10명 중 7명이 온라인 기반 창업을 선택했는데, 재고 부담이 없는 렌탈형·플랫폼형 창업 모델과 스마트스토어 기반 홈카페 창업, AI 영상·이미지 생성 기술을 활용한 1인 콘텐츠 창업 등이 대표적이다. 창업 준비금 300만 원 이하로 시작하는 '초저비용 창업'이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으며, 네이버 데이터랩 기준 '홈카페 창업' 검색량이 전년 대비 82% 급증하기도 했다. 이는 대형 벤처투자를 받는 소수의 AI 유니콘과,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다수의 1인 창업자가 양극단에서 동시에 늘어나는 이중적 구조가 국내 창업 생태계에도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수익 구조를 증명하는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것" 스타트업 업계가 2027년을 향해 가면서, AI라는 기술 자체의 화제성보다 '그 기술로 실제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냈는가'가 생존의 기준이 될 것이다. 투자자들이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심사 기준을 바꾸고 있는 만큼, 'AI'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는 스타트업보다 구체적인 산업 문제를 해결하는 버티컬 AI와 에이전틱 솔루션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앞으로 몇 년간 스타트업 생태계의 승부는, 기술이 만들어내는 실질적 가치와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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