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수사 전년보다 3배…"온라인엔 더 이상 사각지대 없다"
한지훈 기자2026.09.27

누적 1503건에 검거 2873명…2021년 도입 이후 최대 증가폭
경찰이 신분을 숨기거나 다른 사람으로 가장해 온라인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에게 접근하는 '위장수사'를 올해 1~8월 598건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79건)보다 3배 이상(234%) 늘어난 수치다.
위장수사 제도가 도입된 2021년 9월 24일부터 올해 8월까지 누적 실시 건수는 총 1503건에 달하며, 이를 통해 검거된 피의자는 2873명, 이 중 164명이 구속됐다.
국가수사본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위장수사관은 온라인 범죄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온라인에 더 이상 사각지대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번방·박사방'이 만든 제도…아동·청소년서 성인까지 적용 확대
위장수사는 2019~2020년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N번방·박사방' 디지털 성착취 사건을 계기로, 2021년 9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을 통해 처음 도입됐다.
시행 초기에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만 적용됐지만, 이후 지난해 6월부터는 성폭력처벌법에 근거해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이런 법적 근거 확대가 올해 위장수사 건수 급증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성착취 목적 대화 검거, 누적 87명→올해만 338명
특히 눈에 띄는 증가세는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할 목적으로 접근하는 이른바 온라인 그루밍 관련 수사다.
2021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위장수사를 통해 검거된 성착취 목적 대화 피의자는 누적 87명에 그쳤는데, 올해 들어서만 338명(구속 6명)이 검거됐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아동·청소년 성착취 목적 대화의 미수범 처벌 규정이 새로 시행되면서, 수사관이 아동·청소년으로 신분을 위장해 범죄자를 추적하는 수사를 한층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점을 이런 급증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경찰은 성착취 목적 대화가 온라인 그루밍의 시작 단계이며, 방치할 경우 성착취물 제작이나 강간·강제추행 등 더 중대한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기 수사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불법 사이트 66곳서 운영자급 32명 검거…위장수사로 특정한 사례도
위장수사는 성착취물을 유포하는 불법 사이트의 조직적 운영 실태를 파헤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경찰은 올해 1~8월 성착취물 등을 유포하는 사이트 66개의 운영자급 32명을 검거해 이 중 9명을 구속했는데, 이 가운데 불법 사이트 23개를 운영한 피의자 2명은 위장수사를 통해 신원을 특정한 뒤 구속에 이른 사례로 확인됐다.
국가수사본부는 현재도 수사 중인 불법 사이트 76개에 대해 운영자와 개발자 등 가담자, 유통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위장수사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딥페이크 성범죄도 별도 특별단속…10대 검거 비중 압도적
경찰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늘어나자, 별도로 '허위 영상물 범죄 집중 단속'을 실시해온 바 있다.
당시 집중 단속 전후로 신고 접수 건수가 하루 평균 1.85건에서 최대 17.57건까지 급증했다가, 경찰의 적극적인 검거 활동에 힘입어 다시 안정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검거된 피의자의 연령대를 보면 10대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과 온라인 윤리의식 함양이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시급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확대된 수사 범위가 실제 재발 방지로 이어질지
경찰은 앞으로도 성착취 목적 대화 추적부터 불법촬영물 제작·유포, 불법사이트 운영 조직 색출까지 위장수사의 적용 범위를 계속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위장수사는 온라인 공간이라는 익명성 뒤에 숨은 디지털 성범죄자들에게 "어디서든 감시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효과적인 수단이면서도, 중요한 것은 검거 건수 자체보다 이런 수사 확대가 실제 피해 예방과 재범 방지로 이어지느냐다.
법 개정을 통해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까지 수사 범위가 넓어진 만큼, 앞으로 이 제도가 온라인 성범죄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억지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