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령 취업자 첫 1000만 돌파…퇴직 후에도 일한다는 이들

한지훈 기자2026.09.25
고령 취업자 첫 1000만 돌파…퇴직 후에도 일한다는 이들
55~79세 취업자 사상 첫 1000만 명…인구 37%가 '고령층' 한국이 '초고령 노동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5일 발표한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 인구는 1701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57만 명 늘었다. 이는 전체 15세 이상 인구(4598만4000명)의 37.0%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리고 이 가운데 취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은퇴해야 할 나이라고 여겨지던 고령층이, 오히려 노동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집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주된 일자리 퇴직은 53세…희망 근로연령은 74세 문제는 이런 고령층 취업이 '넉넉한 노후'가 아니라 '불안한 생계'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 7월 18일 발표한 '퇴직 후 중·고령층의 재취업과 일자리 특성 분석' 연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중·고령층이 생애 가장 오래 근무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평균 연령은 52.9세였다. 법정 정년(60세)에 한참 못 미치는 나이에 주된 직장을 떠나는 셈이다. 반면 이들이 장래에 근로를 희망하는 연령은 평균 73.4세로, 법정 정년을 13년 이상 웃돌았다. 국가데이터처 조사에서도 55~79세 고령층 가운데 69.2%(1178만2000명)가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했으며, 희망 근로 상한 연령은 74세 안팎으로 나타났다. 희망과 현실 사이에 무려 20년의 '미스매치'가 존재하는 셈이다. "사업부진·건강·가족돌봄"…정년까지 채우는 사람은 10명 중 1명뿐 정작 정년까지 버티다 은퇴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서 주된 일자리 퇴직 이유로는 사업 부진이나 휴·폐업이 28.7%로 가장 많았고, 건강 문제(18.6%), 가족 돌봄(16%), 조기 퇴직(11.8%)이 뒤를 이었다. 정년퇴직은 9.8%에 그쳤다. 국가데이터처 조사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되는데, 사업부진·조업중단·휴폐업이 24.9%로 가장 많았고 건강상 이유(22.1%), 가족 돌봄(15.2%), 정년퇴직(13.2%) 순이었다. 즉 과반수 이상이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경기 불황이나 구조조정, 개인적 사정으로 떠밀리듯 회사를 떠나고 있다는 뜻이다. 연금 수령까지 13년 '소득절벽'…퇴직자 80%가 2년 내 재취업 이렇게 이른 나이에 퇴직한 이들 앞에는 긴 '소득 공백기'가 기다리고 있다.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국민연금은 출생연도에 따라 만 61~65세부터 받을 수 있는데, 1969년생 이후부터는 만 65세부터 수령이 가능하다. 52.9세에 퇴직해 13년가량 소득이 완전히 끊기는 '소득 절벽'을 마주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중·고령 퇴직자의 80%는 2년 안에 재취업에 나섰다. 다만 재취업 성공률에도 '타이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퇴직 후 2~12개월 사이 구직 성공률이 가장 높았고, 이 시기를 넘기면 재취업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생활비 때문에" 53.3%…연금 수령액은 월 80만 원대 그쳐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서 장래 근로를 희망하는 이유로는 '생활비 보탬'이 54.4%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일하는 즐거움(36.1%), 무료함 해소(4%), 사회가 필요로 함(3.1%), 건강 유지(2.3%)가 뒤를 이었다. 국가데이터처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3.3%가 생활비 때문에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해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이는 노후 안전판이 돼야 할 연금 수준이 충분치 않다는 점과 직결된다. 실제로 고령층이 수령하는 연금 수준은 월 80만 원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이 정도 금액만으로는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고령층의 노동시장 잔류를 계속 부추기고 있다. "기존 경력 활용한 일자리 매칭이 관건"…연구진 제언 이런 현실을 개선하려면 중·고령층의 주된 일자리 경험을 적극 살릴 수 있는 일자리 매칭 체계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중·고령층의 주된 일자리 특성이 재취업에 영향을 미치므로 기존 근무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매칭이 필요하다"며, 퇴직 후 이른 시기에 재취업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는 취지의 제언을 내놨다. 실제로 퇴직 후 2~12개월 사이 구직 성공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골든타임'에 맞춰 집중적인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지자체 일자리 박람회도 고령층 몰려…"채용공고 살피는 구직자 행렬"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강남구 행복일자리 박람회'에는 채용공고를 살펴보는 구직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는데, 이런 박람회 현장의 풍경은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고령층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런 고령층 재취업 수요에 맞춰 관련 박람회와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소득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20년의 미스매치를 좁힐 정책적 해법을 마련하는 것" 53세 안팎의 이른 퇴직과 74세까지 이어지는 근로 희망 사이의 '20년 미스매치'는 연금 제도와 정년 제도, 노동시장 구조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회적 과제다. 정년 연장 논의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조정, 중·고령층 특화 재취업 지원 체계 구축이라는 세 가지 축이 함께 맞물려야, 이 오랜 소득 공백 문제를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고령 취업자가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선 지금, 이들이 마주한 13년의 '소득 절벽'을 정책이 얼마나 빠르게 메울 수 있을지가 향후 한국 사회의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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