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쌀값 100% 뛸 수도"…엘니뇨에 아시아 식량 위기 경고등

한지훈 기자2026.09.24
"쌀값 100% 뛸 수도"…엘니뇨에 아시아 식량 위기 경고등
WMO "7~9월 강력하게 발전"…1950년 이후 최강 가능성 세계기상기구(WMO)가 열대 태평양에서 발생한 엘니뇨 현상이 앞으로 몇 달간 급격히 강해질 것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WMO의 월간 글로벌 계절기후 업데이트에 따르면 엘니뇨는 2026년 7월부터 9월까지 강력하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전망에서는 1950년 이후 가장 강력했던 2015~2016년 '슈퍼엘니뇨'급 위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위성 데이터 업체 스카이파이의 기상학자 크리스 하이드는 "엘니뇨의 영향이 동남아시아와 인도, 호주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으며, 이미 일부 지역에서 초기 가뭄 징후가 관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강한 엘니뇨가 발생하면 아시아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폭염 가능성이 동시에 커진다. 자바섬 열흘 넘게 '무강수'…인도 몬순 전망치 하향 인도네시아 기상청에 따르면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자바섬, 수마트라 북부와 칼리만탄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열흘 넘게 비가 전혀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름철에 주로 쌀·콩·사탕수수·옥수수를 재배하는 인도 역시 현지 기상청이 몬순(우기) 시즌 강수량 전망치를 지난주 하향 조정하며 가뭄 가능성을 경고했다. 뉴델리에 본사를 둔 한 글로벌 무역회사 중개인은 로이터에 "몬순의 늦은 시작으로 파종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더 큰 우려는 우기 시작 이후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고 건기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라고 밝혔다. 세계 쌀 수출 40% 담당하는 인도, 수출 통제 가능성까지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의 수출 규제다. 몬순 시즌 가뭄이 현실화할 경우, 세계 쌀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인도가 자국 내 식량 안보를 위해 쌀 수출 통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인도와 함께 베트남, 태국도 엘니뇨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주요 쌀 수출국이다. 가뭄이 심해질 경우 농민들이 파종 시기를 늦추거나 경작 면적 자체를 줄일 수 있어, 공급 감소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실제로 방글라데시에서는 지난 4~5월 이상 강우와 상류 지역 유입수로 홍수가 발생해 4만6000헥타르의 논이 침수되면서, 전국 쌀 생산량이 20만 톤 부족해지는 사태가 이미 벌어진 바 있다. 팜유 생산 85% 담당하는 인니·말레이시아도 '위험지역' 쌀과 함께 우려되는 또 다른 품목은 팜유다. 세계 팜유 생산량의 약 85%를 담당하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역시 이번 엘니뇨의 직격탄을 맞을 위험 지역이다. 강수량 부족으로 비료 사용이 줄면 이는 그대로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는데, 팜유는 식용유 등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과 세제 같은 광범위한 소비재에 두루 쓰여 가격 상승의 파급 효과가 특히 크다. 이미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으로 쌀과 팜유 수확에 실질적인 타격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골드만삭스 "식량 원자재 최대 15% 상승" 추산 골드만삭스는 이번 엘니뇨로 글로벌 식량 원자재 가격이 15% 이상 오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문제는 이런 충격이 이미 높은 수준의 가격 위에 얹어진다는 점이다. 이란을 둘러싼 무력 충돌로 에너지와 운송비가 오르면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가격지수는 지난 4월 3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6월에는 전월보다 0.3% 내렸음에도 1년 전보다는 여전히 1.7%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즉 이미 고물가 상태인 국제 식량 시장에 엘니뇨발 추가 충격이 더해지는 셈이다. "2027년 말까지 4900만 명 추가 식량위기" WFP 경고 인명 피해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국제기구의 경고도 나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엘니뇨 영향으로 2027년 말까지 최소 4900만 명이 추가로 식량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중앙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남부이며, 동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동남아시아도 함께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카레프 라피수라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 재난위험감축국장은 "농업에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빈곤선 아래에 머물 수도, 간신히 그 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며 "동남아시아 각국이 생산 수준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느냐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쌀 440만 톤·옥수수 16만8000톤 '사상 최대' 비축 가장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선 곳은 2015~2016년 슈퍼엘니뇨로 이미 혹독한 경험을 한 인도네시아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국내총생산(GDP)의 1.9%에 해당하는 161억 달러(약 25조 원) 규모의 산불 피해를 입었고, 이웃한 베트남은 6억7400만 달러, 필리핀은 3억2700만 달러의 농업 생산 손실을 각각 봤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팜유 생산량이 약 13% 줄어 가격이 23%가량 뛰었다. 이런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인도네시아 농업부는 "고질라급 엘니뇨로 6개월간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식량 비축량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4월 초 기준 쌀 비축량을 440만 톤, 옥수수는 16만8000톤까지 늘린 상태다. 이 밖에 다른 동남아 국가도 사탕수수 수확량 감소에 대비해 9월 말까지 설탕 수출을 금지하는 등 선제 조치에 나섰다. "밥상 물가 직격탄"…한국도 수입 의존도 높아 직접 영향권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이런 국제 곡물가 급등의 사정권 밖에 있지 않다. 세계 쌀 수출의 40%를 담당하는 인도가 실제 수출 통제에 나설 경우, 국내 쌀 수입 비용 상승은 물론 국제 곡물가 전반이 출렁이며 밥상 물가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앞서 확인된 국내 '히트플레이션'(폭염발 채소값 급등)에 이어, 해외발 곡물·유지류 가격 상승까지 겹칠 경우 국내 식품 물가에 이중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몬순 시즌 실제 강수량과 각국의 수출 통제 여부" 이번 엘니뇨의 실제 파급력은 앞으로 몇 달간 이어질 인도·동남아 몬순 시즌의 실제 강수량, 그리고 이에 따른 주요 쌀 수출국들의 수출 통제 여부에 달려 있다. 과거 1877~1878년 강력한 엘니뇨 당시 인도에서 600여만 명이 가뭄에 따른 기근으로 숨진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역대급 엘니뇨가 실제로 그런 수준의 재앙으로까지 번질지 여부는 각국 정부의 식량 비축과 국제사회의 선제 대응에 달려 있다. 국제 식량 가격의 추가 상승 여부와 그 파급력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밥상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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