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파킹부터"…금리 급등에 서학개미, 초단기채 ETF로 대피

한지훈 기자2026.09.26
"파킹부터"…금리 급등에 서학개미, 초단기채 ETF로 대피
SGOV, 메타·알파벳·S&P500 제치고 순매수 1위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주식과 채권이 동반 약세를 보이자, 국내 개인투자자(서학개미)들의 투자 무게중심이 미국 주식에서 초단기 국채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한 달간 '아이셰어스 0-3개월 국채(SGOV)' ETF를 2억1849만 달러(약 2962억 원) 순매수했다. 만기 3개월 이하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이 ETF는 지난주 메타와 알파벳,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모두 제치고 해외주식 주간 순매수 1위에 올랐다. 이는 시장 변동성을 피하면서도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한 달 전만 해도 아마존·샌디스크·마이크론 '쓸어담기' 불과 한 달 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지난달 첫째 주만 해도 국내 투자자들은 아마존(1억7620만 달러)과 샌디스크(1억6143만 달러), 마이크론(1억1000만 달러대) 등 AI·반도체 관련 개별 종목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재돌파하는 등 글로벌 금리 환경이 급변하면서, 서학개미들의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현금성 자산으로 빠르게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다시 미국 증시로"…268조 원 보유하며 '복귀'와 '위험관리' 동시 진행 다만 최근 흐름을 좀 더 들여다보면 '주식을 팔고 채권만 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1~21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974억7874만 달러(약 268조5710억 원)로 집계돼, 사상 최대 수준에 다시 근접하고 있다. 즉 9월 서학개미의 투자 행태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미국 증시로의 복귀'와 '위험 관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주식 보유액 자체는 다시 늘어나고 있지만, 그 돈이 모두 주식으로 직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이달 1~22일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역시 SGOV였는데, 투자처를 정하기 전 자금을 잠시 대기시켜두는 이른바 '파킹형' ETF로 2억2356만 달러가 순매수됐다. 파킹형 자금과 반도체 3배 레버리지가 동시에…"양극화된 투자처" 흥미로운 점은 안정형 상품과 고위험 상품에 자금이 동시에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다. 미국 증시에 대한 매수세가 점차 강해지는 가운데, 투자처는 SGOV 같은 초단기 국채부터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SOXL)까지 폭넓게 갈리고 있다. 한 대학교수는 이런 흐름에 대해 "미국의 AI·반도체 산업 경쟁력과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성이 여전히 강하고,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시장 접근성도 높아진 만큼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학개미들은 시장 불확실성이 큰 국면에서는 현금성 국채 ETF로 일단 대피했다가, 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이나 증시 반등 신호가 보이면 다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훨씬 기민하고 세분화된 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 실적 발표와 금리 향방이 다음 이동을 결정할 것" 증권업계는 향후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와 AI 관련 투자 모멘텀이 이어질 경우,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다시 한번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안정형 ETF에 머물러 있는 대기자금이 AI·반도체 등 성장주로 본격 이동할지, 아니면 레버리지 상품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 투자 흐름이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런 자금 이동의 방향은 미국 연준의 추가 금리 정책 경로와 국채금리 흐름, 그리고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얼마나 진정되느냐에 달려 있다. 채권으로의 이동이 '일시적 대피'에 그칠지, 아니면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되며 서학개미의 포트폴리오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이나 자산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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