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은, 12월 '국내산 금' 1톤 매입…13년 만 실물 투자 재개

한지훈 기자2026.10.01
한은, 12월 '국내산 금' 1톤 매입…13년 만 실물 투자 재개
2013년 2월 이후 13년째 멈춰있던 금 매입 시계 다시 돈다 한국은행이 오는 12월 국내에서 생산된 실물 금 약 1톤(2000억 원 규모)을 매입한다. 3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국내 생산 금 거래를 위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12월 14일경 첫 거래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은이 실물 금을 매입하는 것은 2013년 2월 이후 13년 만이다. 한은 외자운용원은 정 의원실에 "12월 14일경 제반 시스템 구축이 완료될 예정이어서 이 시기에 첫 거래를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정 물량은 1톤 내외"라고 밝혔다. 다만 한은 외자운용원 이창헌 운용기획팀장은 1톤 매입 규모에 대해 "확정한 계획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 실제 물량은 거래 시점의 시장 상황에 따라 다소 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TF 간접투자 이어 실물 직접매입까지…'투트랙' 전략 한은은 이미 올해 2분기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며 금 간접투자를 먼저 시작한 바 있다. 여기에 12월 실물 금 1톤 매입까지 이뤄지면, 한은은 간접투자와 직접투자를 모두 재개하는 '투트랙' 전략을 완성하게 되는 셈이다. 한은은 지난 8월 3일 국내 금 생산업체 LS MnM과 한국거래소(KRX), 한국예탁결제원(KSD) 등 유관기관과 국내 생산 금 매입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히며 이번 거래를 위한 사전 준비를 마친 상태다. "달러 안 쓰고 원화로 안전자산 확보"…수출 예정 물량만 매입 이번 거래 방식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국내 금 생산업체의 '수출 예정 물량'을 국제 금 시세 기준으로 사들인다는 점이다. 한은이 이 방식을 택한 이유는 국내 금 수급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거래도 장내 일반 매매가 아닌 협의대량매매 방식을 활용하는데, 이는 가격과 수량을 거래 당사자들이 사전에 합의한 대로 체결해 장내 호가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다. 한은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인 금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위기에 대비한 안전자산을 확충하는 한편, 다변화 효과를 통해 위험 대비 수익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국내 생산 금 매입 채널을 확보함으로써 외화를 사용하지 않고 원화로 금을 매입할 수 있게 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달러 외화 유출 없이 안전자산을 확충할 수 있어 국내 외환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유량 104.4톤, 세계 41위…미국의 78분의 1 수준 한은의 금 보유 규모는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한은의 금(현물) 보유 규모는 104.4톤으로, 장부가 기준 47억9000만 달러, 원화로 환산한 시가 보유 규모는 약 20조4000억 원이다. 세계금협회(WGC) 최신 자료 기준 한은의 금 보유 순위는 전 세계 41위(문서에 따라 39위로도 집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이 8133톤, 중국 2346톤, 러시아 2283톤을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극명하며, 가까운 일본(846톤·9위)과 비교해도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2013년 이후 13년째 104.4톤에 머물러 있었는데, 만약 외환보유액 대비 금 비중을 7% 수준까지 확대한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100톤이 넘는 금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정학 리스크·국제유가 급등이 '트리거'…고점 대비 20% 하락도 호재 한은이 13년 만에 금 매입 재개를 결정한 배경에는 최근 격화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한은이 다시 금 매입을 결정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안전자산인 금의 전략적 가치가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점화되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과 맞물린다. 여기에 올해 초 고점 대비 금값이 20%가량 내려오면서 매입 타이밍에 대한 부담도 다소 덜었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그간 한은은 "이자 없는 무수익 자산인 데다 위기 시 현금화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금 매입에 소극적이었는데, 이번 결정은 이런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평가된다. "주식이 금보다 수익률 앞섰다"…13년간의 기회비용 한은이 금 매입을 중단했던 2013년 이후의 흐름을 보면, 이런 보수적 태도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3년 2분기부터 2026년 1분기까지 선진국 주식지수(MSCI World)의 수익률(배당 포함)은 272%로, 같은 기간 금 수익률(192%)을 웃돌았다. 한은은 금 매입을 중단한 이후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높고 수익률이 양호했던 주식 비중을 늘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최근 들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되면서, 수익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전략적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정태호 의원 "의미 있는 첫걸음…다변화 속도 더 내야" 국회에서는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추가 확대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주문했는데,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실물 금 매입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다만 금 보유 비중이 외환보유액의 3.4%, 세계 39위에 그치는 만큼 한은이 다변화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한은의 금 매입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KRX금시장의 거래·보관·결제 체계를 정비하며 한은 전용 협의대량매매 계좌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1톤을 시작으로 중장기 매입 확대 속도를 얼마나 끌어올릴지" 이번 1톤 매입은 실제 외환보유액 다변화 효과를 체감하려면 훨씬 더 큰 규모의 지속적인 매입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한은 스스로도 보유 비중이 작은 만큼 중장기적으로 완만한 속도로 금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만큼, 이번 12월 거래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적인 보유량 확대 정책의 출발점이 될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또한 실물 금을 반드시 국내에서만 매입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한은의 설명대로, 향후 해외 시장을 포함한 추가 매입 채널 다변화 여부도 주목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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