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빌딩을 1만원에"…STO법 통과, 거래 2027년부터
김지수 기자2026.09.24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 1월 15일 국회 본회의 통과
블록체인 기반 증권 발행·유통의 법적 근거를 담은 토큰증권(STO) 관련 법안이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1월 1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금융위원회가 2023년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처음 발표한 지 약 3년 만의 결실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2가지로, 분산원장 기반으로 증권의 발행·유통 정보를 기재·관리하는 '토큰증권' 발행 인프라를 전자증권법 체계 안에 새로 도입하고,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을 증권사(투자매매·중개업자)가 유통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전자증권법 개정을 통해 분산원장 기술이 법률상 개념으로 명확히 정립되고, 분산원장이 법적 효력을 갖는 증권 계좌부로 공식 인정됐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10억 빌딩을 1만 원짜리로"…부동산·미술품·음원까지 쪼개서 거래
STO는 부동산이나 미술품, 음원 저작권 같은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잘게 쪼개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다.
쉽게 말해 10억 원짜리 빌딩을 1만 원짜리 조각으로 나눠 누구나 살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인 셈이다.
다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토큰증권을 자유로운 디지털 자산 발행으로 취급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증권'이라는 것이 법의 취지로, 기존 자본시장법의 투자자 보호 체계 안에서 규율된다.
이번 개정의 제도적 장치로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제도의 도입이다.
"업권 오랜 과제 해소"…민간은 이미 준비 완료
법안 통과 소식에 업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신범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토큰증권협의회장은 "토큰증권 업권의 오랜 과제가 해소됐다"며 "민간은 이미 기술·제도적 준비를 마친 만큼 시행과 동시에 발행과 유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동안 조각투자 시장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일부 플랫폼(카사, 뱅카우 등)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운영돼왔는데,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만 963억 원(아트앤가이드·아트투게더·소투·테사), 부동산 조각투자 653억 원(카사·비브릭), 콘텐츠 조각투자 167억5000만 원(펀더풀), 한우 조각투자 35억 원(뱅카우) 규모로 추정될 만큼 시장 자체는 이미 형성돼 있었다.
실제 시행은 2027년 1월 예정…"공정성 시비로 장외거래소 인가에 제동"
다만 법이 통과됐다고 바로 거래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 뒤인 2027년 1월(잠정) 시행될 예정이며, 이후 금융위원회의 시행령 제정과 실제 거래소 라이선스 발급 일정이 시장 출범의 변수로 남아 있다.
더 큰 문제는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토큰증권 장외거래소 예비인가와 관련해 심사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인가 절차 자체에 제동이 걸렸는데, 이 때문에 실제 시장 출범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업계가 법안 통과 소식에도 겉으로는 담담한 반응을 보인 배경에는 이런 지연 우려가 깔려 있다.
래리 핑크 발언 재조명…"자산 토큰화가 금융의 미래"
이번 법제화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자산운용 업계의 큰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가 "모든 금융자산이 토큰화될 것"이라고 예견해온 것이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현실화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최근에는 부동산과 미술품, 금, 채권 등 현실 세계의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로 토큰화하는 '자산 토큰화(RWA, Real World Asset)'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국내 STO 제도화 역시 이런 국제적 흐름에 발맞춘 조치로 평가된다.
증권사·블록체인·신탁업 관련주 '들썩'…투자는 신중해야
법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증권사와 블록체인, 신탁업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요동쳤다.
다만 현재 국내에 STO 테마만을 따로 모은 전용 상장지수펀드(ETF)는 아직 없는 상태다.
분산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핀테크나 블록체인 관련 ETF 안에 일부 편입된 관련 종목을 활용하는 정도가 현실적인 방법으로 거론된다.
본격적인 토큰증권 거래는 2027년 1월 시행 이후 거래소 인가까지 마무리돼야 일반 투자자에게 폭넓게 열릴 예정인 만큼, 지금 단계에서 '수혜주'로 거론되는 종목에 대한 투자는 제도 시행 지연 가능성을 감안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장외거래소 인가 지연을 얼마나 빨리 해소할지"
3년간 표류했던 STO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 자체는 국내 자본시장에 새로운 투자 자산군을 열어줄 전환점이면서도, 장외거래소 인가를 둘러싼 공정성 시비와 기초자산에 따른 정보 비대칭성 문제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법적 틀은 마련됐지만 2027년 1월로 예정된 실제 시행일까지, 그리고 그 이후 거래소 인가가 실제로 이뤄지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이나 자산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