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대응 거시정책" 예고에 부동산주 일제히 반등
한지훈 기자2026.09.28

리창 총리 "재정지출 확대·채권발행 완화·금리조정" 직접 언급
중국 부동산 관련 주식들이 29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했다.
중국 당국이 재정 지출 확대와 채권 발행 완화, 금리 조정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추가로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전날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고 부동산 부문에 대해 "강력한 경기대응적 거시정책 조정"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홍콩 증시에서 중국 완커(Vanke)는 7.1% 급등했고, 룽후부동산(Longfor Properties)은 3.8%, 쑨훙차이나홀딩스(Sunac China)는 4.7%, 화룬부동산(華潤置地)과 폴리부동산그룹(Poly Property)은 각각 3.4% 올랐다.
완커 채무불이행 우려 직후 나온 대책…"경영난 개발업체 지원 시사"
이번 회의는 공교롭게도 중국 당국이 경영난에 처한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의 잠재적 채무불이행을 막기 위해 은행과 채권자들에게 일부 채무 유예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불과 몇 주 만에 열렸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기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 헝다(에버그란데)를 비롯한 다수의 대형 개발업체가 파산하는 사태를 겪었다.
베이징 당국은 그동안 자본 규제 대폭 완화와 각종 대출 보조금 지원 등 지속적인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부문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PSL 금리 1.5%로 인하…10월부터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모기지 이자 보조
중국 인민은행은 국유 정책은행에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담보보완대출(PSL)' 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 낮춰 연 1.5%로 조정하기로 했다.
기술혁신을 위한 재대출 한도도 2000억 위안 늘려 총 1조4000억 위안으로 확대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생애 첫 주택 구입자 대상 모기지 이자 보조 정책으로, 자격을 갖춘 구매자는 최대 5년간 대출 원금의 연 1%포인트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는 중국 지도부가 2026년 4~6월 분기 경제성장률이 4.3%로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연간 4.5~5%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놓은 조치로 풀이된다.
베이징도 5환 이내 규제 철폐…비거주자 사회보험 요건 2년→1년
이번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에 앞서, 수도 베이징도 지난달 8일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자체 규제 완화에 나선 바 있다.
베이징 5환 이내 시내 중심가에 대한 아파트 구매 규제를 완화하고 주택공적금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비(非)베이징 호적 가구의 주택 구매 요건 완화로, 기존에는 5환 이내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면 사회보험이나 개인소득세를 2년 이상 납부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 기간이 1년으로 단축된다.
이는 지난 7월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침을 구체화한 조치로, 업계에서는 하반기 베이징 부동산 시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1선 도시는 일제히 상승세…베이징 0.6%·상하이 0.4%·선전 0.4%
이런 정책 효과는 실제 가격 지표에서도 일부 확인됐다.
경제·사회적 영향력이 큰 4대 1선 대도시인 베이징(0.6%)과 상하이(0.4%), 광저우(0.2%), 선전(0.4%) 모두 상승세를 기록하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다만 이런 회복세를 전국적인 반등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6월 기준 중국 70개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2% 하락해 24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는데, 이는 2024년 4월 이후 가장 느린 하락 속도였다는 점에서 '낙폭 축소'에 가까운 흐름이었다.
"거래량 늘어도 매수 심리는 불안정"…현지 중개인들 신중론
부동산 중개업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반등세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상하이의 증권사들은 고객 문의가 급증하면서 거래 성사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했지만,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 없이는 이런 회복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상하이 푸둥의 한 중개인은 "정부 지원은 주택 시장 성과에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면서도, 현재의 높은 거래량이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짚었다.
상하이의 한 부동산 회사 대표 역시 지원 정책이 주로 억눌렸던 수요를 해소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집을 더 좋은 곳으로 옮기고 싶어하는 수요자들은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여전히 지출을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억눌린 수요 해소를 넘어선 신뢰 회복"
이번 완커 급등과 부동산주 전반의 반등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개입 의지를 시장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면서도, 지속가능한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소비자 신뢰도 향상과 주택 재고 문제 해결, 장기적인 수요 유지를 위한 추가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시가 최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역할을 강조한 것도, 정부가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이번 재정·통화 정책 조합이 완커 같은 개별 개발업체의 채무 위기를 실질적으로 완화하고, 나아가 24개월 넘게 이어진 주택 가격 하락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가 향후 중국 경제 전반의 회복 여부를 가늠할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