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짝퉁, 이제 정부가 잡는다”…’K브랜드 정부인증제도' 시행

정하윤 기자2026.10.08
“짝퉁, 이제 정부가 잡는다”…’K브랜드 정부인증제도' 시행
정부가 상표 권리자로 직접 나서는 세계 최초 제도 지식재산처가 지난 7일부터 해외에서 급증하는 가짜 K브랜드 상품을 차단하기 위한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이 제도의 핵심은 대한민국 정부가 '국가인증상표'의 권리자가 돼 기업과 함께 위조상품 대응에 직접 나선다는 점이다. 그동안 위조상품 문제는 개별 기업이 각자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해외 현지에서 소송이나 단속 요청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는데, 이제는 정부가 상표권을 가진 주체로서 각국 법이 보호하는 범위에서 권리를 적극 행사하는 체제로 전환된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은 "이 제도 도입으로 기존 개별 기업 차원의 해외 위조상품 대응 체계가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대응하는 체계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OECD 추산 위조 K상품 연 11조 원…”기업 대응 한계치 넘었다" 제도 도입의 배경에는 K브랜드 위조상품의 급증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K브랜드 위조상품 규모는 약 11조 원으로 추산된다. 필리핀·베트남 등 한류 인기가 높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정품과 구분하기 어려운 정교한 모조품이 범람하면서, 기업의 경제적 피해는 물론 K브랜드 신뢰도 하락과 국가 이미지 실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런 피해가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7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제도 시행 소식과 해외 위조상품 대응 방침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73개국 상표 등록, 스마트폰으로 '정품 스캔'…AI 인증기술 적용 제도의 작동 방식은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지식재산처는 국가인증상표 ‘K’를 전 세계 73개국에 출원·등록해 올해 안에 권리자 등록을 마칠 계획이다. 이 상표는 K 라이프스타일, K 스피릿, K 컬처, K 테크를 결합해 K브랜드 전체를 표현했으며, 사방으로 모이고 확산되는 형상으로 디자인돼 K브랜드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의미를 담았다. 다음으로 이 상표에는 AI 기반 정품인증기술이 적용돼, 해외 소비자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국가인증상표 ‘K’를 직접 스캔하면 정품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조 의심 정황이 포착되면 '정부 인증 → 소비자 정품 확인 → 위조상품 추적·국제공조 수사'로 이어지는 체계가 가동된다. 위조 발견 시 정부가 현지에 수사·단속·통관보류 직접 요구 지식재산처는 정품확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다가 상표 위조 등 침해가 의심되면 해외지식재산센터를 통해 현지 실태조사를 벌여 위조상품 유통 증거를 확보한다. 이후 지식재산처와 관세청, 외교부 등 관계 부처가 직접 현지 정부에 수사·단속과 세관에서의 통관 보류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전문인력을 파견해 상습적이거나 대규모로 K브랜드 위조상품을 제조·유통하는 행위에도 적극 대응한다. 손해배상 소송 지원도 병행된다. 참여 기업엔 정품인증기술 비용 최대 2억 원…수출 지원 연계 혜택도 국가인증상표 사용을 허락받은 기업은 정·가품 정보 수집 체계를 이용할 수 있고,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정품인증기술 도입 비용을 기업당 최대 2억 원까지 지원받는다. 여기에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수출보험료 할인, KOTRA의 수출박람회 참가 시 가점 부여, 한국무역협회 트레이드코리아 내 별도 판매관 입점 같은 유관기관의 수출지원 사업 혜택도 연계된다. 다만 국가인증상표의 사용 여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사용하려는 해외 국가에 이미 상표가 출원 또는 등록돼 있어야 하고 생산제품이 KC, HACCP 등 국내 품질인증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삼양식품·아모레퍼시픽·정관장 등 31개사 참여 신청 현재까지 삼양식품과 아모레퍼시픽, 정관장 같은 대표 K브랜드 기업부터 '고혼진' 등 우수 중소기업까지 총 31개사가 참여를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식재산처는 지난 8월 24일부터 1차 참여기업 모집을 시작했는데, 정부 관계자는 "수출기업의 경우 위조상품 대응에 필요한 시간·비용 부담이 줄어 신제품 개발 등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해외 현지 집행력…각국 법·행정이 얼마나 협조할" 이번 제도는 위조상품 대응의 주체를 개별 기업에서 정부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면서도, 실제 효과는 해외 현지의 집행력에 달려 있다. 정부가 상표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더라도 최종적인 수사·단속과 통관 보류는 각국 정부의 법과 행정 시스템 안에서 이뤄지는 만큼, 현지 당국의 협조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식재산처 스스로도 정부의 권리 행사가 '각국 법이 보호하는 범위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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