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있고 외제차 타도 살아"… 공공임대 입주 관리의 구멍
한지훈 기자2026.10.09

환수까지 수년 걸리기도, 처벌은 '솜방망이' 지적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세금으로 지은 공공임대주택이 정작 자격이 안 되는 사람에게 돌아가거나, 입주자가 집을 남에게 넘겨 돈을 버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마다 국정감사와 감사 때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만 사후 점검에 의존하는 관리 체계와 약한 제재가 그대로여서 '구멍'이 메워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도 적발 사례… 영구임대 불법 전대에 급여 부정수급까지
지난달 전북 전주에서는 70대 여성이 사법당국에 송치됐다.
이 여성은 친딸 명의로 등록된 2000cc 이상 수입 승용차를 상시 운행하면서도 이를 신고하지 않고 약 3500만원의 사회보장급여를 받았고, 취약계층에 우선 배정되는 영구임대아파트를 공급받은 뒤 자녀 집에 머물며 이 집을 타인에게 불법 전대해 약 57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부동산 공급 질서를 교란하는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서울 공공임대주택에 주택을 소유하고 외제차를 타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고, 서울시는 입주 후 부적격자를 자체적으로 적발·조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앞서 2023년 국감에서는 입주자 선정 자동차 가액 기준(3683만원)을 넘는 차량을 가진 공공임대 입주 세대가 61곳으로 확인됐고, 이 중에는 최고 9000만원대 BMW를 보유하면서 임대료를 체납한 사례도 있었다.
허점 ① '소득·자산은 재계약 때만 확인'
관리 체계의 약점은 점검 주기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입주 기간 중 주택 소유 여부를 연 1회, 거주 실태를 연 2회 점검하고 소득·자산은 재계약 때 확인한다고 밝혔다.
공공임대는 통상 2년마다 재계약하며 이때 소득·자산을 재심사한다.
거꾸로 말하면 계약 중간에 자산이 늘거나 집을 사도 다음 재계약 전까지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도 확인 주기를 재계약 시에서 수시 확인으로 단축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하고 있다.
기준을 넘겨도 곧바로 퇴거하지 않는 점도 지적된다.
국토부 훈령인 공공주택 업무처리 지침은 소득·자산 기준에 미달하는 입주자에게 1회에 한해 재계약을 허용하고 있고, 이 때문에 고가 차량 보유 사례가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LH는 재계약 가능 자산 기준에서 자동차 가액을 제외하는 개정을 예고했다고 설명했지만, 기준 초과 자산을 보유한 채 거주하는 문제의 근본 해소로 이어졌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소득이 기준의 150%를 넘으면 재계약이 불가하고 그 이하는 임대료를 10~30% 할증하는 방식으로 재계약하는 구조여서, 일정 구간까지는 계속 거주가 가능하다.
허점 ② 불법 전대는 '신고 의존'
불법 전대와 불법 숙박 영업은 더 잡아내기 어렵다.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SH가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적발한 불법 전대 50건 중 8건이 공유숙박 사이트를 이용한 사례였고, 이는 모두 정기 실태조사가 아니라 익명 신고로만 확인됐다는 점이 드러났다.
매년 실태조사를 하는데도 공유숙박 적발이 0건이라는 점은 단속의 사각지대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고 포상금은 건당 300만원 수준이다.
LH 임대주택에서도 지난해 기준 최근 5년간 불법 전대 44건, 불법 숙박 적발 8건이 확인됐다.
적발에 그치지 않고 문제도 남는다.
불법 전대·숙박으로 적발되고도 퇴거하지 않고 버텨 LH가 명도소송을 제기했거나 제기를 준비 중인 건이 8건에 달했다.
불법 전대자의 주택 환수에 3년 넘게 걸린 사례도 있었다.
환수가 늦어질수록 입주 대기자의 피해가 커진다.
허점 ③ 제재가 약하다
불법 전대를 한 임차인에게는 공공임대 입주 자격을 4년간 제한하고 불법 거주에 대한 배상금은 임대료의 1.5배 수준이다.
임대료가 시세보다 크게 낮은 공공임대에서 전대 수익이 이를 웃돌면 '해 볼 만한 장사'가 될 수 있다.
서울시는 국토부에 입주 자격 제한 기간을 영구 제한으로 늘리고 불법 거주 배상금을 임대료의 30배로 올려 달라고 건의했다.
해법은? 데이터 연계·수시 점검·제재 강화
자격 확인을 재계약 시점에 묶어 두지 말고 소득·자산·주택 보유 정보를 행정 데이터와 연계해 수시로 확인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공유숙박 플랫폼과의 협약을 통한 불법 영업 단속, 신고 포상금 확대, 퇴거 불응자에 대한 신속한 명도 절차와 환수 기간 단축도 제안된다.
아울러 부적격자를 적발하는 것만큼 퇴거 이후 빈집을 빨리 대기자에게 돌리는 재공급 속도도 중요하다.
한편 공공임대 재고가 늘어도 노후 주택 관리와 하자, 입주 관리 인력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올해 국감에서도 이어졌다.
정부가 2030년까지 공적주택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공급 확대와 함께 입주자 관리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점검 주기를 줄이고 제재를 키우는 제도 개선이 법령·훈령 개정까지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국토부와 LH, 지방공사가 부적격자 정보를 얼마나 신속하게 공유하느냐, 그리고 개인정보·행정 부담 문제를 어떻게 풀지도 변수다.
세금으로 지은 임대주택이 진짜 필요한 가구에 돌아가도록 하는 '공정성 신뢰'가 정책의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