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인 매장 사장님들, 불황 속 절도·과열 경쟁에 한숨

정하윤 기자2026.10.14
무인 매장 사장님들, 불황 속 절도·과열 경쟁에 한숨
창업비 낮고 인건비 없다더니… 매장 수는 4배 늘었는데 절도 민원도 두 배, 점주들 "우리가 경비냐" "사람 안 써도 되니까 자면서도 돈이 들어온다더라."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셀프 빨래방, 인형 뽑기숍 창업에 뛰어든 점주들이 한결같이 들었던 말이다. 하지만 최근 현장에서는 "자면서 돈 번다"는 말이 "자지도 못하고 매장을 지킨다"로 바뀌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낮은 문턱에 몰린 창업자들 무인 매장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에는 낮은 진입 장벽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일반 소상공인의 평균 창업 비용은 8900만원이지만 무인 매장은 3000만원대부터 시작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정보 플랫폼 마이프차의 ‘2026 트렌드 리포트'에서는 예비 창업자의 32.6%가 올해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업종으로 '무인'을 꼽았다. 업종도 코인 세탁소, 무인 카페, 스터디 카페, 사진관에서 무인 속옷 매장과 무인 스크린골프까지 넓어졌다. 삼성카드 분석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초까지 전국 무인 프랜차이즈 매장 수는 314% 늘었다. 자영업 불황 속에서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기대가 창업 열풍을 부채질했다. 지키는 사람 없는 가게, 절도의 표적으로 문제는 '상주 인원이 없다'는 장점이 곧 약점이라는 점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무인점포 절도는 5년 만에 3배 이상 늘어 지난해 1만1000건을 넘어서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무인매장 절도·파손 민원도 월평균 54건(2022년)에서 103건(2024년)으로 2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피해 사례는 소액이지만 반복적이다. 경기 파주의 한 무인 매장 업주는 반복된 절도로 수백만원의 피해를 입은 끝에 폐업을 준비한다고 토로한 바 있다. 광주에서는 SNS로 파손 방법을 익힌 10대들이 닷새 동안 매장 다섯 곳을 돌며 350만원 상당을 훔친 사례도 알려졌다. 일부 점주들은 범인을 직접 잡겠다며 매장 앞 차량에서 밤을 새우는 이른바 '차박 잠복'까지 하는 상황이다. 수법은 물론 표적 매장의 주소까지 공유되면서 단순한 잠금장치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보안업계는 CCTV가 사후 확인용에 그쳐 예방 효과가 낮다고 보고, 이상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관제센터가 경고 방송을 하는 AI 보안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경찰 부담, 점주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무인점포 절도가 늘면서 경찰력 낭비 논란도 커지고 있다. 소액 사건이 많아도 수사 인력은 투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개별 사건은 소액 절도에 그치더라도 여러 점포를 노리는 방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경찰과 점주, 민간 경비업체가 협력하는 치안 네트워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장에서는 "결국 보안은 점주가 돈을 들여 감당하라는 얘기"라는 불만도 나온다. 인건비를 아끼려 무인으로 전환했지만 보안 장비와 관제 서비스 비용이 새로운 고정비로 자리 잡는 셈이다. 불황 속 '무인 창업' 신중해야 자영업 환경 자체도 녹록지 않다. 국세청의 ‘2026년 상반기 사업자 등록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영업 폐업은 62만4000건으로 통계 집계 이래 반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4.7% 늘었고,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은 1.32배다. 폐업 사유 1위는 매출 부진(41.2%)이었다. 무인 매장이 '손 안 가는 사업'이라는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 상권과 입지 분석은 물론 보안 설비, 재고·청결 관리, 사고 발생 시 대응 체계까지 갖춰야 하며, 소액 피해가 누적될 경우의 손익까지 보수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자면서 버는 가게'는 잠들기 전에 가장 많이 준비해야 하는 가게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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