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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빨아들인 메모리, 스마트폰·PC 가격까지 흔든다

박정아 기자2026.10.12
AI가 빨아들인 메모리, 스마트폰·PC 가격까지 흔든다
빅테크가 생산량 절반 선점, 일반 소비자용 공급은 바닥… "정상화는 2028년 이후" 전망 나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열기가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통째로 빨아들이면서, 스마트폰과 PC, 저장장치 가격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메모리가 '흔하고 값싼 부품'이던 시대가 끝났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오는 가운데, 공급 부족이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바꾸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이어진다. 가격 급등세… 분기마다 수십 퍼센트 올라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은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해 1분기 16Gb D램 평균 가격은 19.2달러였으나 2분기에는 28.5달러로 49% 올랐다. 일부 소비자용 D램과 저장장치는 분기 대비 2배 안팎으로 뛰었고, 제품에 따라 두세 배 가격에 팔리는 사례도 보고됐다. 미국 투자은행 제퍼리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3분기 전분기 대비 40~50%, 4분기에는 30~40%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도 올해보다 40~45%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원인은 '물량 선점' 공급난의 뿌리는 AI 데이터센터다. 제퍼리스는 현재 전체 메모리 생산량의 약 50%가 제조사와 글로벌 빅테크 간 장기공급계약으로 묶여 있다고 분석했다. 이 비중이 70%까지 커지면 PC·노트북·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범용 메모리 부족은 더욱 심각해진다는 경고다. 제조사들도 수익성이 높은 AI 서버용 제품으로 생산 역량을 옮기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기업용 SSD에 라인을 집중하면서 소비자용 제품에 돌아가는 물량이 줄었다. 마이크론 최고경영자는 중기적으로 고객 수요의 50~67%만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고, 미국 아이다호 신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28년 이후에야 공급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 임원 역시 공급 부족이 2027년 상당 기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PC로 번지는 파장 부담은 완제품 가격으로 옮겨가고 있다. 메모리는 스마트폰과 PC 제조 원가에서 15~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돼, 가격이 오르면 제조사는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사양을 낮출 수밖에 없다. 가트너는 올해 말까지 D램과 SSD 가격이 합산 130% 오르면서 PC 평균 판매가격이 17% 상승하고 글로벌 PC 출하량은 10.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IDC는 올해 PC 시장이 4.9% 위축되고, 상황이 더 나빠지면 낙폭이 8.9%까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스마트폰 시장도 2.9~5.2% 줄고 평균 판매가격은 3~8%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델, 레노버, HP 등 주요 PC 업체들이 이미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특히 저가 스마트폰과 중소 PC 업체의 타격이 크다. 협상력이 약한 소규모 제조사는 물량 확보 자체가 어렵고, 일부는 메모리 용량을 줄인 모델로 가격을 맞추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호황… 승자와 패자 엇갈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수요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가 전례 없는 성장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메모리를 사서 쓰는 쪽인 가전·모바일·PC 업체와 소비자는 비용 부담을 떠안는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신규 생산능력이 언제 시장에 풀리느냐다.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수년이 걸려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렵고, 업체들이 HBM에 집중한 탓에 범용 D램 증설도 제한적이다. 일부에서는 중국 업체의 추격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지만, 기술 격차를 고려하면 당장 시장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AI 투자 속도와 신규 팹 가동 시점이 메모리 가격의 향방을 결정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당분간 '가격이 내리길 기다리기'보다 '더 오르기 전에 사는 것'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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