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소기업 '청산' 행렬, 법인파산 올해도 최대 경신 눈앞

박정아 기자2026.10.12
중소기업 '청산' 행렬, 법인파산 올해도 최대 경신 눈앞
5월까지 1000건 돌파해 지난해 연간 기록의 절반 육박… 대기업은 웃고 중소기업은 연체 급증, '양극화형 도산' 우려 증시는 달아오르는데 법원 파산 접수 창구는 더 붐비고 있다. 빚을 갚을 길이 막힌 기업이 회생 대신 문을 닫는 쪽을 택하면서 법인파산 신청이 해마다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올해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10년 새 3배… 2023년 이후 가팔라진 증가세 법원 통계에 따르면 법인파산 신청은 2016년 740건에서 지난해 2282건으로 10년 사이 3배 넘게 늘었다. 특히 2022년 1004건이던 신청이 2023년 1657건, 2024년 1940건, 지난해 2282건으로 불어나면서 통계를 집계한 2013년 이래 처음으로 2000건을 넘겼다. 지난 5월까지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은 106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늘었고, 지난해 연간 건수의 절반에 육박한다. 올해 1월에도 192건이 접수돼 1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건수가 다시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왜 파산인가… 회생 대신 '정리'를 택하는 기업들 파산은 회생과 달리 절차가 끝나면 법인이 완전히 사라진다. 재기 가능성을 접고 청산을 택하는 것이어서, 법인파산 급증은 그만큼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기대를 잃었다는 신호로 읽힌다. 법원은 파산 법인의 규모를 따로 분류하지 않지만 업계는 대부분이 재무 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벤처·스타트업일 것으로 본다. 배경에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고유가까지 겹친 '복합 부담'이 있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수익성이 깎였고, 올해는 중동 전쟁과 미국 관세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졌다. 최근의 회생·파산 급증이 지난 10년 가까이 부동산에 쏠린 유동성과 가계·기업 부채가 금리 상승 국면에서 터져 나오는 과정이다. 지표도 악화… 중소기업 연체 차주 1년 새 2만 곳 늘어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여신은 17조7000억원이었고, 한 달 이상 연체한 중소기업 차주는 5만8372곳으로 1년 전보다 2만3339곳 늘었다. 같은 기간 연체한 대기업 차주는 118곳에서 68곳으로 오히려 줄었다. 한국은행의 6월 기업경기조사에서 대기업 기업심리지수는 104.5로 2022년 5월 이후 가장 높았지만, 중소기업은 95.7에 머물렀다. 반도체 등 일부 대기업이 호황을 누리는 사이 내수와 중소기업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는 '양극화'가 도산 통계에 그대로 드러나는 셈이다. 법원 현장도 북적… 경매·개인회생도 늘어 올해 1~5월 부동산 경매 진행 건수는 13만784건으로 1년 전보다 30% 넘게 늘었고, 낙찰률은 2016년 40.4%에서 올해 22.5%까지 떨어졌다. 개인회생과 법인회생 접수도 함께 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인근에는 법인파산 서류를 챙기는 대리인과 개인회생 절차를 묻는 상담객이 뒤섞여 붐빈다. 법인파산은 경기보다 뒤늦게 움직이는 '후행 지표'다.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버티다 실제 신청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최근의 악화된 연체 지표가 향후 파산 통계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금융 지원과 함께, 회생 가능한 기업이 파산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조기에 구조조정 절차를 지원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늘어난 파산 사건을 처리할 법원의 인력과 절차 정비도 함께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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