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배달' 출혈 경쟁…자영업자 "비용은 결국 우리 몫"
한지훈 기자2026.10.12

쿠팡이츠 일반회원 무료배달에 배민도 맞불, 매각 변수까지 겹쳐 경쟁 과열… 외식 가격 상승 우려
"배달비 0원"을 앞세운 배달 앱들의 경쟁이 다시 달아올랐지만, 그 청구서가 어디로 향할지를 둘러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는 당장 배달비 부담을 덜었지만 입점 점주와 라이더, 나아가 외식 물가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료 혜택이 '공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경쟁의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일반회원까지 무료… 배민도 맞불
불씨를 당긴 건 업계 2위 쿠팡이츠다.
지난 5월 21일부터 8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료 멤버십 회원에게만 주던 무료배달 혜택을 일반 회원에게도 확대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도 가만있지 않았다.
유료 구독 서비스인 배민클럽을 한 달간 무료로 체험하게 하고 할인 쿠폰까지 풀어 사실상 무료배달을 일반 이용자에게 넓혔다.
쿠팡이츠가 24시간 배달 체제를 구축하자 배민은 열흘도 안 돼 같은 시간대 라이더 모집에 나서는 등 심야 시장에서도 맞붙었다.
경쟁이 거세진 배경에는 배민 모회사의 매각 추진이 있다.
매각 희망가는 약 8조원으로 알려졌고, 우버와 네이버, 알리바바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배민과 어수선한 틈을 타 점유율을 넓히려는 쿠팡이츠의 이해가 맞물려 '출혈 경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효과는 분명했다… 쿠팡이츠 이용자 두 배
시장 분석 업체 자료에 따르면 쿠팡이츠 월간 활성 이용자는 무료배달을 시작한 2024년 3월 약 684만 명에서 올해 4월 약 1300만 명 수준으로 늘었다.
쿠팡이츠는 무료배달 적용 이후 점포당 매출이 98% 늘었고, 입점 업체의 주문 건당 부담금도 5%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점주들의 반격… "비용 전가는 반복된 패턴"
자영업자 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5개 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 "무료배달 경쟁 비용이 결국 중개수수료와 광고비, 노출 구조 등으로 점주에게 돌아올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쿠팡이츠는 모든 비용을 회사가 전액 부담하며 점주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년 전 무료배달 도입 당시에도 플랫폼은 비용을 자체 부담한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참여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배달앱 입점 업체의 총비용(중개수수료·결제수수료·배달비)은 3%포인트 이상 늘어 평균 총수수료가 26%에 달했다.
특히 2만원 미만 저단가 업종에서는 부담이 최대 30%까지 커졌다.
외식 물가로 번지는 '이중가격'
점주들이 선택하는 대응은 가격 인상이다.
점주 5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47.6%가 배달앱 수수료 부담 때문에 메뉴 가격을 올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매장보다 배달 가격을 높게 받는 이른바 '이중가격제'가 프랜차이즈와 개인 매장으로 퍼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료배달 확대가 이중가격 확산을 더 앞당길 수 있다.
소비자단체는 무료배달의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배달비 0원'이 메뉴 가격 상승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다.
라이더 노동강도도 변수
노동계에서는 알고리즘 경쟁 심화에 따른 라이더들의 노동강도 증가를 우려한다.
배달플랫폼노조는 무료배달 도입으로 주문이 몰리면 라이더의 부담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야 배달 경쟁이 가세한 만큼 야간 노동 환경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수수료 체계를 둘러싼 사회적 대화는 자영업 단체 간 이견 속에 진척이 더딘 상황이어서, 당분간 비용 구조의 불투명성이 갈등의 불씨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