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연금 전환 1년, 신청은 대상의 0.6%
한지훈 기자2026.10.11

요건 까다롭고 수령액 적어 '반짝 인기' 후 급랭
종신보험에 묶여 있던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처럼 받을 수 있게 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시행 1년을 맞았다.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의 소득 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로 정부와 생명보험업계가 야심 차게 내놓았지만, 실제 이용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떤 제도인가… 대상 계약 60만 건에 누적 신청 3300여 건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종신보험의 사망보장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그만큼 생기는 해약환급금을 생전에 나눠 받는 방식이다.
지난해 10월 30일 한화생명·삼성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KB라이프 등 5개 생보사가 먼저 시행했고, 올해 1월 2일부터 19개 전 생명보험사로 확대됐다.
월 지급 연금형과 비대면 신청은 지난 3월부터 회사별로 순차 도입됐다.
신청 대상은 만 55세 이상 계약자로, 소득·재산 요건은 없다.
사망보험금 9억원 이하의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으로 계약·납입 기간이 각각 10년 이상이고, 보험료 납입이 끝났으며 계약대출 잔액이 없어야 하고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같아야 한다.
변액보험과 금리연동형은 제외된다.
사망보험금의 최대 90%까지, 최소 2년 이상의 기간으로 전환할 수 있고 일시금 수령은 안 된다.
별도 수수료나 추가 사업비는 없고, 납입 보험료를 넘는 수령분은 비과세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사례를 보면, 30세에 월 8만7000원씩 20년간(총 2088만원) 납입해 사망보험금 1억원을 보장받는 계약자가 55세에 70%를 20년에 걸쳐 유동화하면 연 평균 약 164만원(총 3274만원)을 받고, 사망 시에는 남은 3000만원이 유족에게 지급된다.
월 단위로는 14만원 안팎이다.
신청은 대상의 0.6%… "대기수요 빠지자 급랭"
생명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누적 신청 건수는 올해 8월 말 기준 3300여 건이다.
전 생보사로 확대될 당시 당국이 집계한 대상 계약 60만 건(가입금액 25조6000억원) 대비 0.6% 수준이다.
제도 설계 당시 75만9000건이던 대상 계약이 계약대출과 중도 해지로 15만9000건(20.9%) 줄어든 점도 한몫했다.
주요 5개사 기준 월평균 신청은 지난해 말 약 640건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38건으로 약 63% 줄었다.
상반기 신규 신청은 1426건에 그쳤다.
업계는 시행 초기 대기 수요가 한꺼번에 몰렸다가 빠진 뒤 실제 이용을 원하는 가입자 중심으로 안정화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왜 외면받나… "받는 돈이 적다" 월 지급액 34만원 안팎
올해 상반기 신규 신청자의 평균 초년도 지급액은 409만원, 월 환산 약 34만원이다.
노후 적정 생활비(월 192만원)의 약 2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신청자는 평균 65세가량이고, 유동화 비율은 평균 89.4%, 수령 기간은 평균 7.8년으로 가능한 한 많이, 빨리 받으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연금 재원이 '약정된 사망보험금'이 아니라 신청 시점의 해약환급금이라는 점도 기대와의 간극을 만든다.
사망보험금 1억원이라고 해서 그 금액만큼의 연금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망 보장을 줄인 만큼의 해약환급금을 나눠 받는 구조여서 수령액이 크지 않다.
반면 사망 보장은 그만큼 줄어 유족에게 돌아갈 몫이 감소한다.
신청 요건이 까다롭고, 신청하면 종신보험에 붙은 일부 부가 기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간병·요양 서비스로 받는 '서비스형' 상품은 출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소비자 보호 장치는
제도에는 몇 가지 안전장치가 있다.
신청 전 유동화 비율과 기간별 수령액을 비교한 시뮬레이션 표를 제공해야 하고, 수령일로부터 15일, 신청일로부터 30일 중 먼저 도래하는 기간까지 철회할 수 있다.
보험사가 중요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3개월 이내에 취소할 수 있다.
진행 중 중단이나 조기 종료, 재신청도 가능하다. 대상자에게는 보험사가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개별 안내한다.
신청 전 체크할 점
전문가들은 유동화 이후 줄어드는 사망보장이 유족의 생활과 상속 계획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따져 보라고 조언한다.
주택연금·개인연금·퇴직연금 등 다른 노후 자산과 비교해 유리한지, 계약대출이 있다면 상환해야 신청할 수 있다는 점, 연금 재원이 해약환급금이라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소액이라도 은퇴 직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가교 소득'이 필요한 경우에는 유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당국은 월 지급형에 이어 헬스케어·요양 서비스를 연계한 서비스형 상품을 연내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치매 머니 관리 신탁과 치매 관련 보험 확대도 함께 추진한다.
제도의 실효성은 수령액을 늘릴 방법, 대상 상품 확대(변액·금리연동형 등), 신청 절차 간소화 여부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