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시대' 성큼… 서울 임대차 10건 중 7건이 월세
한지훈 기자2026.10.14

입주 물량 급감에 실거주 전환·대출 규제까지 겹쳐 전세 거래 30%대 급감… 월세 평균 160만원 시대, 가을 이사철 세입자 '이중고'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면서 임대차 시장의 중심이 월세로 옮겨가고 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어쩔 수 없이 월세를 택하고, 집주인도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월세 가격까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가을 이사철을 앞둔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서울 월세 비중 70%… 전세 거래는 큰 폭 감소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누계 기준 서울의 월세(보증부월세·반전세 포함) 거래 비중은 70.0%로 1년 전보다 6.4%포인트 올랐다.
전월세 10건 중 7건이 월세인 셈이다.
같은 기간 전국 월세 비중도 68.5%로 지난해(60.4%)보다 8.1%포인트 높아졌고, 2022년 48.7%에서 2024년 58.0%, 올해 68.5%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5월 서울 전세 거래는 1만9217건으로 1년 전보다 30.3% 줄었다.
월세 거래도 11.0% 줄었지만 감소 폭은 전세보다 작았다.
4월에는 전국 월세 거래가 16만456건으로 17.4% 늘어난 반면 전세는 7만3883건으로 19.5% 감소해, 월세 거래가 전세의 두 배를 넘어섰다.
아파트만 놓고 봐도 월세 거래 비중이 51.7%로 2021년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매물 자체가 줄었다… 입주 절벽이 겹쳤다
월세 전환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은 전세 공급 감소다.
이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약 3만7700건으로 1년 전보다 11.3% 줄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월 초 기준 48%로 지난해 6월(43%)보다 높아졌지만, 월세 매물의 절대 물량도 최근 3년 월평균의 78% 수준으로 줄었다.
전·월세 모두 귀해졌다는 뜻이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한 영향이 크다.
전국 입주 물량은 5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알려졌고, 이달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3438가구로 한 달 전보다 38% 줄었다.
인허가와 착공은 늘었지만 실제 입주로 이어지는 준공은 크게 줄어 '공급 절벽'이 현실이 됐다.
여기에 세 부담을 피하려는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하는 사례까지 늘며 매물 부족을 키우고 있다.
대출 규제·전세 보증금 불안이 월세로 등을 떠밀어
한국은행은 최근 월세 거래 증가의 배경으로 보증금 반환 관련 리스크 부각과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를 꼽았다.
빌라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를 꺼리는 분위기가 이어졌고, 전세대출 한도 축소와 보증 요건 강화로 목돈 마련이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월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7월과 8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점도 월세 선호를 거들고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높아진 금리 환경에서 안정적인 월세 수입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늘어난 것도 매물을 묶는 요인이다.
전셋값이 오르자 기존 세입자가 갱신권을 쓰고 눌러앉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시장에 새로 나오는 물건이 줄어들었다.
가격도 사상 최고… 서울 월세 평균 162만원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7억1178만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2만원으로 사상 처음 160만원을 넘어섰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도 5월 기준 7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전세 매물 감소가 전셋값 상승을 낳고, 이것이 다시 월세 거래와 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굳어지고 있다.
가을 이사철, 불안 더 커질 듯
전문가들은 가을 이사철과 내년 초까지 임대차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전세 가격 상승과 월세 전환에 따른 매물 구조 변화, 재계약 수요 증가가 겹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임대 공급 물량을 늘릴 방안이 필요하고, 임대사업자나 다주택자가 전세로 매물을 내놓을 유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 나온다.
세입자들은 보증금과 월세를 함께 비교해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되는 전월세 전환율을 따져 월 부담을 계산하고, 보증부월세 계약이라면 보증금 반환 안전장치와 확정일자, 전입신고 등 기본 절차를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
착공과 인허가가 늘고 있지만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려, 당분간 전세 품귀와 월세 강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