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손님'이 됐다… 따라오는 존재에서 주인공으로
정하윤 기자2026.10.14

음식점 동반 출입 허용 뒤 업계 풍경 바뀌어, 호텔은 전용 층·전용 엘리베이터까지… "분리·배려가 곧 경쟁력"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느냐를 묻던 시대가 지나고, 이제는 반려동물을 위해 무엇을 따로 마련했느냐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올해 3월 음식점 동반 출입이 제도화되며 '동반'의 문턱이 낮아졌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반려동물 전용 공간과 전용 서비스를 갖추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3월 '동반 출입' 제도화, 그러나 현장은 신중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3월 1일부터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 제과점에서 개와 고양이의 동반 출입을 허용하는 개정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시행했다.
2023년 4월부터 약 2년간 운영된 규제샌드박스 시범사업의 결과를 반영한 조치로,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 명에 달하는 현실을 제도에 담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아무 곳이나 열린 것은 아니다.
업소는 위생·안전 기준을 갖추고 영업신고를 해야 하며, 입구에 동반 출입 업소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붙여야 한다.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반려동물이 매장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전용 의자나 케이지, 목줄 고정장치 같은 설비를 갖춰야 한다.
조리장과 식재료 창고에는 울타리 등을 설치해 출입을 막아야 하고, 반려동물용 식기와 전용 쓰레기통도 따로 둬야 한다.
기준을 어기면 1차 5일, 2차 10일, 3차 20일의 영업정지까지 받을 수 있다.
이전까지 반려동물 동반을 받던 일부 매장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당분간 동반 출입을 제한하는 '노펫존'을 선언했고,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는 공간을 재정비해 정식 심사를 받겠다고 안내했다.
외식업계에서는 접종 확인과 위생 관리, 동선 분리, 책임보험 등 부담이 커 동반 업소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래서 '전용'… 동반을 받는 대신 따로 마련한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전용' 전략이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같은 공간에서 부딪치는 부담을 줄이려면 처음부터 반려동물을 위한 동선과 시설을 따로 설계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호텔과 리조트가 대표적이다.
서울 용산의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호텔 앤 레지던스는 반려견 동반 고객을 위한 전용 객실 층을 따로 운영하고, 반려견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둬 주변 시선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게 했다.
켄싱턴리조트 충주도 반려동물 전용 엘리베이터와 반려동물 유모차 무료 대여를 제공한다.
콘래드 서울은 올해 '펫 메종' 프로그램을 내놓고 반려견 전용 침대와 건강 주스, 보양죽 같은 상품을 구성했고, 프리미엄 등급에는 전용 케이지와 쿠션까지 얹었다. 전용 물놀이장과 놀이터, 펫 전용 식음 서비스를 갖춘 곳도 늘고 있다.
해외여행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국내 여행이 늘었고, 반려동물 동반 호텔 '키녹'의 올여름 객실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5.6%포인트 상승했다.
항공업계도 반려동물 이름이 새겨진 탑승권과 전용 이동 가방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펫팸족'을 겨냥하고 있다.
전용 공간이 갈등도 줄인다
전용화는 비반려인과의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반려동물 동반 제도의 원칙은 비반려인의 선택권 보장이다.
표지판을 붙여 이용자가 입장 여부를 선택하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알레르기나 동물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동반 업소를 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용 층, 전용 엘리베이터, 전용 놀이터 같은 분리형 서비스는 이런 갈등을 구조적으로 줄이고, 반려인에게는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제공한다.
동반 출입 제도가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소비자단체는 소비자 안전과 위생 관리, 피해 구제 방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시장에서는 숙박·여행에서 시작된 전용화가 외식과 쇼핑, 주거 등으로 번질지가 관심사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대하는 인식이 보편화될수록, 얼마나 세심하게 공간을 설계하느냐가 업계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