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는 신기루"…루치르 샤르마 "남미를 보라"
김지수 기자2026.08.29

"美, 세계 GDP의 30%인데 증시 비중은 70%"…구조적 과열 경고
세계적인 신흥시장 투자 전문가 루치르 샤르마 록펠러 인터내셔널 회장이 미국 증시 일변도의 투자 전략에서 벗어나 남미를 비롯한 신흥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 예외주의'가 일종의 버블에 가깝다고 지적하며, 미국 경제 규모는 전 세계의 30% 미만에 불과한데 글로벌 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70%에 달한다고 짚었다.
그는 이런 미국 증시의 압도적 성과가 지난 15년간 이어져 왔지만, 동시에 달러 강세로 한층 부풀려진 결과이며 이제는 매우 늘어나고 과대평가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니킬 카마스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서도 그는 미국 증시의 견조함이 실제로는 AI 버블에 의해 만들어진 '신기루'에 가깝다고 표현하며, 오랜만에 국제 증시가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달러 자금 의존한 미국, 이제는 신흥국이 더 싸다"
샤르마 회장이 신흥시장에 주목하는 근거는 밸류에이션 격차다.
그는 프라노이 로이와 함께 발표한 '2026년 10대 글로벌 트렌드'에서 국제 증시가 미국을 계속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하며, 미국이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핫머니'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제 증시는 현재 미국보다 훨씬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어 상승 여력이 더 크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그는 이와 함께 미국인들이 이제 부동산(30%)보다 주식(32%)에 더 많은 부를 보유하게 된 최초의 시기를 맞았다는 점, 미국 물가가 5년 전보다 식료품·주거비 기준 30% 더 비싸져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고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함께 짚으며, 이런 요인들이 결국 AI 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남미 지수 46~55% 급등…S&P500의 10배 수익률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듯 실제 시장 데이터도 남미의 강세를 보여준다.
투자자문사 엑스포넌스에 따르면 2025년 신흥시장 내 최고 성과 지역은 남미였는데, 지역 전체로 55% 상승했고 역내에서 '가장 부진했던' 브라질조차 5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시장보다 30% 가까이 높은 수익률이자,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보다 25%, 나머지 신흥시장이나 미국 제외 선진국 시장보다 20% 앞선 성과다.
심지어 남미 지수는 2025년 AI·기술주 대장주인 엔비디아보다도 15%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제금융 전문지 인터내셔널뱅커에 따르면 MSCI 라틴아메리카 지수는 46.2%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10년 사이 신흥시장이 선진시장을 앞지른 두 번째 사례로 꼽힌다.
경제성장률은 저조한데 왜?…"저평가·정치 변화·원자재 랠리"가 삼박자
흥미로운 대목은 이런 폭발적인 수익률이 견조한 경제 성장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 그쳤고 멕시코는 1%에도 못 미쳤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여전했고, 이 지역은 AI 등 첨단 기술 혁신의 중심지와도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시장이 급등한 배경으로는 신흥시장 대비 선진시장의 30~50%에 달하는 저평가 상태, 아르헨티나·칠레 등에서 나타난 보수 성향 정책으로의 정치적 전환, 산업·귀금속을 중심으로 한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JP모건은 여기에 더해 글로벌 AI 붐의 수혜가 금속·에너지 등 원자재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신흥시장 자체가 AI 붐의 '간접 수혜국'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메르코수르-EU 협정 서명도 호재…4억5000만 명 시장 개방
20년 넘게 협상이 이어져 온 유럽연합(EU)-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이 지난 1월 17일 파라과이에서 공식 서명될 예정인데, 이는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 등 메르코수르 창립 회원국들에는 외부 파트너와 맺는 첫 대형 무역협정이자, 인구 약 4억5000만 명에 달하는 EU 시장에 대한 우대 접근권을 확보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앙헬 탈라베라 유럽 매크로 담당 헤드는 이 협정이 인구 기준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어내는 획기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美 경기 둔화·긴축 완화 중단이 최대 리스크"
다만 이런 남미 강세가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된다.
2026년의 주요 리스크로는 미국 경기의 더 뚜렷한 둔화, 연방준비제도(Fed)와 미국 대통령 간 정치적 마찰 속 통화완화 정책 중단 가능성, 그리고 AI 관련 투자 사이클에 따른 미국 증시 자체의 리스크 등이 꼽힌다.
CNBC에 따르면 얼바인캐피털의 스티븐 아이작스 전략고문 역시 신흥시장을 '흥미롭다'고 평가하면서도, 특히 남미의 경우 아르헨티나·칠레의 보수 정책 전환이라는 '도미노'가 이제 막 시작된 단계라고 짚어, 추가적인 정치적 변수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저평가 요소가 실제 개선으로 이어질지
샤르마 회장이 강조한 '미국 예외주의의 종언'이 일시적인 순환매인지, 아니면 향후 몇 년간 이어질 구조적 자금 이동의 시작인지는 미국의 AI 투자 사이클 향방과 금리 정책, 그리고 남미 각국의 정치적 안정성 여부에 달려 있다.
※ 이 글은 투자 참고용 정보이며,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