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만원에 벌레 잡아주실 분"…당근마켓 '이색 대행 알바'

최윤서 기자2026.09.07
"3만원에 벌레 잡아주실 분"…당근마켓 '이색 대행 알바'
[이미지 출처: '당근' 플랫폼 로고] 바퀴벌레 관련 게시물 한 달 새 40%↑…'방역' 언급도 50%↑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이색적인 동네 부업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고온다습한 날씨 속 바퀴벌레와 러브버그, 돈벌레, 모기 등 해충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신 잡아주는 이른바 '벌레잡이 알바'가 새로운 소일거리로 자리 잡았다. 당근 측에 따르면 '동네생활' 탭 내 '바퀴벌레' 관련 게시물은 전월 대비 40% 증가했으며, '방역' 키워드 언급도 5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에서 자취하는 한 30대 직장인은 새벽 1시 침대 밑에서 커다란 바퀴벌레를 발견하고 패닉에 빠졌다가, 당근마켓을 통해 급하게 벌레를 대신 잡아줄 사람을 구한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건당 6000원~4만 원…"전문 방역업체보다 저렴, 급할 땐 즉시 이용" 이런 알바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전문 방역업체를 부르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밤중이나 급박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실제 게시글을 보면 건당 사례금은 6000원부터 3만~4만 원까지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 주요 이용층은 20~30대 여성으로, 벌레에 대한 공포심은 크지만 직접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1인 가구 자취생들이 주된 수요층으로 꼽힌다. 벌레잡이뿐 아니라 '택배 대리수령 해주실 분', '음쓰(음식물쓰레기) 버려주실 분' 같은 일상적인 도움 요청 글도 함께 올라오는데, 이는 '이웃알바'라는 이름으로 근거리 거주자 간 소소한 도움을 주고받는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글은 올라오는 즉시 마감될 정도로 경쟁률이 높은 편이다. '1인 가구 750만 시대'가 만든 새로운 부업 생태계 이런 이색 알바 확산의 배경에는 급증하는 1인 가구가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의 '2023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수는 750만2000가구로 전체 가구(2177만4000가구)의 34.5%를 차지한다. 가족이나 동거인 없이 홀로 사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예전 같으면 가족에게 부탁했을 사소한 일들을 이제는 돈을 주고 낯선 이웃에게 맡기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벌레잡이 알바 외에도 강아지 산책과 밥 주기, 대청소 도우미, 명절 단기 알바 등 다양한 형태의 '동네 알바'가 당근마켓을 통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윈윈처럼 보이지만"…사회 파편화의 이면이라는 지적도 이런 이색 알바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벌레 하나 못 잡아서 사람을 쓰냐"는 부정적 반응부터 "당근마켓의 본질이 변질됐다"는 비판까지 다양한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알바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거래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의 파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짚는다. 벌레를 잡으러 가는 쪽 역시 장기적 계약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일회성 알바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결국 개인 간 유대나 공동체 관계가 옅어진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성별 캐묻는 댓글까지"…여성 대상 범죄 악용 우려 더 심각한 우려는 이런 알바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다. 벌레를 대신 잡아달라는 게시글 대부분이 젊은 여성 게시자로부터 올라오는 만큼, 낯선 사람을 자신의 집으로 직접 부르는 과정에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 당근마켓 이용자는 밤에 벌레를 잡아달라는 글을 올렸을 때 성별을 묻는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며, 남자라고 거짓말을 하자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고 밝히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젊은 여성 혼자 사는 집에 생면부지의 타인을 부르는 것은 안전불감증"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으며, 정식 기업의 애프터서비스(A/S) 방문조차 조심해야 하는 시대에 개인 간 거래로 낯선 사람을 집에 들이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편리함과 안전성 사이의 균형" 이색 대행 알바가 1인 가구 시대의 실용적인 문제 해결 방식으로 자리 잡은 만큼,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계속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런 개인 간 거래 특성상 신원 확인이나 안전장치가 미비한 경우가 많은 만큼, 플랫폼 차원의 이용자 인증 강화나 안전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와 부수입을 원하는 이웃 알바생 모두를 만족시키면서도, 범죄 악용 가능성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가 이런 이색 알바 문화가 지속 가능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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