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꾸민다"…불경기가 낳은 2030 '별다꾸' 소비 문화
아신위크2026.09.08

다꾸·폰꾸 넘어 볼꾸·백꾸·빗꾸까지…"못 꾸미는 게 없는 시대"
몇 년 전만 해도 다이어리를 스티커로 꾸미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와 휴대폰 케이스를 꾸미는 '폰꾸' 정도가 익숙했다면, 이제는 정말 '못 꾸미는 게 없는 시대'가 됐다.
'별다꾸(별걸 다 꾸민다)'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취향껏 맞춤 제작하는 '커스터마이징' 문화가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Z세대와 2010년 이후 알파세대를 통칭) 사이에서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
가방에 키링과 패치를 다는 '백꾸'는 이제 기본이고, 비즈와 캐릭터 파츠로 나만의 필기구를 만드는 '볼꾸', 빗을 꾸미는 '빗꾸'까지 꾸미기 대상이 계속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새 학기를 맞아 커스텀 키보드와 볼펜이 대세로 떠오르며, 대구 서문시장 같은 전통시장 상점가에서도 볼펜 꾸미기 재료를 고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크록스 '지비츠'가 증명한 커스텀의 경제학
이런 커스터마이징 트렌드를 비즈니스로 가장 성공적으로 풀어낸 사례가 신발 브랜드 크록스다.
구멍 13개가 뚫린 투박한 디자인으로 한때 '못생겼다'는 혹평을 받았던 이 신발은, 2020년 이후 오히려 연간 매출을 급성장시킨 효자상품으로 탈바꿈했다.
10가지가 넘는 다채로운 색상에 더해, 수많은 참(지비츠)을 꽂아 자신만의 개성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이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정적 요인이었다.
이른바 '신꾸(신발꾸미기)' 열풍이 지속되자 크록스는 유명 인사·기업과의 협업 지비츠를 잇따라 출시하며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커스터마이징이 브랜드의 핵심 매출 전략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몸꾸'·'비다즐링'까지…꾸미기 대상, 소지품 넘어 신체로
화장품과 지갑 같은 소지품은 물론, 얼굴과 몸, 심지어 마스크팩과 일회용 컵까지 반짝이는 보석 스티커나 큐빅으로 장식하는 '비다즐링(bedazzling)'이 새로운 개성 표현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름 페스티벌 시즌을 맞아 얼굴과 헤어, 팔과 어깨 등을 큐빅으로 스타일링하는 '몸꾸'도 등장했는데, 이는 오래 쓸 물건을 예쁘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기보다,
'꾸미는 시간' 자체와 이를 사진으로 남겨 SNS에 공유하는 과정을 하나의 놀이로 소비하는 방식으로 풀이된다.
발가락 반지와 쪼리양말 등 발 액세서리로 스타일을 완성하는 '발꾸' 역시 Y2K(2000년대 초반) 트렌드 부활과 맞물려 새로운 커스텀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성을 들이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불경기가 만든 '정성 소비'
이런 별다꾸 현상의 배경에는 불경기 소비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정성 소비'가 확산되는 것은 주로 경기 침체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되는데, 고물가 상황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소비 행위에 젊은 세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값비싼 신제품을 새로 사는 대신, 이미 갖고 있는 물건이나 저렴한 재료로 나만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과정 자체가 심리적 위안과 성취감을 준다는 점에서, 별다꾸는 앞서 확산된 '필코노미(기분 중심 소비)'와도 맥이 닿아 있다.
"모두가 가진 상품엔 흥미 없다"…리폼·주문제작으로 진화
별다꾸 문화에는 '나만의 것'을 향한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Z세대는 어릴 적부터 다이어리나 스마트폰 케이스 등을 꾸며온 세대로,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기성품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대신 이들은 원하는 문구와 디자인으로 상품을 주문제작하거나, 이미 갖고 있는 물건을 다시 나만의 스타일로 리폼하는 등 적극적인 '커스텀'을 실천하고 있다.
생일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커스텀 케이크가 대표적인 사례로, 이제 커스터마이징은 일상 전반의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오프라인 상권의 새로운 활로로도 주목
이런 체험형 꾸미기 문화는 온라인 쇼핑에 밀려 위축돼온 전통시장과 상점가에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기 개성을 표현하는 소비문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온라인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입체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대구 서문시장처럼 재료를 직접 고르고 그 자리에서 완성하는 체험형 꾸미기 콘텐츠가 상점가를 찾는 새로운 이유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속가능한 소비문화로 정착할지
별다꾸는 개성 표현과 정성 소비라는 소비 가치관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크록스 사례처럼 커스터마이징을 상품 기획 단계부터 반영하는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별다꾸는 유통·리테일 업계 전반의 전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꾸미기 대상이 신체와 일회용품으로까지 확장되는 만큼, 이런 소비가 또 다른 형태의 과시성 소비로 흐를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