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소비가 된다"…2026년 소비 키워드 '필코노미'
한지훈 기자2026.08.25

김난도 교수팀 신조어…'느낌'과 '경제'의 결합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제시한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필코노미(Feelconomy)'가 주목받고 있다.
기분(Feel)과 경제(Economy)를 결합한 이 신조어는, 소비자가 상품의 기능이나 가격보다 그 소비가 자신에게 주는 '기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지갑을 여는 현상을 뜻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이 개념을 AI가 사회 전반을 재편하는 시대와 대비되는 가장 인간적인 요소로 제시했다.
AI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정확한 답을 내놓아도 결코 대신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간의 '감정'이라는 점에서, 필코노미는 AI 시대에 부상하는 인간 중심 소비 트렌드로 해석된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감성 카페·힐링 상품으로 확산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편안한 분위기와 힐링 메시지를 앞세운 감성 카페가 인기를 끌고, 상품 자체의 스펙보다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굿즈나 캐릭터 상품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무엇을 사느냐'보다 '이 소비가 지금 내 기분을 어떻게 만들어주느냐'를 구매 결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AI 시대 대응 축과 인간 본질 회귀 축, 두 갈래로 나뉜 'AI' 키워드
『트렌드 코리아 2026』을 여는 핵심 키워드는 이례적으로 'AI'로 설정됐는데, 이는 필코노미가 등장한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다.
이 키워드는 AI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응하는 움직임과, 그와 대비되는 인간적·본질적 가치로의 회귀라는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김난도 교수는 AI가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갖추더라도 최종 결과물은 인간이 검토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휴먼인더루프' 원칙을 강조해왔는데, 필코노미는 이런 원칙이 소비 영역으로 확장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AI가 정보와 효율을 담당하는 시대일수록, 정작 사람들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기분'이라는 가치에 더 크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휴먼 중심 스토리텔링'과도 맞닿아…"AI 콘텐츠 홍수 속 진짜를 찾는다"
필코노미는 최근 마케팅 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인간 중심 스토리텔링' 강조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AI가 광고와 콘텐츠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완벽하게 세팅된 콘텐츠보다 실수하고 망가지더라도 진솔한 서사를 담은 브랜드에 더 큰 신뢰를 보이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필코노미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어떤 '감정적 경험'을 제공하는지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AI가 대체할 수 없는 '느낌'을 만들어내는 브랜드일수록, 필코노미 시대에 더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캐릭터 굿즈·팝업스토어 산업까지 견인
필코노미는 유통·리테일 업계에서도 실질적인 매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브랜드들이 잇따라 인기 캐릭터 지식재산권(IP)과 협업한 굿즈를 출시하고, 짧은 기간 운영되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에게 특별한 경험과 기분을 선물하는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소비자들이 상품 자체보다 그 상품을 소비하는 순간의 기분과 경험, 그리고 이를 SNS로 공유하며 얻는 만족감에 더 큰 가치를 두면서, 기업들도 제품의 기능적 우수성을 알리는 광고보다 감성적 연결을 만들어내는 브랜딩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일시적 위안 소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전문가들은 필코노미가 AI 시대의 불안과 피로감 속에서 등장한 자연스러운 반작용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이것이 충동적 위안 소비에 그칠지 아니면 지속가능한 소비 가치관으로 자리 잡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본다.
감정에 기반한 소비가 지나치게 반복될 경우 오히려 소비자의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만큼, 필코노미가 건강한 형태의 자기 돌봄 소비로 정착하려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