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자녀도 사회적 비용 분담해야" vs "이미 세금 내고 있다"

박정아 기자2026.09.09
"무자녀도 사회적 비용 분담해야" vs "이미 세금 내고 있다"
"딩크 비혼족들한테 저출산세 걷어야 함. 무조건" 글에서 시작 초저출생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은 비혼·딩크족에게 이른바 '저출산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딩크 비혼족들한테 저출산세 걷어야 함. 무조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운다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출산 여부는 개인의 자유라고 전제하면서도, "애를 낳지 않을 자유와 그 선택으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음 세대가 유지하는 인프라, 모두가 누린다"…찬성 측 논리 A씨는 자동차나 주택을 보유할 때 각종 세금과 비용을 부담하고, 음주·흡연 등 개인의 선택에도 사회적 비용을 이유로 세금이 부과되는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이런 사례들이 "개인의 선택이니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전혀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 선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딩크든 평생 비혼이든 나이가 들면 결국 그다음 세대가 유지하는 나라 안에서 사회적·의료적 인프라를 누리면서 살아야 한다"며 "70세가 됐다고 해서 나는 애 안 낳았으니까 젊은 세대가 낸 건강보험료는 안 쓰고 모든 인프라를 누리지 않겠다고 주장할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자녀 양육에 드는 출산·육아·교육비와 주거비 증가, 경력·시간 손실은 부모가 직접 부담하는 반면, 자녀가 성장한 뒤 만들어내는 세금과 노동력, 사회적 편익은 부모만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함께 누린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것이 A씨 주장이다. 그는 이를 근거로 △무자녀 가구의 사회보험 부담 일부 상향 △자녀 수에 따른 소득세 감면 △국민연금 산정 시 자녀 양육 기여 반영 △다자녀 가구 건강보험료 감면 △재산세 및 주거비 부담 완화 등을 구체적인 정책 방향으로 제안했다. "이미 세금으로 지원제도 떠받치고 있다"…반론도 거세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거센 반론이 이어졌다. 비혼·무자녀 가구 역시 세금을 통해 출산지원금과 아동수당, 보육·교육 지원 등 각종 저출생 정책의 재원을 이미 부담하고 있는 만큼, 여기에 추가 부담까지 지우는 것은 이중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출산지원금과 임산부 지원, 예방접종, 보육비, 무상교육, 급식비 등 다양한 출산·육아 관련 지원에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며 "미혼·비혼·딩크·싱크족들은 세금만 내고 지원받는 게 없으니 사실상 저출산세 혹은 독신세를 부담하고 있는 게 맞다"고 반박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다른 누리꾼도 "결혼과 출산으로 얻는 혜택이 어디에서 나오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출산으로 인한 재정지원은 비혼들이 내는 세금에서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직장 내 육아휴직으로 인한 인력 공백도 비혼과 딩크족이 맡고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자녀 낳는 이유는 개인적 동기"…국가 정책과 개인 선택은 별개라는 지적 출산 여부를 기준으로 추가 부담을 부과하는 것이 개인의 선택을 사실상 처벌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자녀를 낳는 이유는 국가의 인구 유지 목적보다 가족 구성이나 자녀에 대한 개인적 욕구 등 사적인 동기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의 출산 동기와 국가 차원의 인구 정책 문제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출산·비출산을 국가적 편익의 관점에서만 평가하는 접근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로 볼 수 있다. "출산 강요 아니다"…A씨도 선 그었지만 '값을 매기는 방식'엔 비판 A씨는 자신의 주장이 출산을 강요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출산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를 키우는 데 들어간 사회적 기여를 세금과 사회보험에서 제대로 인정하자는 것"이라며 "딩크든 비혼이든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 그 자유를 누리는 것에 대해 적절한 값을 지불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선택에 '값을 매긴다'는 발상 자체가 결국 비혼·무자녀를 일종의 사회적 부담으로 규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여전히 남아 있다. A씨 글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확정한 세목 아냐"…어디까지나 온라인發 논쟁 이번 사안에서 짚어야 할 대목은 '저출산세'가 실제로 정부나 국회가 도입을 확정한 세목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목과 세율, 시행일이 공식 발표된 정책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의 개인적 주장에서 촉발된 논쟁이다. 다만 이 논쟁이 짧은 시간에 여러 매체를 통해 확산되며 사회적 관심을 모은 것은, 그만큼 저출생 문제에 대한 사회적 피로감과 세대·가족형태 간 형평성 논란이 뿌리 깊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양육 지원 확대와 개인 선택 존중 사이의 균형점 저출생 대응을 위한 재원 마련 논의 자체는 필요하지만, 이를 특정 가족 형태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설계할 경우 실효성과 형평성 양면에서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찬성 측은 자녀 양육 비용의 사회적 분담을, 반대 측은 무자녀 가구가 이미 세금으로 관련 지원을 떠받치고 있다는 점과 차별 우려를 각각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실제 정책화가 검토된다면 과세 대상과 세율, 사용처 등을 둘러싼 훨씬 구체적이고 균형 잡힌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쟁은 출산 장려책의 방향을 '지원 확대'에 둘 것인지, 아니면 '무자녀 부담 강화'에 둘 것인지를 둘러싼 사회적 가치판단의 문제로, 향후 저출생 정책 설계 과정에서 계속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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