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상포진 예방접종 맞았더니 심장병도 덜 걸린다"

한지훈 기자2026.09.11
"대상포진 예방접종 맞았더니 심장병도 덜 걸린다"
옥스퍼드대 "재조합 백신, 생백신보다 심혈관질환 9% ↓"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 맞는 백신이 심장병과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정신과학교실 연구팀은 미국 내 60개 이상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EHR) 데이터베이스를 정밀 분석한 결과, 최신형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기존 '생백신'을 접종한 사람보다 이후 7년간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9% 더 낮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60세 이상 7만여 명의 대상포진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현재 사용되는 재조합 백신 '싱그릭스(Shingrix)'와 이전 세대 생백신 '조스타박스(Zostavax)'의 건강 결과를 비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허혈성 심장질환 10%, 심부전 12% 감소…"접종 초기부터 효과 빠르게 나타나"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싱그릭스 접종군은 조스타박스 접종군보다 심혈관질환 없이 지내는 기간이 평균 9% 더 길었고, 심장질환 및 심부전 진단 위험은 각각 10%, 12%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순환계 이상 발생 위험 전체로는 약 9% 낮아졌는데, 특히 허혈성 심장질환과 심부전 위험 감소 효과가 두드러졌다. 흥미로운 대목은 두 접종군 간 대상포진 발생률 차이는 0.5% 미만에 그쳤지만, 허혈성 심장질환율 차이는 약 1.5%로 더 크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위험 감소 효과가 접종 초기부터 비교적 빠르게 나타난 점도 연구팀이 주목한 대목이다. "면역증강제가 혈관 염증 완화했을 가능성"…아직은 '가설' 단계 연구팀은 이런 효과의 배경으로 재조합 백신에 포함된 면역증강제(AS01)를 지목했다. 이 성분이 단핵구 등 면역세포의 기능을 변화시키고 염증성 물질의 반응을 완화해 혈관 내피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 자체가 혈관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백신을 통한 감염 예방이 심혈관질환 위험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조사가 관찰 연구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접종과 심혈관 보호 효과 사이의 확실한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전자의무기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만큼 식습관이나 운동량, 소득 수준 등 기록되지 않은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220만 명 데이터서도 "23% 낮췄다"…앞서 발표된 한국 연구와도 맥 닿아 앞서 지난해 5월 경희대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대상포진 생백신 접종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규명한 바 있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의 50세 이상 약 220만 명을 포함한 대규모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했는데, 대상포진 생백신 접종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약 23%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심혈관 사망 등을 포함한 주요 심혈관 사건(MACE)에 대한 예방 효과가 명확했다. 이번 옥스퍼드대 연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생백신과 재조합 백신 사이의 상대적 효과 차이까지 비교했다는 점에서 후속 연구로서 의미를 더한다. "심장병 예방 목적으로 맞으란 뜻 아니다"…전문가들 신중론 이번 연구 결과를 접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으로 '백신을 맞으면 심장병이 예방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상포진 백신의 본래이자 가장 중요한 목적은 대상포진 자체와 이에 따른 합병증, 특히 고령층에서 발생 위험이 높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예방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으로 관찰된 연관성일 뿐, 이를 근거로 심장병 예방 목적만으로 백신 접종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실제 예방 효과를 판단할 때는 상대위험 감소율뿐 아니라 절대위험 변화와 개인별 심혈관질환 위험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청, 재조합 백신 우선 권고…"면역저하자도 접종 가능" 국내에서는 질병관리청이 이전의 생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우수한 대상포진 재조합 백신을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재조합 백신은 면역저하자도 접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종 대상 범위도 상대적으로 넓다. 과거 대상포진을 앓았거나 이전에 생백신을 맞은 경우에도 재조합 백신 접종을 고려할 수 있는데, 구체적인 접종 시기와 필요 여부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과거 접종력 등을 고려해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권장된다. 다만 대상포진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대상포진이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안내되고 있다. 관건은 "관찰 연구를 넘어선 무작위 대조시험으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백신의 잠재적인 심혈관 영향까지 살펴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관찰 연구가 갖는 한계를 지적한다. 백신 접종군과 비접종군 간에 애초 건강관리 습관이나 의료 접근성 등의 차이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직접적인 예방 효과를 확정하려면 추가적인 무작위 대조시험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령층 건강관리 전략에서 백신 접종이 갖는 다면적 효과를 규명하는 후속 연구가 이어질 경우, 향후 대상포진 백신의 접종 권고 기준이나 활용 범위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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