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4시간 주차 가능?" 얌체 전기차에 속 터지는 주민들

한지훈 기자2026.09.12
"14시간 주차 가능?" 얌체 전기차에 속 터지는 주민들
완속 14시간·급속 1시간…"충전 여부 무관하게 허용"이 발단 전기차 충전구역에 오랜 시간 자리만 차지하는 이른바 '얌체 주차'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법제처에 따르면 전기차 등이 충전을 하지 않더라도 급속충전구역은 1시간, 완속충전구역은 전기차 기준 14시간, 외부충전식 하이브리드차는 7시간 안쪽이면 '충전방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 1월 개정된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에 따라 급속충전구역에서 1시간 이상, 완속충전구역에서 14시간 이상 주차하는 행위만 충전방해행위로 간주돼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문제는 이 시간 기준이 실제 충전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된다는 데 있다. "충전 완료된 지 몇 시간 지나도 차 못 빼"…영업용 차주 애로 이런 규정의 허점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것은 전기차를 영업용으로 자주 충전해야 하는 이용자들이다. 경기도에서 1t짜리 전기 트럭 두 대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비어 있는 충전구역을 찾지 못해 자주 애를 먹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충전이 완료된 지 서너 시간 이상 지났는데도 차를 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현행법상 완속충전구역에서는 충전 시간과 관계없이 14시간까지 주차할 수 있어, 충전이 끝난 지 한참 지났더라도 차주가 차를 빼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최대 14시간까지 충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충전 완료 후 한두 시간 내에는 차를 빼도록 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몇 시간 뒤 충전할 수도 있지 않느냐"…민원 응대에 시민들 '분통'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한 담당 공무원의 답변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한 민원인이 충전하지 않고 장시간 주차된 전기차를 신고했지만, 담당 공무원은 "충전시설 충전구역은 전기차를 충전하지 않거나 충전이 끝났더라도 법령에 적힌 시간 안에는 주차가 가능하다"며 "운전자가 10분이나 2시간 뒤에 충전할 생각이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급한 용무나 전화 통화로 당장 충전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14시간 넘게 세워둔 사진을 증거로 제출하라는 안내까지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원 작성자는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내리자마자 충전기를 꽂지 누가 몇 시간 뒤에 하겠다고 자리를 차지하느냐"며 "퇴근 뒤 주차하고 출근할 때 빼도 12시간 남짓인데, 일하다 말고 와서 14시간 간격 사진을 찍으라는 것은 지나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입증 책임 뒤바뀌었다" 지적…"14시간 안에 충전 증명하라고 해야" 시민들 사이에서는 단속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댓글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에 지나치게 너그럽다"며 "차주에게 사진이 찍힌 때부터 14시간 안에 충전한 자료를 직접 내놓으라고 따져야 맞다"고 꼬집었다. 현재 방식대로라면 민원인이 14시간 이상 미충전 상태로 방치된 사실을 사진으로 직접 증명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개인이 상대 차량을 몇 시간씩 지켜보며 증거를 모아야 한다는 뜻이어서 현실적으로 신고 자체가 매우 까다롭다. 충전기는 부족한데 자리만 차지…이웃 간 얼굴 붉히는 갈등 반복 충전기를 꽂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자리만 차지하는 전기차를 법적으로 실효성 있게 막지 못하면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차장 곳곳에서는 이웃 간 얼굴을 붉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충전 인프라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 1분만 충전기를 꽂아도 최대 14시간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정작 충전이 급한 차주들이 자리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례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 완료 여부와 연동한 시간 제한으로 시행령을 손질할지 전문가와 이용자들은 공통적으로 현행 시행령이 '충전 여부와 무관한 일률적 시간 제한'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충전이 실제로 완료된 시점을 기준으로 일정 시간 내 차량을 이동하도록 의무화하거나, 신고·입증 절차를 이용자 친화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이런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기차 보급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충전 인프라 확충과 함께 이런 제도적 허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향후 전기차 충전구역 운영의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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