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트 던져 여행지 결정"…MBTI 'P'들의 무계획 여행법
박정아 기자2026.09.12

아르헨티나 멘도사·크루즈 업계도 "행선지는 비밀"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 자체가 하나의 여행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여행 전문지 트래비가 발표한 '키워드로 보는 2026년 여행 트렌드'에서 'P의 여행'이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꼽혔다.
이는 어떠한 선택도 판단도 하지 않는, 성격유형지표(MBTI)로 치면 즉흥의 끝판왕 'P' 유형의 여행법을 뜻한다.
이런 흐름은 이미 해외 관광업계에서 상품화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멘도사에서는 예약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한 '미스터리 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크루즈 업계에서도 행선지를 모른 채 배에 올라타는 '미스터리 크루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여행지를 정하는 데 드는 고민과 결정 피로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는 방식이 새로운 여행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셈이다.
"다트 던지면 일정 자동 완성"…P 전용 여행 앱까지 등장
이런 즉흥 여행 트렌드는 실제 서비스로도 구체화됐다.
유연성과 자율성이 강한 성향으로 알려진 MBTI 'P' 유형을 겨냥한 맞춤형 앱 'P들의 여행'은 여행자의 이름과 인원수를 입력한 뒤 다트를 던지면, 여행 기간에 맞춰 시간대별 일정을 자동으로 구성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스스로 목적지를 고르고 일정을 짜는 부담 자체를 게임처럼 즐길거리로 바꾼 것이다.
이런 서비스는 결정 장애를 겪거나 계획 세우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특히 화제를 모으고 있다.
"P는 예매도 미룰 대로 미룬다"…즉흥 여행의 진짜 얼굴
다만 실제 P 유형 여행자들의 여행법을 들여다보면, 완전한 무계획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브런치 여행 콘텐츠에 따르면 P들의 여행 결정은 순간 떠나고 싶은 감정을 그대로 결정으로 옮기는 즉흥성에 기반하지만, 예매 자체는 미룰 대로 미루다가 결국 해야 하니까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콘텐츠는 "여행 계획은 대충 가서 뭐 해야 할지 정도는 생각해서 간다"며 "아무리 P라도 완전히 무계획으로 가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즉 P의 여행은 세부 일정표 없이 큰 틀만 잡고 떠나는, '느슨한 자유'에 가깝다는 것이다.
반면 J와 P의 여행법 차이는 극명해서, 서로 다른 성향의 동행자가 함께 여행할 경우 계획을 둘러싼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로드트립·팬덤스포츠 여행과도 맞물려…"여행은 관광에서 경험으로"
트래비가 함께 꼽은 트렌드로는 해시태그 '#로드트립'이 전 세계 590만 건을 넘기며 다시 인기를 끄는 '로드트립', 야구나 무에타이, 치즈 롤링 같은 현지 스포츠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팬덤 스포츠 여행', 그리고 여행지에서 친구나 로맨스를 찾는 '여만추(여행에서의 만남 추구)' 등이 있다.
이들 트렌드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정해진 관광 코스를 따라가기보다, 우연과 즉흥, 몰입 속에서 경험 자체를 만들어가려는 여행자들의 태도 변화다.
실제로 스카이스캐너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여행객의 41%가 친구나 로맨스를 찾아 해외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아고다 조사에서는 한국인의 39%가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답해 아시아 평균보다 15%포인트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에어비앤비도 "몰입형 체험"에 주목…초단기 여행과 '나를 찾는 여행' 급부상
에어비앤비가 공개한 '2026년 여행 트렌드 전망'에 따르면, 여행자들이 한정된 시간 내 특별한 경험을 추구함에 따라 현지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몰입형 체험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Z세대를 중심으로 1~2일짜리 초단기 해외여행이 확산되고 있으며, '나를 찾는 여행'과 직접 체험하고 참여하는 미식 여행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계획에 얽매이지 않고 순간의 만족을 극대화하려는 여행자들의 심리가 공통분모로 작용하고 있다.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 자체가 매력"…SNS 콘텐츠로도 확산
P의 여행이 대중적 화제성을 얻는 또 다른 이유는 SNS 콘텐츠와의 궁합이다.
목적지를 모른 채 떠나는 여행이나 다트로 결정되는 즉흥 일정은 그 자체로 예측 불가능한 서사를 만들어내, 브이로그나 릴스 같은 짧은 영상 콘텐츠의 소재로 안성맞춤이다.
"어디로 갈지 모른 채 공항에 도착했다"는 식의 콘텐츠가 조회수를 끌어모으면서, 무계획 여행 자체가 하나의 놀이이자 볼거리로 소비되고 있다.
다만 완전한 무계획이 오히려 여행 중 스트레스나 시행착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미스터리 크루즈나 P 전용 앱처럼 '적당히 통제된 무작위성'을 설계하는 것이 이 트렌드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