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대신 엔비디아 산다"…2030세대, 청약통장 접는다
박정아 기자2026.09.13

2022년 대비 255만 명 급감…"넣어봤자 쓸모없다"는 인식 확산
내 집 마련의 상징이었던 주택청약통장이 청년층 사이에서 빠르게 외면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605만1929명으로, 2022년 정점 대비 약 255만 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30세대의 연간 해지·이탈 건수만 158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분양가상한제 도입 이후 한때 가입자가 급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청약통장이, 불과 몇 년 만에 정반대 흐름으로 돌아선 셈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넣어봤자 쓸모없다"는 인식이 청년층 사이에 퍼지면서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청년들이 내 집 마련 수단이라는 본래 목적보다 당장의 금융 유동성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청약통장 깨고 엔비디아 산다"…투자 자산으로 자금 이동
이탈한 자금의 행방도 눈길을 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청약통장을 해지한 청년들 중 상당수가 그 자금을 엔비디아 같은 해외 우량주 투자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기간 묶여 있어야 하는 청약통장 대신, 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자산에 자금을 넣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청년층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을 통한 자산 형성이라는 기존 공식 자체에 대한 청년 세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양가족 배점 35점이 구조적 벽…1인 가구엔 원천적으로 불리
이런 이탈의 원인으로는 청약 가점제의 한계가 꼽힌다.
민영주택 일반공급 가점제는 84점 만점 가운데 부양가족 배점이 35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는 1인 가구 청년에게 원천적으로 불리한 구조다.
실제로 서울 지역 평균 당첨선인 65.81점을 1인 가구 청년이 확보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부양가족도 없고 무주택 기간도 짧은 사회초년생 입장에서는, 아무리 오래 청약통장을 유지해도 당첨 가능성 자체가 희박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해지하면 가점도 '리셋'…"급전 필요, 미래 확신 없어" 현실적 이유
청년청약통장 해지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이런 제도적 불신뿐 아니라 현실적인 경제 여건도 자리 잡고 있다.
해지 사유로는 통장 자체의 한계보다 청약 제도에 대한 불신과 경제적 여건, 당장의 자금 수요 같은 현실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해지 시 불이익도 상당하다.
청약통장을 해지하면 그동안 쌓아온 모든 납입 내역과 가점 이력이 사라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며, 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을 받았던 경우 해지 시 세금을 추징당할 수도 있다.
또한 청약통장을 해지하면 임대주택 청약 가점까지 함께 소멸된다는 점도 간과하기 쉽다.
"포기 전 살펴봐야"…생애최초·청년특공 등 1인 가구용 틈새 경로도
이런 상황에서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조급한 해지보다 '전략적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최근 청약 제도가 저출산 극복 중심으로 개편되는 흐름 속에서도, 미혼 청년이나 1인 가구가 활용할 수 있는 틈새 전형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민영주택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전형과 공공주택 청년 특별공급 전형이 꼽힌다.
특히 공공분양은 가점이 아닌 납입 총액을 기준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데, 월 최대 인정 납입액이 25만 원으로 설정돼 있어, 부양가족이 없어도 오랜 기간 꾸준히 납입하면 승산이 있다는 설명이다.
"신축을 시세보다 싸게 살 유일한 통로"…포기는 신중해야
전문가들은 청약이 신축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라는 점도 강조한다.
당장의 당첨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통장을 해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 수 있으며, 꾸준히 점수를 쌓아가는 것이 미래의 당첨 확률을 높이는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조언이다.
아울러 청약통장의 용도가 민간 분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짚었는데, 공공분양이나 임대주택 등 다양한 주거 지원 프로그램과도 연계되는 만큼 '당첨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해지를 결정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청약 유형과 전형을 먼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 가입자 우대·1인 가구 보완책 필요"…제도 개편 목소리
연간 158만 건에 달하는 2030세대의 이탈과 지속적인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장기 가입자에게 추가 점수를 부여하거나, 부양가족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가점 구조를 1인 가구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저출산 극복이라는 정책 목표와, 이미 늘어난 1인 가구 청년들의 주거 마련 지원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앞으로 청약 제도 개편 논의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제도 신뢰 회복이 이탈세를 되돌릴 수 있을지
전문가들은 청약통장 이탈이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가능성 자체에 대한 신뢰 저하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부양가족 중심의 가점 구조와 높은 당첨 커트라인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1인 가구 청년들의 이탈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1인 가구를 위한 실질적인 청약 기회를 얼마나 확대하고, 이를 통해 청년들의 제도 신뢰를 얼마나 회복시킬 수 있느냐가 향후 청약통장 가입자 감소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