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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가능한 사랑', 베네치아 은사자상…한국영화 쾌거

박정아 기자2026.09.13
이창동 '가능한 사랑', 베네치아 은사자상…한국영화 쾌거
[이미지 출처: NETFLIX 영화 이창동 감독 '가능한 사랑 (2026)'] '오아시스' 이후 24년 만에 베네치아 본상…'버닝' 이후 8년 만의 신작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받았다. '가능한 사랑'은 현지시간 12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 '팔라초 델 시네마'에서 열린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이 감독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은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은사자상)을 받은 지 24년 만이며, 이번 작품은 그가 '버닝'(2018) 이후 8년 만에 선보인 장편영화이자 첫 넷플릭스 영화다. 한국영화, 14년 만에 경쟁부문 본상…심사위원대상은 이번이 최초 이번 수상은 한국영화사에도 뜻깊은 기록을 남겼다. 한국영화가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본상을 받은 것은 2012년 고(故)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14년 만이다. 특히 한국영화가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우먼 언노운'에게 돌아갔으며, '가능한 사랑'은 본상과는 별도로 영화제 공식 심사위원단과는 다른 조직인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이 수여하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까지 함께 받으며 이번 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해고 노동자 부부와 다큐 감독 부부가 마주하는 계급과 욕망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 분)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분),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분)와 그의 남편이자 부유한 사업가 상우(조인성 분)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만나면서 서로 다른 삶과 계급, 감춰진 욕망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부유한 남편을 둔 다큐멘터리 감독이 해고 노동자 부부의 삶을 카메라에 담는 과정에서, 계급적 배경이 전혀 다른 두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서사가 중심축을 이룬다. 이 작품은 지난 6일 베네치아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돼 약 7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위원 두기봉 "가장 성숙한 작품"…디테일과 성찰에 극찬 작품에 대한 평가도 뜨거웠다. 이번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홍콩 출신 두기봉 감독은 '가능한 사랑'을 두고 "이창동 감독의 작품 가운데 가장 성숙한 영화"라고 평가하며 "스타일이 섬세하고 은은하며, 영화의 모든 디테일과 그 안에 담긴 성찰이 마음에 들었다"고 극찬했다. 이는 데뷔작 '초록물고기'부터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버닝'에 이르기까지 인간 존재와 사회적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해온 이창동 감독 특유의 연출 스타일이 이번 신작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로 풀이된다. "노동과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 영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창동 감독은 수상 소감을 통해 작품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직접 밝혔다. 그는 "노동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저는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며 "이 상을 주신 것은 그 질문을 계속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 가는 시대"라며 "사람들이 극장에 모이기 힘들어하고 영화를 통해 서로 나눴던 관계가 끊어지는 상황에서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관객과 좀 더 깊이 만나고 싶고 저의 질문과 관객의 생각이 만났으면 좋겠다"며 "이 상은 그런 것을 격려하는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넷플릭스 첫 진출작…글로벌 스트리밍과 예술영화의 접점 이번 작품이 이창동 감독의 첫 넷플릭스 영화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그동안 극장 개봉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거장 감독이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과 손잡고 만든 작품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본상을 받은 것은, 스트리밍 플랫폼 콘텐츠가 예술영화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극장 관람 문화가 위축되는 시대에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온 이 감독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개봉과 스트리밍 공개가 흥행으로 이어질지 이번 수상이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계기지만, 실제 국내외 관객들에게 이 작품이 어떤 반응을 얻을지가 중요하다.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이라는 화려한 캐스팅과 세계적 거장의 8년 만의 신작이라는 화제성, 그리고 넷플릭스 공개까지 갖춘 만큼, 이번 베네치아 수상이 국내 개봉과 글로벌 스트리밍 흥행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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