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광년 거리 '두 번째 거주가능 지대' 슈퍼지구 확인
한지훈 기자2026.09.13

[이미지 출처: 미국 항공우주국(NASA) 'GJ 887 d']
국제 연구진, GJ 887d 존재 공식 확인…"태양계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생명체거주가능구역 행성"
인류가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를 두 번째 거주가능 세계가 확인됐다.
국제 천문학자 연구팀이 지구에서 불과 10.7광년 떨어진 적색왜성 'GJ 887'을 도는 외계행성 'GJ 887d'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초 국제 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에 게재가 승인된 이 연구에 따르면, GJ 887d는 프록시마 센타우리 b에 이어 지구에서 10광년 이내에서 발견된 두 번째 거주가능구역 행성으로 확인됐다.
이는 우리 태양계에서 알려진 거주가능구역 행성 중 두 번째로 가까운 사례로, 향후 신형 망원경을 활용한 후속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질량은 지구의 6.1배…물이 액체로 존재할 수 있는 '슈퍼지구'
GJ 887d는 지구보다 질량이 6.1배 큰 '슈퍼지구'로 분류된다.
슈퍼지구는 지구보다는 질량이 크지만 해왕성 같은 가스형 거대행성보다는 훨씬 작은 행성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 행성은 액체 상태의 물이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거주가능구역'에 위치해 있으며, 51일에 한 번씩(정확히는 50.8일) 모항성 GJ 887을 공전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외계행성 목록에 따르면 이 행성의 궤도 반지름은 0.212천문단위(AU)로,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모항성인 GJ 887이 태양보다 훨씬 어둡고 차가운 적색왜성이기 때문에, 이렇게 가까운 궤도에서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는 온도대가 형성될 수 있다.
'조용한' 모항성이 강점…HARPS·ESPRESSO 분광기로 3년간 추적
이번 발견에서 특히 주목할 건 모항성의 특성이다.
GJ 887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적색왜성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항성 표면의 플레어(폭발) 활동이 적어 행성들이 대기를 오랜 기간 유지했을 가능성을 높인다는 의미다.
은하계에서 가장 흔한 항성 유형인 적색왜성(M형 왜성)은 밝기가 낮고 크기가 작아, 공전 궤도가 짧고 관측하기 쉬운 행성을 거느리는 경우가 많아 외계행성 탐사에 최적의 표적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유럽남방천문대(ESO)의 고정밀 분광기 HARPS와 ESPRESSO의 관측 데이터를 활용해 항성 자체의 활동으로 인한 잡음(노이즈)과 실제 행성 신호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이 행성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미 2개 행성 확인된 별에서 '숨겨진 4번째 행성'까지 추가 발견
GJ 887은 태양계와 가장 가까운 별 중 하나이자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적색왜성 중 하나로, 이미 2개의 외계행성이 확인된 상태였고 세 번째 행성의 존재도 이전부터 의심돼왔다.
연구팀이 GJ 887의 항성 활동을 정밀 분석한 결과, 약 39일의 자전 주기가 새롭게 확인됐는데 이를 통해 항성의 활동 패턴에 대한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 새로운 모델을 통해 그동안 의심돼왔던 세 번째 행성이 GJ 887d로 공식 확인됐을 뿐 아니라, 이전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네 번째 행성까지 추가로 발견되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가 실제로 연구할 수 있는 거리"…초근접 거주가능 행성의 가치
전문 매체 사이언스블로그는 이번 발견이 인류에게 갖는 의미를 이렇게 짚었다.
"처음으로 우리는 실제로 연구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잠재적으로 거주 가능한 세계를 갖게 됐다"며 "불과 10.7광년 거리는 우리의 가장 야심 찬 망원경으로도 거의 도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향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나 차세대 관측 장비를 통해 실제 대기 성분까지 정밀 분석해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상이 생겼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기 구성 분석이 다음 과제…JWST·차세대 망원경 활용 기대
다만 GJ 887d가 실제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행성이 거주가능구역에 위치한다는 것은 표면에 액체 물이 존재할 '가능성'을 뜻할 뿐, 실제 대기 조성과 표면 환경, 자기장 유무 등 생명체 존재에 필요한 여러 조건은 별도의 정밀 관측을 거쳐야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JWST를 비롯해 2026년 발사를 앞둔 낸시 그레이스 로만 우주망원경, 그리고 유럽우주국(ESA)이 올해 12월 발사할 예정인 외계행성 탐사 위성 플라톤(PLATO) 등 차세대 관측 장비들이 이 행성의 대기 성분을 분석하는 후속 연구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관측 장비로 대기·생명체 흔적을 확인할 수 있을지
GJ 887d가 프록시마 센타우리 b 이후 발견된 두 번째로 가까운 거주가능구역 행성이라는 상징성과 별개로, 실질적인 생명체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과제다.
이 발견의 진짜 가치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잠재적 생명체 거주지 후보군'이 하나 더 늘었다는 데 있으며, 앞으로 몇 년간 새롭게 가동될 차세대 우주망원경들이 이 행성의 대기를 얼마나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느냐가 외계 생명체 탐사 연구의 다음 이정표가 될 것이다.



